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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비오는 날 거리 활보한 나체 남성..알고보니...

서울경찰 2012. 6. 19. 15:49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무지하게 내리고

하늘을 가르는 번개 작렬에~ 천둥까지 우르르~쾅쾅 해대던..어느날..

 

 

 

한 남성이 나체로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는 112무전이 떨어졌다.

 1시간 전 근처에서 비슷한 신고로 출동해 귀가조치한 정신질환자가 있었기에

다시 나왔나보다 하고 현장에 도착해 보니..

 

 

 

허걱!!

 

 

상황은 대략 이러했다..

 

 

 

 

삽화 그려주신 성유진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이 남성을 안전한 쪽으로 이동시킨 후 근처에 떨어져 있던 옷을 입히고 인적사항을 물었으나.. 횡설수설 할 뿐..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꽤 오랜시간 배회한 듯 한 형색에 언동도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

우선 지구대로 데려와 정신질환 보건센터에 연락하니 담당 사회복지사간호사가 왔고 정신질환 여부 확인 후 129응급환자이송단과 함께 서울은평병원으로 후송하였다.

 

 

매일 매일 새로운 일들로 가득한 지구대 생활.

몇 번의 정신질환자가 있었고 여차 여차하여 지구대에서 곧바로 보호자에게 인계했었는데 병원까지 후송해 본 것은 처음이다.

그리하여 병원으로 오고 가는 길, 동승한 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먼저 구로구 정신보건센터 사회복지사간호사님께~

 

1. 정신보건센터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정신보건센터의 주요업무는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질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및 재활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사회내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2. 정신질환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나요?

 정신질환의 종류를 몇 가지라고 한정지어서 말하기는 어렵네요. 현재 중증정신질환으로 명시하고 있는 질환은 정신분열병, 분열정동장애, 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이 있어요. 이외에도 불안장애, 기분장애, 성격장애, 알코올의존 등 다양한 질환이 있구요.

 

3. 어떤 증상을 보셨나요?

정신질환의 종류가 다양하듯 질환마다 증상의 차이가 있어요. 흔히 보아온 증상들을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양성증상에는 망상, 환각, 사고장애 등이 있고 음성증상에는 표현부족, 동기 상실, 언어빈곤 등의 증상들이 포함돼요.

 

4. 근무하면서 위험하진 않나요?

 급성기의 경우 일시적으로 위험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으나, 급성증상이 호전되고 나면 대부분 환자의 경우 위험하지 않아요. 범죄율도 일반인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많으나, 사실이 아니예요. 정신질환자 중 온순한 성격의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5.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정신질환자의 치료는 크게 입원치료외래치료로 나누어서 볼 수 있어요. 정신질환이 있다고 입원치료를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고, 증상이 악화되어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필요에 따라 입원을 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외래치료를 받고 있어요. 증상이 악화되어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고 지역에 나오면 증상이 호전되어있기 때문에 다 나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지속적으로 외래치료를 받으면서 약물관리를 하지 않으면 재발되어 재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잦은 재발은 질환의 만성화로 이루어져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구요.

 

6.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43세 우울증 여성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었어요. 큰딸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 남편이 사고로 사망하였고, 남편 사망 후 시댁에서 유산을 모두 가져가버린 후 우울증이 발병했는데 환자의 병에 대해서 가족이나 주변에서 아무도 몰랐대요.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에 그녀는 자기표현을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울기만 했었죠. 그녀와 2달 동안 면담을 시도했지만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아, 가족을 수소문해 병원에 2개월 동안 입원하도록 했으며,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어요. 이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가족 교육 등을 실시하여 현재는 회복하여 직장도 구하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7. 정신질환자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정신질환자에 대해 우리사회는 특히 우리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언론매체를 통해서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키는 사고에 대해서 적잖게 언급이 되어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각인되는 점도 있고요. 정신질환자들도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을 경우 사회에서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어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의 오해와 편견이 환자와 가족들을 더욱 민감하게 하여 오히려 질환을 감추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질환과 관계없이 사회인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서 오해와 편견을 풀고 정신질환자를 우리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먼저 필요할 것 같아요.

 

정신질환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적 질병의 한종류일 뿐, 지속적 관리로 치료 될 수 있답니다.

 

8.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활동과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강좌,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어요.

서울시정신보건센터 http://www.blutouch.net (우울증 자가검진 및 정신건강관련 정보제공)

 

 9. 관련기관인 경찰에 한마디 해 주세요

 경찰만큼 다양한 업무,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곳도 드물 것 같아요. 제때 잠도 못자고 이런 저런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업무적 스트레스로 인해 저희 센터를 찾는 경찰관분들도 계시구요.

그래서 경찰관분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검사지원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출동하셔서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면 이쪽 전문가인 우리에게 문의하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 응급환자이송단 팀장님 도 한마디 해 주세요~

 

 일하시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시나요?

몸이 아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참의 공백 후 선택한 일입니다. 모든 일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 속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며 즐거운 맘으로 진심을 다한다면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겠지요. 사회의 소외계층과 어려운 상황의 이들을 상대하는 경찰 분들도 같은 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에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이가 있다면.. 따뜻한 눈빛으로 용기를 줘야합니다. 저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우리의 편견과 무관심, 차가운 시선이 이들을 더욱 외롭고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날 만난 환자가 어떠한 상황과 이유로 병원을 택했는지 알 순 없었으나

 웃는 낯으로 손 흔드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맨발로 거리를 방황하던 처음에 슬리퍼가 신겨져 있음에 위안을 느끼며.. 지구대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들을 정신병자라 부르며 굉장히 위험한 존재 혹은

기피대상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발발 확률의 일반인에 비해

더 낮다는 뜻밖의 연구결과도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나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 자신 또한 작은 정신질환을 경험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 장애자, 주취자, 노숙자, 행려병자등의 요보호자..

지구대 업무상 범법자만큼이나 자주 만나는 이들이다.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따스한 눈길로 따뜻한 손을 건네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아울러 이들이 마시고 있는 커피잔에 동전을 던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또한 배려하면서..

 

 

 서울구로경찰서 이동진 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