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의 참수리! Sky POLICE
서울경찰 항공대를 만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24일 한강 노들섬에서 서울경찰 항공대를 만났다.
한강의 노들섬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 이라는 뜻으로, 중지도(中之島)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공시지명은 노들섬이다. 주변의 노량진(鷺梁津)은 노들나루의 한자식 표현이라고 한다.
경찰인 나도 사실 항공대를 잘 몰랐다. 경찰항공대를 모르는 모두에게 경찰항공대를 소개 한다.
나비를 잡으려면 나비가 자주 나타나는 꽃밭을 찾아가야 하듯 항공대를 만나려면 항공대가 지나는
길목에 있어야 한다. 서울경찰 항공대는 매주 2회 한강 순찰을 한다. 한강순찰을 하는 항공대를
노들섬에서 만나 살짝 동승해 본다.
헬기에 올라타 헤드셋을 쓴다. 한강순찰대 고속정이 항공대를 부르는데 공교롭게도 항공대의 무전음어가 ‘나비’다
한강순찰대 : 나비! 여기는 배하나!
항공대 : 여기 나비!
벨 206헬기
우리를 마중 나온 헬리콥터는 미국 벨(Bell)사에서 제작한 7인승 Bell-206이라는 헬리콥터다.
제작연도는 꽤 오래되었지만, 최근에 전면수리(Overall Replacement)를 해서 그런지 새 비행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헬리콥터만 유일하게 신형 경찰옷(신형경찰CI)를 입고 있었다.
이유는 헬리콥터의 비싼 도색비용 때문에 순차적으로 도색할 예정이란다.
<서울경찰 항공대가 보유 중인 헬리콥터 좌로부터 BELL-206, BELL-412, MI-172> 헬리콥터 얼마예요? 비싸지 않으면 길도 막히는데... 헬리콥터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정확한 가격은 비공개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 헬리콥터는 지금의 비슷한 모델을 대략 비교하면 40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경찰 항공대가 보유한 3척의 헬리콥터중에 이 기종이 가장 저렴(?)하단다. 비싼 헬리콥터는 200억이 넘고, 헬리콥터는 옵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00억 400억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하늘에서의 입체적ㆍ종합적 순찰 항공대의 한강 순찰은 단순한 비행이 아니다. 이날도 한강 순찰대와 연계훈련을 병행했다. 익사자의 신속한 구조와 응급후송에 관한 훈련이었다. 몇 년전 한강다리에서 투신하려는 신고를 받고 항공대 헬기가 먼저 출동해 상공에서 마이크로 투신하려는 사람을 설득했고, 강에서는 한강순찰대가 출동 대기해 투신을 막았던 사례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로만 다니던 서울 시내를 헬리콥터를 타고 다녀보니 말 그대로 모든 게 장난감처럼 보인다. 경찰 헬리콥터에는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지상 700미터에서 사람의 얼굴과 차량번호판의 식별이 가능하다.
헬리콥터를 타면 헤드셋을 착용한다. 이유는 헬기의 소음을 줄여줄 수 있고, 옆 사람과도 이야기가 가능하다.
더 신기한 것은 조종사와 관제사의 영어교신도 들을 수 있었다.
항공교신은 영어교신이 표준이고, 다만 상황에 따라 자국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늘에도 길이있다
특히 서울상공을 비행할때에는 정해진 항로로 비행을 해야 하며 항로를
벗어날 경우 필히 무전으로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자기주도형 항공순찰!
우리를 태운 헬리콥터는 광진교를 지나 강동대교, 팔당대교까지 비행했다.
강동대교 이후는 경기청 관할이지만 우리 항공대가 늘 비행순찰을 해 준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조종사 조규환 경위는 치안임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참 좋은 말인 것 같다. “치안임무의 연속성! 효율성!”
서울경찰 경기경찰 이기 전에 다 같은 대한민국 경찰이다.
팔당댐은 상수원 절대 보호구역이다. 폐수와 쓰레기 등을 버리는 행위를 항공에서 보고
이상 유무를 관할 자체단체에 통보하는 것도 항공순찰의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한강 상공을 비행하면서 교통상황과 주변상황을 한강순찰대와 무전으로 교신을 한다. 한강순찰대도 항공대가
지나 가는 것을 아는지 항공대가 근처를 비행하면 “나비 고생하세요!”라는 무전을 서로 주고 받는다.
김포에 있는 경찰 항공대에 도착했다. 이곳은 경찰항공대 뿐 아니라, 산림청, 서울소방, 국토해양부,
방송국 등 헬리콥터를 운영하는 많은 기관들이 함께 상주해 있었다.
김덕영 서울항공대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김덕영 항공대장도 조종사다.
75년도 육군 항공학교에 입학하여 지금까지 37년 동안 헬리콥터 조정을 했다고 한다.
김덕영 대장뿐 아니라, 이곳 항공대의 조종사와 정비사 모두가 군에서 근무를 하다
경찰로 특별 채용된 베테랑 비행사와 정비사들이다.
항공대장은 비행시간만 5,000시간에 이른다. 헬리콥터의 경우 일반 여객기처럼 장시간 비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헬리콥터로 5,000시간을 비행하려면 30년 이상 조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김덕영 대장의 헬리콥터의 대한 강의가 이어진다. 헬리콥터가 날아 오르는 힘인
양력에 대한 설명, 비행기 조종의 원리, 러시아 비행기와 서방비행기의 차이점 등등
40년 가까이 헬리콥터와 함께한 인생이니 얼마나 할말이 많을까!^^
항공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헬리콥터에 신기하게 차량용 네비게이션이 달려있었다.
이유는 헬리콥터 전용 네비게이션은 수 천만원을 호가하고, 지도나 지형도 일반인이 보기 쉽지 않아
뒷좌석에 탑승하는 사람들을 위해 차량용 네비게이션을 달았다고 한다. 고속도로 위를 날아 갈 때의 일이라고 한다. 갑자기 네비게이션에서 “속도를 줄이세요! 전방에 과속 카메라가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세요!!!”
헬리콥터는 보통 하늘에서 시속 200Km/h이상의 속도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헬리콥터에 설치된 네비게이션이 놀란 목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도 경찰청장을 태우고 지방 치안현장을 순시했을 때의 일이라고 하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 뒤로 헬리콥터내 네비게이션 아가씨는 비행 중 말을 못하도록 특수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김덕영 대장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 : 비행기는 비행 중 엔진이 꺼져도 안전하게 비상착륙을 할 수 있는데 헬리콥터는 엔진이 꺼져 버리면 추락하는 건가요?
김덕영 대장 : 헬리콥터가 비행 중에 엔진이 꺼져 버리면 헬리콥터의 로터(날개)를 본체 엔진으로부터 분리되어 자동 활공을 할 수 있어요 마치 어릴적 바람개비 모양의 종이를 위에서 떨어뜨리면 뱅글뱅글 돌면서 천천히 땅에 떨어지는 원리와 같은 거죠! 헬기가 착륙지점에 도달 하기전에 조종사는 조종간을 조작하여 브레이드(날개) 피치(꼬임)각을 순간적으로 높여 양력을 발생시켜 안전하게 착륙시키도록 한답니다.
실제 그런 비상착륙훈련도 하고 있고요.
나 : 그럼 바다나 강에서 떨어지면....
김덕영 대장 : 특히 물위를 비행하는 헬리콥터에는 비상착륙시 동체 아래에서 튜브가 장착이 되어 조종사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튜브가 터지고 그때부터 구조시까지 배의 형태로 물에 떠 있을 수 있지요
생각보다 헬리콥터가 안전했다.
<두손을 올려 계기비행 시범을 보여주고 있는 차상현 경위>
서울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헬리콥터에는 계기 비행을 할 수 있는 무인 항법장치가 달려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울에서 이륙해서 독도까지 날아가는 길의 좌표를 헬기에 입력해 놓으면 조종사가 조종간에서 손을 떼도 헬기가 독도 상공까지 스스로 비행을 할수 있다고 했다. 참으로 똑똑한 헬리콥터다!
서울경찰 항공대에는 유능한 조종사만큼 유능한 정비사가 있다. 무더운 날씨 항공기를 분해 조립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정비가 생명이다. 자동차야 정비가 안돼 못가게 되면 그 자리에 서면 되지만, 비행기는 서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고의 시작이기 때문에 항공기 정비는 이상이 있으면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이 없어도 일정 시간이 되면 교환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헬리콥터가 지상에 내리면 그 때부터 다시 하늘로 뜰 때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정비사들이 꼼꼼히 챙긴다.
하늘에 내린 헬리콥터를 격납고 안으로 끌고 들어고는 것도 정비사들의 몫이다. 커다란 비행기의 날개를
기다란 막대에 묶어 이리 저로 돌려 가며 격납고 안에 넣는 것도 헬리콥터의 조정만큼 신기해 보였다.
특히 서울 항공대 정비사는 정비는 기본이고, 승무원 역할도 한다. 헬리콥터는 기본적으로 정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탑승한다, 서울청이 보유하고 있는 28인승
대형헬기의 경우에는 기관사 1명이 조종실에 탑승하여 항법 및 정비사 역할까지 수행을 한다.
서울경찰청 소유 헬리콥터 안에서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는 권오창 경사도 정비사다.
10억원이 넘는 고감도의 영상촬영 장비를 이용해서 500미터 상공에서 버스 전용차선 단속임무도 수행한다.
지난 핵안보 정상회의 때는 하늘에서 VIP의 이동 동선을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지상의 경호팀에게 HD화면으로 실시간으로 전송해 주는 등 완벽한 경호업무를 수행했다.
이렇게 항공대의 임무는 다양했다. 서울경찰특공대와 함께 대테러 훈련과 임무를 수행하고, 교통정보의 제공과 단속업무, 인명구조의 업무 등 서울경찰 항공대는 24시간 항시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김덕영 항공대장이 경찰청 항공계장으로 근무할 때 처음 시도했던 거점 항공대운용도 아주 좋은 제도같았다.
서울 인천 강원을 하나의 거점으로 서로 협력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전국 16개의 지방청을 4개의 거점으로 묶고 항공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상황이다!
우리가 항공대를 취재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경기경찰청 관할 북한산 의상봉에서 한 남자가 실족해
바위아래로 떨어졌다는 신고가 항공대에 접수 됐다. 남자는 이미 바위아래서 사망을 했고,
산 아래로 이송을 하는 업무를 해달라는 신고였다. 시급을 다투는 일은 아니였다.
경기경찰청 헬리콥터는 다른 임무 수행중이라
서울 경찰청 헬리콥터가 출동을 했고, 현장에 있던 우리도 동승을 했다.
출발 전 항공대장이 출동하는 조종사와 부조종사에게 지시를 한다. 사망자지만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유족에게 안전하게 인도를 하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했다.
상공에서 헬리콥터의 문을 열자 엄청난 바람이 헬리콥터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한쪽에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항공대원들을 지켜 볼 뿐이었다.
바위산 아래로 리프트를 이용해 들것을 내리고, 조심해서 사고자를 기체 안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산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엠불런스에 안전하게 인도하고 다시 복귀하는 1시간 가량은 정말 긴장된 시간이었다.
헬리콥터를 산기슭 상공에 띄어놓고 구조 활동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게만 보이지 않았다. 구조를 마치고
항공대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말없이 고생하는 항공대원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 되새겨 졌다.
돌아오는 길 서울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많을 생각을 했다. 키가 큰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조금전 운명을 달리한 그분이나
조금 떨어져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동승한 조종사 조규한 경위에게 했더니, 조규환 경위의 말이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답니다! 저희처럼 매일 하늘을 비행하다 보면
이런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는 걸, 왜 지상에서는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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