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심 · 현장 중심
안전한 서울, 질서있는 서울
자세히보기

우리동네 경찰서/우리동네 경찰서

(서대문) 납량특집.. 음산한 집의 정체는?!

서울서대문경찰서 2015. 8. 21. 16:01

시간은 지난 7월 말 오후 5시경,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불안한 표정인 한 젊은 남성분이 서대문경찰서 관내의 한 파출소 출입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
"진정하시고 천천히 자세히 설명을 좀 해 주세요-"

파출소 내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이 흥분해서 큰 소리로 두서없이 말을 하는 민원인을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이 민원인께서는 서대문구에 한 주택에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거주하며 생활해 오던 중에, 가족들이 전부 특정종교에 빠져 생활을 하는 것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약 10년 전쯤 다른 곳으로 혼자 이사를 가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한두 달 간격으로 본가에 찾아와 부모님과 동생의 상태를 확인하려 해보지만, 그때마다 아버지가 대문을 열어주지 않아 번번이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다 한번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안에서 문을 잠가 어쩔 수 없이 창문으로만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파출소에 찾아온 날로부터 보름 정도 전에도 집 밖에서 어머니 모습을 보았으나 너무 야위고 영양실조에 걸리신 듯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어머니께서 잘 살아계시나 하고 확인하려 왔지만 아버지와 동생은 꿈쩍도 않고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동생은 특정종교의 교리에 빠져 외부인과도 접촉을 안 한지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외근 순찰 중 파출소 직원이 지나가는 주민에게 여쭤 볼 때마다 인근 주민들도 그 집 사정을 물어보면 일주일정도나 한두 번 볼까말까 해서 어떻게 사시는지 잘 모른다는 답변 뿐.


그렇게 집 밖의 활동을 거의 안하다시피 한 결과, 담벼락에 커다란 금이 가 금방이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관할 구청과 주민센터에서도 여러 번 집주인에게 담벼락 수리할 것을 고지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민원인은 그간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혼자의 힘으로는 집안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야윈 모습에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어머니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특히나 예전에도 그 집에서 큰 고모가 돌아가셨는데, 괜히 그 장면이 겹쳐 보이며 불안했습니다.


“경찰관님! 오늘은 제가 그냥 돌아가고 일주일 후에나 작은 고모하고 다시 찾아올테니 그때 같이 집안에 들어가는데 도와주세요.”


하면서 인적사항과 전화번호를 메모해 주고선 파출소를 나가려고 했습니다. 이때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이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특정교리에 빠져 있는 아버지와 남동생, 수년전에도 그 집에서 고모가 돌아가셨고, 보름 전 어머니 모습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모습에다가 큰 아들이 찾아왔는데 문을 안 열어준다…?’
왠지 느낌이 불길했습니다.

“오늘 기왕 이렇게 여기까지 발걸음 했으니 저희 경찰관과 함께 집으로 가봅시다”

 

혹시나 강제로 대문을 뜯고 들어가야 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119에 미리 협조를 구하고 출발했습니다.

집 앞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혹시나 모를 흉기 저항에 대비하여 직원들에게 미리 방검복과 테이져건 등 장비를 점검하고 큰아들을 앞세워 담장을 넘게 하여 대문을 열게 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 안 창문 밖을 보고선 눈치를 챈 아버지가 큰 소리로 고함을 칩니다.

“너희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다 죽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서 난리야! 당장 나가지 못해?”

눈을 부릅뜨고선 흥분을 하면서 큰소리로 소리를 쳤습니다. 일단 흥분한 집주인 아버지를 진정시키고 문을 열게 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모두 대문 밖으로 나가게 하자, 문을 열고 아버지와 작은아들이 함께 집밖 대문 앞으로 나와 큰소리로 다시 경찰관을 향해 고함을 칩니다.

“너희들 내 허락 없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 다 죽어! 교황도 먼저 죽어나갔어!”

그렇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소리를 떠들어대는 모습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보였습니다. 이때 파출소장이 아버지에게 계속 말을 걸고, 다른 경찰관들에게 큰아들과 함께 작은아들을 앞세워 집안으로 강제 진입하여 문을 열게 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큰 아들이 어머니가 계시던 안방부터 확인하더니, 대성통곡을 하며 욕설과 함께 울부짖으면서 마당에 있던 쇠몽둥이를 들더니 아버지 쪽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안방 침대 위에는 약 2개월 전쯤 사망한 어머니가  누워 계셨습니다…

특정종교에 빠져 아내가 오래전에 사망했음에도,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셨음에도 신고하지 않고 사체를 방치 및 유기한 죄로 아버지와 작은 아들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자칫 소홀하게 생각하고 큰아들을 돌려보냈더라면 어머니의 시신은 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되어 갔을 것입니다.

민원인의 말을 토대로 빠른 판단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사건을 처리한 우리 서대문경찰서 포돌이들. 앞으로 더욱 민원인들의 목소리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고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슬픈 사건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