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2월 20일 늦은 저녁 시간입니다.
추운 겨울 전북 군산의 한가한 국도변을 달리던 승용차 한대가 돼지축사를 들이 받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차량 운전석에 앉아 있는 40대 후반의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당시 차량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했고 마치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숨진 A씨의 뒤통수에는 무언가로 맞은 것 같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즉시 수사본부를 꾸리고 5개월 가량 수사를 했으나 A씨의 죽음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교통사고인 듯 보이는 A씨의 죽음은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 장기미제전담팀은 최근 위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여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재개한 결과 공소시효를 불과 25일 앞둔 시점에서 A씨를 살해한 A씨의 전처 B씨와 B씨의 내연남 C씨를 검거하였습니다.
※ 공소시효
어떤 범죄에 대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를 말함.
(살인사건 공소시효 현재 25년 당시15년)
사건의 전말을 이렇습니다.
피해자 A씨와 부인 B씨는 1997년 9월에 이혼을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이혼 상태였지만 동거 중이었던 부인 B씨는 내연남 C씨와 관련해 할말이 있다며 A씨를 외곽의 한적한 식당으로 불러 술을 마시도록 했습니다.
그 당시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C씨는 만취 상태로 식당에서 나오는 A씨를 절구공이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야산 공터에 새워둔 A씨 소유의 차량에 A씨를 태우고 절구공이와 차량용 공구로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려 살해한 후 자동차를 내리막길로 밀어 돼지축사와 부딪치게 한 것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B씨와 C씨는 미리 알리바이를 만들었습니다. B씨는 당일 같은 시각 B씨의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했고, C씨 역시 다른 지역에서 지인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고 했으며 지인들도 이들의 알리바이와 일치하는 진술을 했습니다.
또한, 범행 전 수차례에 걸쳐 사전 답사를 하고 현장에서는 전화가 아닌 무전기를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인 탓에 범죄의 증거를 찾기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이 그 범죄가 발생할 당시에 범죄현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
그런데 A씨의 전처인 B씨와 C씨는 왜 A씨를 살해한 것일까요?
바로 보험금 때문이었습니다. B씨와 C씨는 상호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에서 1억 넘는 사업자금을 대출했고, 또 B씨는 1997년 7월부터 약 1년간 남편 A씨 명의로 A씨 몰래 3개 보험사에 총 5억 7천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보험범죄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령인을 딸(당시 22세)으로 하여 보험에 가입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1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들의 범죄는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8월과 9월 B씨가 경미 교통사고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차례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서울경찰청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15년 전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공소시효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통신수사를 통해 당시 딸이 B씨에게 호출(삐삐)한 것을 단서로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깼으며 보험서류의 필적감정 등을 통해 지인들의 알리바이의 허점을 추궁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하여 피의자 B씨와 C씨를 재조사한 끝에 범행 발생 15년만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습니다.
서울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결국 피의자 B씨와 C씨는 공소시효 25일을 앞둔 상태에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제야 피해자가 A씨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억울한 죽음을 위로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이치수 경위>
서울경찰은 "시일이 오래 지나 수사상 어려움이 있는 사건이라도 수사기법의 발전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장기미제전담팀을 중심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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