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냐 넌?
지난 19일 오후 1시경 도봉경찰서 생활범죄팀은 소주 4박스가 사라졌다는 신고 접수를 받았습니다.
(생활범죄팀은 100만 원 이하의 절도사건 등 자칫 소홀히 취급될 수 있는 서민범죄를 좀 더 체계적이고 세밀한 수사를 하여 검거에 주력하기 위해 2월부터 신설된 전담팀입니다)
당시 상황파악을 위해 CCTV를 열어 보았습니다.
13만원 상당의 소주 박스 4개를 한 번에 등에 지고 유유히 현장을 떠나는 용의자의 뒷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박스 하나 무게만 해도 40kg인데... 도대체 누구냐 넌..?
2. 한가닥의 실마리 발견! 범인이 OO동으로 떠났다.
OO사거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하나하나 열어보았습니다.
용의자가 소주 박스를 등에 지고 범행 장소 뒤편 상가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발견하였습니다! 용의자가 탄 차량은 흰색 OO차량이었습니다.
또 다른 CCTV에서 문제의 흰색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한 가닥의 실마리 발견! 차는 OO사거리에서 OO동 향으로 사라졌습니다.
3. 그 단서 하나를 끈질기게 추적하다
용의차량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방범용 CCTV, 버스 블랙박스 및 사설 CCTV 50여 대를 확인하였습니다. CCTV에 찍힌 번호 하나하나는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CCTV 여러 대를 조합해 퍼즐을 맞추듯 숫자 하나하나를 채워나갔습니다.
하나하나를 모으다 보니 용의 차량번호가(Ox x OOOO)이라는 번호가 나왔습니다. (x부분은 식별 불가능)
4. 산 넘어 산.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나온 번호만으로 조회해 보니 무려 145대가 검색되었습니다! 맙소사..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다 묘수가 떠올랐습니다. 서울에 등록된 차량만 검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소지로 등록된 차량을 우선 확인하자 17대로 압축되었습니다.
이날 이후 한 대 한 대, 일일이 방문해 차량을 확인하던 중. 11대째 차량에서 용의자 의심 차량을 발견하였습니다!
5. 드디어 범인 검거!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차량주소지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하고, 잠복한 지 6시간, 용의자 차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피의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 피의자는 순순히 자신의 범행 사실을 실토하여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6. 검거 뒤의 씁쓸함.. 하지만 형사의 길은 계속 가야한다!
피의자는 4인 가족의 가장으로 11년간 한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를 해오면서 사장으로부터 인정받은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헌데 배달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봉급이 3년 전부터 190만 원으로 30여만 원이 줄어들어 생활이 궁핍해졌고, 생활비에 사용하고자 남의 소주 상자를 훔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이런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요즘 사회의 실태에 마음 한구석이 쓰리지만
경미범죄 피해자들의 마지막 희망인 생활범죄수사팀은 오늘도 범인 검거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하고 또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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