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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토플」갱어가 나타났다!

서울경찰 2013. 12. 12. 11:05

「토플」갱어가 나타났다! 

- 위조여권으로 토플 대리시험 치른 중국인 피의자 검거 -



 같은 옷에 같은 신발 신으니... 같은 사람처럼 보이시나요? 

 나름 노력을 한 것 같긴 하지만 딱 봐도 전혀 다른 사람인데요. 

 도플갱어가 되지 못해 계획에 실패한 중국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경찰에 딱 걸린 사연은 무엇일까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4일 치러진 TOEFL 시험을 대리로 응시한 중국인들과 의뢰인을 현장에서 검거하여, 응시자 4명을 구속하고 의뢰자 1명을 불구속 입건하였습니다. 


 그동안 대리응시 피의자들이 시험 종료 후 채점 및 점수 모니터링 과정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사전의 정보 없이는 현장 검거가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현장에서 피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사건의 피의자 검거에는 시험 주관사 ETS(미국교육평가원)의 신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시험 며칠 전 주관사로부터 '응시료를 결제한 계좌번호가 조금 수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몇 달 전부터 필리핀 · 태국 등지에서 수 차례 응시료를 결제한 통장의 계좌번호 마지막 네 자리가 이날 시험 응시료를 결제한 계좌의 뒷번호 4자리와 같은데, 연달아 여러 국가에서 응시를 신청하는 점이 아무래도 대리응시가 의심된다는 것이죠. 


 신고를 접수한 국제범죄수사대는 신고내용과 정황을 종합해 본 바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계좌 명의자를 파악하여 명의자의 출입국 내역을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시험 전날까지도 시험을 신청한 계좌 명의자가 입국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은 다음날 오전 10시. 시험을 보려면 최소한 전날 밤에는 입국해야 할 텐데요. 


 대리응시가 의심되는 강력한 심증은 있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물증을 잡기 위해 시험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 다른 수험생에게 방해가 돼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에 들이닥쳤습니다.


 현장에서 검거된 피의자 3명은 중국 SNS를 통해, 영어권 유명 대학에 입학하려면 높은 토플 성적이 필요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시험에 대리 응시하는 대가로 1건당 1~2백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로 자신의 여권으로 입국한 후, 중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위조여권을 사용하여 대리응시를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요. 


 피의자들은 중국 현지에서 위조 신분증으로 대리시험을 치를 경우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한국 · 태국 · 싱가폴 등 해외에서 대리시험을 치러왔다고 합니다. 외국인들 상대로는 신원확인 절차가 덜 복잡하다는 점을 노린거죠. 


 대리응시자들은 대부분 북경 소재 ○○대학교 영어과 재학생,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생 등 고학력 소지자들이었는데, 이들 중 한 명은 지금까지 무려 25차례나 대리 시험을 치른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위에서 보신 도플갱어가 되지 못한 '토플'갱어의 검거 스토리입니다!


본래 첩보를 입수하고 검거에 나선 것은 위조 여권을 이용해 시험을 친 3명의 피의자들이었는데요. 검거 현장에서 시험 감독관의 적극적인 제보로 '토플'갱어 들까지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른 피의자들과는 조금 다른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의뢰자가 실제 시험장에 입실하고 신원확인까지 마친 후,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시험장을 빠져나오면 같은 옷을 입고 대기하던 대리응시자가 입실하여 시험을 치는 것이죠. 


 감독관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관과 마주친 피의자 리 모씨(30세)는 겁에 질린 얼굴로 "1만 위안(약 175만원)을 받고 대리시험을 봤다"고 순순히 자백했고, 시험장 주변에서 같은 복장을 하고 불안한 듯 서성이던 시험 의뢰자 이 모씨(17세)도 검거하였습니다.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번 사건과 같이 국내에서 외국인에 의한 대리시험 등 시험 부정 관련 사례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첩보수집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 내 대리시험 의뢰자 등에 대하여 중국 공안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례는 중국인들만이 연루된 사건이지만, 컨닝과 같은 시험 부정 수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좋은 TOEFL 성적으로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가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인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튼튼하고 건강한' 양심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