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심 · 현장 중심
안전한 서울, 질서있는 서울
자세히보기

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서울경찰 숨은 영웅을 찾아서' #8 (CSI : 서울)

서울경찰 2012. 9. 3. 11:53

 

 

 

 

 

 

 

 

경복궁 주변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다. 잠시 후 소방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내 TV에서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3층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현장 근무자 4명이 숨지는 등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라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과 함께 볼 수 있는 경찰관의 모습,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에는 CSI라 써 붙인 그들을 만나러 간다.

 

 

 

 

미국 드라마 CSI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이 되어 그런지, 서울경찰청 견학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수사계를 찾는다. 서울경찰청 형사과 소속 과학수사계에는 현장감식팀과 사건분석팀, 검시팀, 그리고 화재감식팀이 있다.

 

 

 

 

이상준 경위

 

 

화재감식팀장 이상준 경위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상준 경위는 화재감식 전문수사관임과 동시에 화재감식 마스터다. 마스터는 전문수사관 인증을 받고 해당 부서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 중 선별과정을 거쳐 경찰청에서 인정하는 제도라고 한다. 또한, 이상준 경위는 대학에서 화재 안전공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예비 박사다.

 

 

이승훈 경사

 

 

화재감식 전문수사관인 이승훈 경사다. 화재감식으로 미국 연수를 다녀왔고, 국제화재조사관협회(NAFI)에서 발행한 화재폭발조사관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이승훈 경사가 쓴 화재 조사 이론과 실무’ ‘화재조사 사전은 대학에서 소방방재 공학과 학생들의 강의 교재로 쓰인다고 한다.

 

 

 

두 전문가 앞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화재감식이 무엇인가요?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했다. 화재가 나면 소방과 경찰이 화재현장을 조사하는데, 경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발화지점을 찾고,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승훈 경사가 컴퓨터 화재 시뮬레이션을 설명하고 있다. 아주 신기한 프로그램이다. 화재현장의 도면과 현장의 조건 이를테면, 소파의 재질, 테이블의 종류, 가연물의 수분함량도, 창문의 개수와 열림의 정도 등 - 을 입력한다.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입력하고 가상의 지점에 점화를 해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훼의 정도가 나온다. 결과물을 현장의 상태와 비교해보면 발화지점의 추측이 가능하다. 얼마나 놀라운 프로그램인지!

 

 

 화재감식 이야기!

  

 

 

얼마 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처음에는 실화에 의한 화재로 추정되었으나 화재감식팀의 감식결과 누군가의 방화로 인한 화재임이 밝혀졌다. 식당주인이 장사가 안 되자 종업원과 공모하고 수십억 원대의 보험금을 타내려 방화한 것을 감식반의 감식을 통해 밝혀냈다 한다.

방화와 실화는 차이가 있나요?”

, 있습니다!!”

구체적인 화재의 형태는 수사상 보안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는데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확신에 찬 이승훈 경사의 이야기이다.

다음날 아침에 이상준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재 현장 감식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 그러죠.”

 

은평구 소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이다.

 

 

 

 

 

주변에 도착했다. 소화된지 하루가 지났는데 현장입구서부터 불에 탄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데...

 

미세먼지...

기침을 하는 우리에게 감식반 직원이 분진마스크를 주면서 말한다.

오래 사시려면 마스크 하셔야 돼요

 

 

 

 

 

 

요즘 젊은 경찰관들이 화재감식을 피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대낮인데도 현장은 캄캄하다. 불에 타 버린 현장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손전등을 비추자 날아다니는 까만 분진.

이 때문에 감식요원들은 한 여름에도 온몸을 덮는 방진복을 입고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작업을 한다.

 

 

 

 

이승훈 경사의 이야기.

미국의 경우 화재감식 요원들의 보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유는 힘도 들지만, 더불어 전문적인 지식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화재감식반은 전기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화학도 알아야 하고, 홍보실 직원 못지않게 사진도 잘 찍어야 하니 그도 그럴 만하다.

 

 

 

 

화재감식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현장은 하루 종일, 또 어떤 현장은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며칠에 걸쳐 감식을 한다. 그래야 그 과정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미세증거, 발화원인 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해 파손되어 쌓인 잔해들을 하나하나 들추며 바닥이 나올때까지 작은 증거 하나라도 놓칠까 깨끗하게 청소까지 한다.

 

 

 

 

감식 전후 사진을 비교 해 보면 현장 감식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지 알 수 있다.

마치 땅속에서 오래된 도자기를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작업을 한다. 그 모든 과정을 일일이 사진을 찍고 증거가 될 만한 물건들을 꼼꼼하게 수집한다.

 

 

 

호미와 삽!

 

 

과학수사계 CSI직원들과는 무언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비다.

화재감식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승훈 경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호미와 삽이라고 말한다.

다 타버린 현장에서 호미로 하나하나 뒤지고 다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장비라는 설명이다.

 

호미라는 가장 원시적인 장비도 유능한 조사관의 손에 있을 때는 최고의 과학수사 장비로 거듭난다는 것을 생각하니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 장비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같이 동행한 나는 암흑같은 곳에서 10분을 못 버티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단화. 오늘도 단화는 주인을 홀로 어둠의 현장에 보내고 덩그러니 기다리고 있다.

화재감식팀 경찰관들은 1년에 200일 정도를 감식한다고 한다. 일년 중 감식 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 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감식장비 

 

 

 

 

화재감식요원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마치 탄광근로자가 사용하는 물건처럼 까만 분진이 붙어있다.

카메라도, 손전등도, 심지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내부도 까맣다! 이들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

어둡고, 냄새나고, 더럽고, 덥거나 추운 곳에서 일년에 200일 이상을 고생하는 이들을 예전엔 왜 미쳐 몰랐을까?

 

 

오늘도 화재 현장에서 보물찾기 하듯 열심히 진실을 캐내고 있는 서울경찰청 화재감식팀 모두에게 같은 경찰관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함께 삼겹살에 소주한잔 기울이며 목에 낀 분진을 씻겨주고 싶다.

서울경찰청 화재감식팀! 여러분이 진정 서울경찰의 숨은 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