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영감님 좀 찾아주세요."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순찰 4팀 경장 유민수, 경장 이영준은 지난 8월 3일 오후 3시경 미귀가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아이고~ 우리 영감이 운동하러 간다고 아침 7시에 나가서는 아직도 안들어 오고 있어요. 밥도 못먹었을텐데…”
할아버지는 80세고, 할머니는 70세랍니다. 몇 해 전에 할아버지께서 풍이 와 잘 걷지도 못하신다며 걱정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두 사람도 걱정이 앞섭니다. 할아버지께서 핸드폰도 없으시지만, 더 걱정인 것은 낮기온 32도,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몸도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8시간째 소식이 없으시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걱정마세요.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모시고 올께요.”
두 사람에게는 불안한 마음보다, 할머니를 안심시키는게 먼저였습니다. 할머니께 사진을 받아든 뒤 두 사람은 할아버지를 찾으러 길을 나섰습니다.
할아버지가 평소 운동하신다는 곳부터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주변 위치한 공원과 화장실, 더위를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건물 등 꼼꼼히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사진 속 할아버지를 보셨다는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다.
유민수 경장은 119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오늘 오전 7시 이후로 접수된 신고 중에 80세 정도의 할아버지가 관련된 신고가 있습니까? 인상착의는…”
“아까 용산구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중앙대병원으로 후송한게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할머니께 안전하게 모셔다 드린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영준 경장은 중앙대병원 응급실에 즉시 연락을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 사람이 찾는 할아버지는 아니랍니다. 잠깐 불안한 생각들이 스쳐갔지만, 최대한 빨리 할아버지를 찾는게 급선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또 할아버지가 계실만한 곳을 몇 군데나 찾아다녔을까요. 이미 두 사람의 근무복은 땀에 흠뻑 젖었고, 손에 들고 있는 사진도 흠뻑 젖어 꾸깃꾸깃합니다.
할아버지의 집과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이태원 주공아파트에 들어서며 경비아저씨게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자세하게 본건 아니라서 확실치는 않지만, 아까 이렇게 생긴 분을 본 것 같은데요? 아파트 순찰 중에 지나가시는 걸 본적이 있어요.”
‘찾았다!’ 두 사람은 눈을 맞추며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평소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못뵈던 분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흥분한 터에 발걸음은 거의 뛰다시피 하지만, 할아버지가 계실만한 곳을 꼼꼼하게 수색합니다.
곧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와 달리 30분이 넘어도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되겠다. 영준아, 그러면 안되지만… 쓰러지셨을지도 모르니까 그늘진 곳이랑, 나무가 우거진 곳도 찾아보고 혹시 더우셔서 아파트 계단으로 올라가셨을지도 몰라. 각 동마다 옥상까지 찾아보자.” 유민수 경장은 이영준 경장과 구역을 나눠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그때!
단지 내 후미진 곳에 있는 동의 2층에서 어떤 노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달려갑니다. 1층으로 모시고 내려와 사진과 비교해봅니다. 말끔히 차려 입은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확실합니다. 두 사람과 할머니가 애타게 찾던 할아버지가 맞습니다.
“할아버지~ 여태 어디 계셨어요?”
이영준 경장은 안도감에 할머니를 모시러 뛰어갑니다. “할머니!! 찾았어요~!!”
할아버지는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여기가 우리 집인데… 당신들은 뉘슈.” 할아버지는 계속 여기가 자기집이라고 우기시네요.
곧이어 이영준 경장은 헐레벌떡 할머니를 모시고 옵니다. 얼굴에는 땀이 범벅입니다.
“이놈의 영감탱이야!!!” 할머니는 화가 단단히 나신 모양입니다. 할아버지 연세도 생각 안하시고 등을 때리시는 걸 보니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오전 7시에 나가 오후 5시가 넘어서 찾으셨으니 혼자 계신 할머니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요.
“자~ 자~ 할머니, 그만 화 푸시고. 어디 다치신 곳 없이 찾아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손 한번 잡아주세요.” 그제서야,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는지 할머니도 노여움을 푸십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할머니, 더우니까 저희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유민수 경장은 친할아버지를 모시듯 순찰차로 안내합니다.
순찰차를 타시면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꼭 붙드십니다. 이제는 할아버지 손 꼭 잡고 두 분이 함께 다니시기로 약속하십니다.
아까 전부터 유민수 경장의 손에는 더운 날씨 탓에 시원하지도 않고 되려 뜨겁기까지 한 피로회복제가 들려있습니다. 커피 한 잔ㆍ음료수 한 병도 안 받는 경찰관들이지만, 이건 받아도 되겠죠?
이영준 경장은 오늘 무척 더운가 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며 땀이 나는지 혀를 쭉 내밀지만, 장난스러운 얼굴에는 왠지 모를 웃음이 보입니다.
더운 날씨에 장시간 외출(?)하신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땀나도록 뛰어다닌 우리 두 경찰관.
칭찬받아 마땅하겠죠? 두 사람을 위해 시원한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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