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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새롭게 꿈꾸는 희망! 우리가 지켜줄게요♥

서울서대문경찰서 2016. 1. 18. 17:12

언제나 받던 아동학대 의심신고, 큰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는 마포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한통의 신고전화를 받았습니다. 서대문 관내의 한 복지관에서 관리하고 있던 가정인데, 물리적 방임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가정은 20대 초반의 어린 엄마가 홀로 14개월 된 여아를 키우는 집이었습니다.
이전에 가정을 방문 했을 당시 술병이 굉장히 많이 보였고, 집 안이 매우 더러웠다고 합니다. 서대문경찰서 아동 전담경찰관은 아직 어린 엄마가 아이에 대한 양육 지식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지 않을까라고 조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이 되었지만, 현장 조사는 해야 했기에 마포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오후시간에 가정 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의 가정으로 방문을 한 날, 문을 두드리는데 아기의 울음소리가 잠깐 들리고 그 후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관 쪽에서는 이전에 가정방문을 했을 때,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더라도 아이엄마가 굉장히 늦게 문을 열거나 아니면 만나주지 않아 문자를 남겨놓고 돌아와야 했다는 얘기들을 먼저 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30여분이 지나도록 문을 두드리고 불러봤지만 안에서는 인기척이 전혀 들리지 않았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 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문득 걱정이 되어 아이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입니다. 지금 어디 계세요?”
“지금 ㅇㅇ에 있는데요.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집안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던데 아이가 누구랑 같이 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 혼자 놔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왔다고, 밤 9~10시는 되어야 돌아올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 엄마에게 지금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강제로 문을 개방하겠다고 경고했고, 아이엄마는 애초에 말했던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쓰레기장을 연상시키는 집, 어른으로써 부끄러워졌다.


아이 엄마를 앞세워 집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관과 거실에 너부러져 있는 수많은 술병들, 온갖 쓰레기가 쌓여져 있는 부엌 등 도저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찾아보니 불이 꺼진 깜깜한 방안에 홀로 있었습니다. 분유 2~3개 정도 타놓고 엄마는 아이를 방치 해놓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던 것이었죠. 어른으로써 부끄러웠습니다. 친딸을 불 꺼둔 방안에 문을 닫아 놓은 채 9~10시간 비워두고 다녔었다는 얘기를 듣자 진심으로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라서 미안하다고.

 

 

지역사회의 도움과 힘이 필요한 때, 아직 늦지 않았다.


신속하게 현장에서 아이를 응급조치(분리조치) 후 아동보호센터로 안전히 인계 하였고, 아이엄마는 아동에 대한 물리적 방임혐의로 형사입건 하였습니다. 아이에 대한 안전은 확보 하였지만, 퇴근 후에도 사람을 봤지만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 쓰레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축 처진 기저귀를 찬 채 방안에 있던 아이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와 떨어지게 된 엄마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즉시, 여성청소년과 직원들과 같이 집 안 청소 및 생필품 등을 지원 하는 것이 어떨까 논의했습니다. 직원들은 논의할 것도 없이 전부 청소와 지원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아이의 집을 청소하며 아이엄마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2세의 나이에 출산하고, 남편과는 얼마 전 이혼했다고 했습니다. 전 남편이 아이엄마의 명의로 수천만 원의 채무가 있었고 변제 능력이 안돼서 연체가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죠. 때문에 아이엄마 명의의 통장은 모두 압류가 되어있는 상태라 통장으로 급여를 받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아이와 살기 위해 현금으로 받는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엄마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연락이 끊긴 채 힘들게 지내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걸까, 슬픔이 깊은 만큼 술에 대한 의존도 너무 깊어 보였습니다. 아이 없이 홀로 지내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상태. 다시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외부의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새로 품은 희망, 우리가 지켜줄게요!


일단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천만 원의 채무 해결이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기관의 파산신청 담당자에게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담 결과 희망적인 연락이 들려왔습니다. 충분히 파산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추후 발생하는 파산신청 비용까지 무료로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복지관에서 관리하던 가정이지만 아직 명확한 지원과 상황에 대한 정립이 필요했습니다. 아동보호기관,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다른 여러 유관기관에 연락을 취해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회의 결과, 집안 청소 및 생필품 지원, 파산신청 연계 및 파산신청 비용 무료 지원, 돌보미 케어 서비스, 알코올 중독 치료비 무료 지원 등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아이엄마가 사회적으로 자립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안정적인 가정으로 탈바꿈하여 아이가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까지, 서대문경찰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앞으로 두 모녀가 꿈꾸는 희망!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