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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가정폭력 피해자.. 끝까지 지켜줄게요

서울서대문경찰서 2015. 4. 22. 16:18

지난 3월 30일 아침,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는 그동안 다뤘던 사건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화두로 떠오른 사건은 바로 전 날인 3월 29일 발생한 아버지와 딸(피해자)의 가정폭력 사건. 단순히 가정폭력사건에서 그친 것이 아닌, 이 일로 인해 딸의 어머니가 충격으로 목을 메는 등 자살시도까지 했던 심각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검토해보고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모두 입을 모았습니다.

 

 

가정폭력 담당자인 박홍식 경장은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여러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수화기에서는 건조한 신호음만 들릴 뿐..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항상 피해자 보호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경장은 안되겠다 싶어 직접 만나보기 위해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피해자와 연락이 닿질 않아 일단, 피해자의 부모님을 먼저 만났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사건의 충격이 크신 것 같았습니다. 얼굴은 검게 변해있었고, 턱에는 줄에 쓸린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어머님 앞으로는 안 좋은 선택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들 같은 박 경장의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가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피해자에게도 어린 딸이 있었는데, 9년 전 그 딸을 잃고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질환으로 점점 가족들과 본인마저도 망치고 있고, 자살시도도 했을 정도로 지금 불안한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전 날 사건도 피해자가 발작을 일으켜 난동을 부리면서, 어머니의 목을 조르는 것을 아버지가 제지를 하면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폭력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불안하다.”


피해자는 부모님 집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피해자의 집 앞에 도착해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연락하기를 몇 번.. 초인종도 눌러봤습니다. 하지만 안에서는 전화벨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어머니도 열쇠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낮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는데 깨우면 또 어떻게 발작을 할지 모르니 그냥 가자고 자꾸 재촉하셨지만, 박 경장은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발길을 돌리면 피해자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왔습니다.

 119에 신고하여 문을 강제 개방하자고 설득하였지만 어머니는 문이 파손되면 딸이 정말 무섭게 변할 것이라며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계속 어머니를 설득하였지만 너무 완강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밖에 나와 살펴보니 건물 현관문 옆에 화장실 창문이 있었습니다.

대문 대신 창문을 뜯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옆집에서 드라이버를 빌려 잠겨있는 창문을 강제로 뜯고 들어갔습니다.


 

“경찰의 직감이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것”


불길한 생각은 항상 맞는다고 했던가요.. 피해자가 침대에 엎드려 누워 죽은 듯이 보였고, 테이블 위에는 수면제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들이 마구 흩어져 있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바로 119에 신고하고 피해자의 호흡과 맥박을 체크했죠.

 다행히 아직 숨과 맥박이 약하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119대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를 얼른 반듯하게 눕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19 소방대원 분들이 빠르게 도착했고, 병원으로 바로 후송하였습니다.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하고 방 안을 둘러보는데 펼쳐져 있는 수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첩에는 “엄마 사랑해요, 죄송하다는 말은 안할게요. 감사해요. 제 눈을 안 보이는 중생에게 주고 싶어요.”라는 유서 같은 글이 써져 있었습니다.

박홍식 경장의 예감이 정확했던 것이죠.

안된다는 어머님의 말에 그냥 돌아갔다면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딸의 의식도 돌아오고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박홍식 경장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안색이 많이 좋아보였고, 어머님께서는 허리를 굽히시며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병원비.

 노부모의 경제력은 없는 상태였고, 피해자 역시 무직인 상태로 오래 지내왔던 터라,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자살은 의료보험조차 적용할 수 없다는 병원의 말에 병원비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며, 박홍식 경장은 지자체와 유관기관과의 솔루션팀을 통하여 병원비 지원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기관과 연계시켜 지원을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여 약속은 당연히! 지켰구요.

 

 

신속한 판단으로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하고 전날 자살을 기도했던 어머니의 마음까지 안심시킨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홍식 경장. 이런 분이 있기에 서울경찰, 서대문경찰의 미래는 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