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청량한 가을이 다가오는 것도 잊을 만큼
각자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업무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경찰 내부망('폴넷')에 '보이스'라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M/V)가 소개되었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슬픈 내용의 가사, 그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
직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었죠.
게다가 뛰어난 작곡실력과 노래실력을 지닌 분들이,
바로 우리 경찰 동료라는 사실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들일까?!”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두 분에게 조심스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회신하고 난 후...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9월 초.
그렇게 그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그들을 마주했습니다.
인터뷰는 처음이라 어색해하며 두 볼을 붉히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끼 많은 우리 동료들의 솔직한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김 경장) 안녕하세요, 성북서 강력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기덕 경장이라고 합니다. 팀 내 직원들은 저에게 가끔 '불독'이라고 하세요, 수사할 때는 개처럼 물어뜯는 거 같이 사건 진행하고 잡아온다고...(하하)
(김 순경) 안녕하세요, 노원서 교통사고조사계에 근무 중인 김은희 순경입니다. 계속 지역경찰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조사계로 부서를 옮겼어요. 별명이라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경찰 내부망에 '보이스'가 게재되고 나선, 직원분들이 '김가수'라고 불러주세요.(하하)
Q. 김기덕 경장이 작사·작곡하고 김은희 순경이 부른 '보이스'가 내부망에서 댓글이 200여개가 달릴 만큼 직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A. (김 경장)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느라 연락을 잘 못했던 동기, 선·후배님들과도 연락도 닿고, 여러모로 좋았던 것 같아요
(김 순경) 부서를 옮긴지 얼마 안 되서, 업무에 적응하느라 뮤직비디오가 내부망에 오른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직원들이 '노래 잘 들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요. 나중엔 댓글도 하나하나 읽어보고 응원 메시지에 답장도 해드렸네요. 내세울만한 노래실력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동받았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Q. 감성적인 멜로디 '보이스' 곡 너무 잘 들었습니다,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김 경장) 올해 보이스피싱 수법 중 대면편취형과 침입형을 강력팀이 담당하게 되면서, 많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에선 피해자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보니, 피해자들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면서 피해 진술을 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는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는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자신을 속인 범죄자를 탓하기보다 오히려 '내가 어리석어서 속은 건 아닐까' 자책하는 모습들을 볼 때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 때 제가 느꼈던 인간적인 감정을 곡으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Q. 직접 작곡한 '보이스'만 들어봐도 작곡 실력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시던데, 예전에도 작사/작곡 일을 하셨었나요
A. (김 경장) 어릴 적에 홍대 등에서 인디밴드 생활, 엔터테인먼트 일을 조금 하다가, 7년 정도 손을 놓았었어요. 그런데 중앙경찰학교 입교하고 나선 한 동기가 경찰학교 밴드를 해보자고 꼬셔서...(하하) 그 때 이후로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퇴근 후, 비번 근무 때 틈틈이 작업하고 있어요.
Q. 곡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실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김 순경은 언제부터 노래하기 시작하셨나요
A. (김 순경) 어릴 적부터 악기 연주와 같은 음악 활동을 좋아했는데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게 된 건, 중학생 때 학생주임 선생님과 함께 밴드활동을 하면서 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좋았던 경험을 계기로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쭉 밴드 보컬로서 활동 했었습니다.
Q. 두 분은 서로 예전부터 안면이 있던 사이였나요, 어떻게 '보이스' 곡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A. (김 경장) 작곡을 하고 있다 보니 노래를 불러 줄 인재를 확보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한대요. 김 순경의 경우는, 노원서에 있는 직원분이 “노래 잘하는 신임순경 한 명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라”고 하시면서 소개해주셨어요
(김 순경) 네, 맞아요.(하하) 그리고 저는 김 경장님으로부터 '보이스' 작곡 계기를 듣고, 좋은 취지로 만든 곡이라 일말의 고민도 않고 녹음을 하겠다고 했어요! 특히나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 슬픈 가사 내용이 마음에 확 와닿았거든요.
Q. 아, 김기덕 경장의 활동명 '포돌이정거장', 김은희 순경의 활동명 '네쥬'가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A. (김 경장)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 보단...(하하) 제가 경찰이라, 경찰을 의미하는 '포돌이'에다가, '정거장'은 예전에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에서 음악을 듣던 그 순간의 기억이 좋아서요. 두 단어를 합쳐, 활동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 순경) '네쥬'는 프랑스어로 내리는 '눈'이라는 뜻인데요. 흰 눈처럼 깨끗하고 순수하지만 때로는 차가운 판단력을 가진 냉철한 사람이 되자는 마음을 담아 '네쥬'라는 예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두 분 모두 뛰어난 작곡능력, 출중한 노래실력을 가지고 계신데, 경찰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김 경장)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릴 적에 상당히 문제 학생이었습니다(하하) 사고를 치거나 말썽을 부려도 어머니는 저에게 뭐라고 하신 적이 없으셨거든요.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제가 음악을 업으로 하는 걸 불안해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그만 둔 후 공부를 시작했는데, 경찰이셨던 어머니 지인분이 '너의 성향이나 신체 조건을 볼 때 경찰이 되면 참 잘 할 것 같다'고 해주셔서 경찰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김 순경) 출중하지는 않은 노래실력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부끄럽네요. 물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지만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 경찰을 하게 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훌륭한 경찰이셨던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보이스'를 만들 때, 녹음할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김 경장) 이번 노래 가사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저한테 해 준 이야기들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멜로디의 경우도, 제작할 당시만해도 다른 사건들로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상황이라... 진행이 산으로 가 몇 번이나 수정을 거듭했었네요(하하) 그런데 막상 노래 녹음 들어가면 저는 엄청 편합니다. 노래를 부른 김은희 순경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참 잘 준비해 와서 디렉션 할 것이 없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순경) 김기덕 경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하하) 사실 전 녹음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다보니, 녹음된 제 목소리가 어색하더라구요. 이번 녹음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표현해달라는 작곡가분의 요청이었는데 그 두 감정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Q. '보이스'라는 한 곡으로 그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들려줄 의향이 있으신가요?
A. (김 경장) 경찰 관련 노래의 경우 한 4곡 정도 더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보이스' 곡으로 처음 발매를 한 것입니다. 특히 초임 때 지구대에 배치되어 느꼈던 감정을 약간 익살스럽게 써 놓은 곡이 있는데 남녀 혼성곡인데 남자가수를 찾지 못해 작업을 못한 것도 있네요(하하) 저는 부서를 옮길 때마다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을 곡으로 옮겨 놓고 있어요. 다음에라도 언제든지 좋은 곡이 완성 되는대로 찾아뵙겠습니다!
(김 순경) 현재 활동하고 있는 직장인 밴드 'CHOP'에서 하는 공연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음악활동 할 예정이구요, 김 경장님이 또 좋은 곡을 만들어 주신다면 열심히 불러보겠습니다. 경찰 행사에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많은 연락 부탁드려요~
인터뷰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진행된 만남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준 김기덕 경장, 김은희 순경.
그들이 이 곡에 담아내고자 했던 마음의 목소리가
이 노래를 듣는 사람에겐 치유의 목소리로 들리길 바래봅니다.
우리들 주변에도 있을지 모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해보고, 그들에게 오히려 범죄자보다 차가운 시선을 보내진 않았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을 준 노래, '보이스'.
이번 가을, 이 노래를 들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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