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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치매 할머니의 손가락 돌림을 보고 단서를 찾은 경찰관

남대문홍보 2015. 5. 15. 19:56

치매 할머니의 손가락 돌림을 보고 단서를 찾은 경찰관

지난 5월 13일 서소문파출소 김인천 경위와 부승효 순경이 야간순찰 중 봉래동 ○○빌딩 벤치에 8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에게 다가가 ‘할머니, 밤이 늦었는데 여기서 뭘 하세요?’하고 물었는데 할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사는지, 이름 등 다른 것을 물어보아도 할머니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단박에 길 잃은 치매 할머니라고 직감하고 할머니를 파출소로 모시고 갔습니다.

두 경찰관은 할머니를 파출소 소파에 편히 앉게 하고 차를 대접하면서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한 후 사는 곳과 이름, 가족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지만 할머니는 기억하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두 경찰관은 할머니 얼굴을 촬영하여 미아 발생 시 초기에 신속히 발견하기 위해 남대문경찰서 자체적으로 구축한 ‘Help Call 신속대응 시스템’에 상황을 전파하여 도움을 구하고, 또 얼굴인식 시스템까지 활용하여 할머니 가족을 찾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30여 분이 지나갔습니다.

김인천 경위와 부승효 순경은 할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니 1분 1초라도 빨리 가족을 찾아 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가슴이 갑갑해지고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두 경찰관은 할머니를 계속 안심시키면서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없을까?’ 하고 골똘히 궁리하던 중 김인천 경위는 할머니가 잠깐 손가락을 돌리는 것을 봤습니다.

 

부승효 순경의 모습

 

‘아하, 바로 그것이야!! 하고 김인천 경위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번갯불같이 번쩍하고 스쳐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치매로 비록 의식은 온전하지 못해도 무의식이 활동하여 어떤 도움이 될만한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한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드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에서 의식은 10% 정도이고 나머지 90%는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식이 활동하지 않아도 무의식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인천 경위는 즉시 종이와 펜을 준비하여 할머니에게 드리면서 그림이나 글씨 또는 낙서도 좋으니 할머니 마음껏 써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부승효 순경은 할머니가 편하게 종이에 쓸 수 있도록 할머니를 격려하면서 옆에서 도왔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펜을 잡은 할머니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하더니 마치 용을 그린 화가가 가장 중요한 마지막 눈동자를 그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자세로 아주 천천히 한 글자씩 할머니 이름을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

두 경찰관의 눈에는 할머니가 써내려간 ‘정○○’이라는 이름이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용처럼 보였고,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눈에는 눈물까지 고였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며 실종자 찾기 프로파일링에 할머니 이름으로 검색하자 그날 오후에 실종신고가 되어있는 치매 노인으로 나왔습니다.

가족에게 연락하여 무사히 할머니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면서 두 경찰관은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적은 목걸이 활용을 제안했고, 할머니 가족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오후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했습니다.

 

김인천 경위

기억이 돌아왔는지 가족과 함께 파출소를 나가면서 “영감한테 또 혼나겠네.”라며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신 할머니의 그 한마디에 두 경찰관도 크게 웃으며 하루피로가 싹~ 날아간 것 같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