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할아버지의 침묵

2015. 2. 3. 16:51

할아버지의 침묵

"으읍!"

얼마나 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오래된 음식물 쓰레기와 어지럽혀진 방바닥.

할아버지는 그 한가운데 침대 아래에 누워있었습니다.

몸을 일으킬 기력조차 없는 할아버지는 깊이 팬 눈동자를 가까스로 움직여 임복기 경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는 듯했습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조용하시네...."

지난 27일 오후 12시 30분경. 아랫집에 사시는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만 해도 윗집 할아버지의 걷는 소리, 물 트는 소리 하나하나가 거슬릴 만큼이나 잘 들렸었는데 유난히도 조용한 오늘입니다.

평소 지병이 있어 바깥출입도 거의 없다시피 하셨던 분인데.

덜컥 겁이 난 아주머니는 조심히 위층으로 올라가 벨을 눌러보고 문을 당겨도 보았지만 무거운 정적만이 흘렀습니다.

 

       "여기 지병이 있으시던 할아버지가 계신데요.......

                                    아무래도 집 안에서 돌아가신 것 같아요. 문도 잠겨있어요."

 

변사 의심 신고를 접수한 까치산 지구대. 임복기 경위와 김영진 경사, 그리고 최영현, 강인집 순경은 누군가의 주검과 마주할 것만 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쉽게 단정할 수는 없었기에 119 공조요청도 잊지 않았습니다.

 

"계십니까?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쾅쾅쾅)

 

몇 차례의 두드림과 침묵의 반복.

강신철 팀장은 창문을 뜯어내고서라도 집 안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내 묵직한 창문은 경찰관들의 손에 붙들려 기이한 소리를 내며 마지못해 창틀에서 비켜섰습니다.

아뿔싸.

쓰러진 듯 누워서 미동도 없으신 할아버지.......

싸늘한 방 안에서 마주한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분명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곁에 놓여있던 수첩. 그 안에서 할아버지 아들의 연락처를 찾을 수 있었고, 아들과의 연락 끝에 할아버지께서 다니시는 지정병원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서둘러 들것에 태우고 구급차로 달려가는 길.

스치듯 마주친 할아버지의 눈동자는 마치 이 말을 되뇌는 듯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라는 말.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늘날에는 썩 공감 가지 않는 말인 듯도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가 하면

이웃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파렴치함이

하루하루의 메인기사를 장식하게 된 지 오래입니다.

 

윗집 할아버지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속에 '성가심'보다는 '걱정'을 담아냈던 아랫집 아주머니의 정과 아량.

 

과연 나는 내 이웃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매일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그들에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서지는 않았던가.

아주머니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눈으로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국민의 봉사자를 자청하는 우리 '경찰관'

부디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나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밀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01-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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