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이루어진 부녀의 기적 같은 재회
지난 7월 24일 조용하던 노원구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갑자기 통곡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무려 28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와 딸 김 모씨(79세)와 그의 딸 김 모씨(46세, 여)가 그간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기쁨을 참지 못하고 결국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린 것입니다.
아버지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18살 때 헤어진 딸은 중년의 여성이 되어있었습니다.
이 만남을 주선한 홍재연 경사와 주위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장애인 보호시설 관계자들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들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가족은 강원도 주문진읍에 살고 있었습니다.
김 모씨(46세, 여)와 그녀의 여동생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5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뇌병변 장애 2급을 앓고 있던 그녀는 종종 혼자 집을 나갔다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버지 김 모씨(79세)는 항구에서 생선을 손질하며 생계를 책임지느라 두 딸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28년 전 어느날, 18세의 딸이 또 한번 혼자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긴 것입니다.
이후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는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온 것입니다.
그러던 지난 2월. 아버지는 오랜 슬픔과 괴로움의 나날 끝에 결국 딸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체념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딸의 사망신고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강릉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강릉경찰서 경찰관들은 딸이 살아있을지 모른다고 김씨를 설득한 끝에, 딸을 찾기 위해 김씨의 DNA를 채취하였습니다.
강릉경찰서가 실종아동전문기관을 통해 김씨의 DNA 정보를 조회한 결과, 김씨의 딸로 추정되는 실종자의 DNA 정보가 지난 2006년 서울 노원구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등록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강릉경찰서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노원경찰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노원구 장애인 보호시설을 찾아 딸로 추정되는 김씨의 DNA를 다시 한번 채취하여, 아버지 김씨와 딸 김씨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습니다.
며칠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이 둘의 유전자가 99.99% 일치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고, 바로 이튿날 아버지 김씨는 딸을 만나기 위해 강릉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것입니다.
서로 얼싸안고 한참을 운 후에 아버지 김씨는 “28년 동안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이제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경찰이 우리 딸을 찾아줬다”면서, “딸에 대한 미안함과 괴로움에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할 뻔 했는데, 이 은혜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고 홍 경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영화보다 영화같은 부녀의 재회 스토리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기사를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DNA로 28년 만에 상봉한 부녀라니, 정말 미드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 현실로 일어났네요!”, “남은 시간이라도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라는 등 김 씨 가족에게 따뜻한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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