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들을 돌볼 ‘새 형님’이 왔어요
전국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돌볼 ‘새 형님’을 소개할까 합니다.
서울남대문 경찰서 서울역 파출소 한진국(54) 경위가 1월 28일부터 장준기(53) 경감의 뒤를 이어 노숙인 관리를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큰형님’으로 불리며 노숙인을 가족처럼 돌봐왔던 장준기 경감은 경위에서 한 계급 승진해 서울역 파출소를 떠나 충북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노숙자를 보살피고 관리하는 업무는 힘들고 까다롭고 신경 쓸 부분이 많은 탓에 지닌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낸 후임자 공모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가 마지막 날에 한진국 경위가 유일하게 지원하면서 공백을 메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장준기 경감도 한진석 경위가 “노숙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봉사 정신이 투철하여 적임자”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진석 경위가 일찌감치 장준기 경감의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한진국 경위는 20여 년간 외국인 관련 수사나 정보수집, 외국 귀빈 경호 같은 외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오다 지난해 2월 서울역 파출소에 발령받아 왔습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외국 귀빈을 경호하는 일에 싫증을 느낀 한진국 경위는 어려운 이들 가까이 가서 그들을 보듬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자 선택한 ‘제2의 경찰인생’이었습니다.
한진국 경위는 서울역 파출소에 오자마자 장준기 경감의 보조를 자처해 서울역 일대의 노숙인들을 만나고 다니며 장준기 경감이 노숙인을 대하는 모든 것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런 덕분에 1월 27일 오전 장준기 경감이 한진국 경위와 함께 서울역 일대를 돌면서 노숙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을 때 노숙인들은 장준기 경감의 후계자인 한진국 경위에게 익숙한 듯 인사를 했고, 떠나가는 장준기 경감도 노숙자들에게 한진국 경위를 잘 부탁한다며 따뜻한 당부를 하였습니다.
이제는 한진국 경위가 홀로 순찰을 나가도 노숙인들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숙인들이 모이고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한진국 경위가 순찰 겸 노숙인을 위하여 다니는 구역은 서울역 광장뿐만 아니라 서부역 후문 일대, 서울역 지하보도, 남대문경찰서 뒤편 작은방 사람들(일명 남대문 5가 쪽방촌) 등입니다.
한진국 경위는 “어려운 일도 소명의식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이 일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과 보람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라면서, “노숙인들에게 회초리를 든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며,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보듬어주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노숙인들이 목욕하고 싶다고 하면 목욕시켜주고, 머리 깎고 싶다고 하면 이발해주며, 노숙인들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고 힘을 주는 것”이 포부라면 포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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