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알코올중독 가해자 치료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찾아주다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정성껏 살펴주시고 많은 도움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알코올중독 치료를 성공하여 가족으로부터 존경과 인정받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형사님의 수고와 노력이 헛되지 않고 보람이 되었다는 것을 꼭 증명할 것입니다.”

무슨 사연인 걸까요?

편지를 보내온 주인공은 지난달 “술에 취해 칼을 들었다”라는 부인의 112신고로 입건된 깡마른 체구의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그는 매일 술에 취해 가족들을 향한 욕설과 폭행을 서슴지 않으며 점점 폐인이 되어 가고 있었고 급기야 “다 같이 죽자” 하며 칼을 들기까지 해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가장이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이란, 집안 내에서 발생하는 ‘사적인’ 일이며 간섭하지 않는 사항이었습니다. 

 

이후 점차, 가정폭력을 집안의 사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 결과 1997년 12월에 ‘가정폭력 방지법’이 제정되고,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었습니다.

 

현 정부는 가정폭력을 성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했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이란 더 이상 가정 내의 사적인 일이 아니며 누구든 쉬쉬해서도 안 되는 범죄가 되었습니다.

가정폭력특별법이 개정된 이후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 되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등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였습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가정폭력 재범률..

그리고 알코올중독자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합니다

 

이대로는 안돼!

 여성청소년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지 머리를 맞대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단순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바로 가해자에 대한 care를 통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한다면 재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으로 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피해자(가해자의 부인)도 남편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여러 차례 시도 하였으나 남편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도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담당형사와 가정폭력 담당자는 끈기를 가지고 치료 상담을 연계하고자 방문을 시작하였습니다.

역시나 소리치며 거부하는 남편..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부인의 간절한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두 번, 세 번 포기하지 않고 방문과 설득을 계속하였습니다.

그의 손을 잡고 “치료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가자” 라고 가족같은 마음으로 강하게 외쳤을 때, 그의 마음에 전해진 것일까요. 치료를 해보겠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후 담당형사와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은 치료 병원을 연계하여 알코올중독 진단 및 상담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도록 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 부인에게서 감사 인사가 왔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심했었는데

남편이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어, 우리도 이제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는  말에 가슴이 너무나 벅차 올랐습니다.

이후 가해자였던 남편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위와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서 담당 형사에게 보내온 것입니다.

꼭 치료하여 가족으로부터 존경받는 어른이 되겠다는 말..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봉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가해자 성향 교정을 통한 가정폭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가정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홍보안내문 배부 및 가해자 모니터링 상담 관리 등으로 현재 6명을 치료ㆍ관리 중입니다.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이란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가해자를 치료, 근본적인 문제 해결ㆍ평화로운 가정을 만드는 데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