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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선물한 두 번째 삶

서울경찰 2015. 1. 13. 08:51

  지난 1월 2일 저녁.

 

  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는데요.

  가슴 따뜻해지는 훈훈한 기사에 해당 경찰관의 사진이 포털사이트 메인화면까지 접수(!?)했었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은평경찰서 수사과 최석근 경장!

 

  최 경장은 해외여행 도중 수영장에 빠져 의식을 잃은 아이를 구했다는데요.

  아이 어머니 박 모 씨(46)가 서울경찰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감사글을 작성하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서울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글 전문>

 

  필자도 글을 보고 내심 감탄했는데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은평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최 경장은 30여 시간에 이르는 당직 근무를 마쳤음에도 피곤한 기색도 내비치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는데요.

  초췌한 가운데에도 훈훈한 외모가 돋보였습니다.

 

  "반갑습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아이를 구한 필리핀 세부 리조트의 수영장>

 

  지난달 13일의 일이니까 벌써 1달이 다 되어가는군요.

 

  저는 결혼 3주년을 맞아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필리핀 세부로 오붓한 가족여행을 갔는데요.

  여행 3일차를 맞아 부모님들을 호핑투어에 보내드리고 아내와 함께 리조트를 여유롭게 거닐고 있었습니다.

 

  "살려주세요! Help Me!"

 

  갑자기 우리나라 말이 들려와 깜짝 놀라 수영장 쪽을 바라보니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아이를 안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가 보니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왜소한 체구의 아이가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어요.

 

  "앰뷸런스 불러달라고 해주세요!"

 

  급한 마음에 어머님께 말을 거는 동시에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정신을 차리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몰랐습니다.

 

 

  저도 워낙 창졸지간에 겪은 일이라 리조트에서 마련해 준 차편으로 아이와 어머니를 병원에 보내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와 주변을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후에 듣기로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물에 가라앉아 엉겁결에 건지려다 봉변을 당했다고 하는데,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최 경장은 이야기를 마치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는데요.

 

  책상 위를 보니 화면이 엉망으로 부서진 핸드폰이 보였습니다.

 

  "핸드폰도 혹시 그때 부서진 건가요?"

  "네. 아이를 보고 뛰어가다 떨어트렸어요. 안 그래도 바꾸려고 했는데 잘 됐죠 뭐. (웃음)"

 

  다 부서진 핸드폰을 들고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최 경장.

 

  최 경장은 핸드폰이 부서진 것도 한숨 돌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데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손에 잡힐 것만 같았습니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최 경장의 이야기는 신문 지면으로도 실려 경찰서 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는데요.

  취재차 방문했을 때도 '최석근' 이름만으로도 안내받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답니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은평경찰서 현관에 적혀있는 '주민을 내 가족처럼...' 이라는 글귀가 그 날의 활약상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한 마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천Km 떨어진 타지에서도 경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선행을 베푼 최석근 경장.

  구조된 아이 어머님의 표현대로 아이에게 소중한 "두 번째 삶"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