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퓰리처상 공식사이트
올해로 99회째를 맞는 2015 퓰리처상 수상자가 지난 달 20일에 결정됐습니다.
퓰리처상은 미국 보도 · 문화 · 음악 부문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가장 권위 있는 시상 부문인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지역신문인 '더 포스트 앤드 큐리어(The Post and Courier)'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 시리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합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
기사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합니다'라는 조금은 닭살 돋는 멘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혹시 죽음을 앞둔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아닐까요?
도대체 '우리'가 누구일까요?
출처 : 더 포스트 앤드 큐리어 공식사이트
'더 포스트 앤드 큐리어 신문'은 이 심층 · 분석 기사를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깊이 있게 파헤쳤다고 합니다.
자. 이제 감이 잡히시나요?
빙고! 이 기사의 키워드는 바로 '가정폭력'이었습니다.
기사제목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성공회 기도서 중 결혼에 대한 구절에 등장하는 문장이라고 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이 문장을 역설적으로 인용하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진실, 즉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4년 한해 남편이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114명이라고 합니다.
※ 201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발표된 살인사건 기사만을 분석한 결과임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95명이고,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 친구 등 57명도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네요.
이에 따르면, 최소 1.7일의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있고, 주변인까지 포함한다면 1.3일에 1명은 아내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의 범죄로 인하여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언론에 발표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까지 포함한다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라는 기사제목의 '우리'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피해자가 사망해서야 비로소 가해자와 헤어질 수 있었다는 뜻으로 말이죠.
우리 = 가정폭력 피해자 + 가정폭력 가해자
그렇다면 과연, '죽음'만이 가정폭력으로부터 이들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정답은 No입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에서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도와주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발표한 서울 지역 112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홍보로 가정폭력 신고는 2014년 1월에서 3월까지 9,908건이었으나 2015년 1월에서 3월까지는 12,038건으로 21.5%나 증가했다고 하네요.
<서울경찰 NEWS> 이번호에서는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가정폭력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를 위해 '가정폭력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아볼까 합니다.
저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주시겠어요? ^^
마침 <서울경찰 NEWS>의 발행일이 5월 8일이네요.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면서 '보라데이'이기도 합니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 8월 8일부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을 촉구하고자 주변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시선으로 '함께 보자'는 의미로 매월 8일을 '보라데이'로 정하였답니다.
가정폭력은 TV에서만 접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이며, 예방을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공감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필자는 지인에게 "가정폭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지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집 안에서 남이 부인 또는 자녀들을 때리는 것."
"그럼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알게 되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더니
"당연히 너에게 전화해야지."라고 하더군요.
제가 경찰이라 다행이네요. ^^ (제가 경찰이 아니었으면 가정사니 신고할 생각이 없다는 어투였답니다.)
필자의 지인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리는 것'만 가정폭력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폭력, 성적 폭력, 경제적 폭력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단순히 때리는 것만이 가정폭력이 아니랍니다.
가정폭력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죠.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조)
동화책 「신데렐라」에서 궂은일을 시키며 신데렐라를 학대하는 새엄마나, 「라푼젤」에서 라푼젤을 높은 성에 가둬 놓은 마녀도 여자주인공들을 때리진 않았지만, 엄연히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결혼한 사이가 아니고 동거만 하는 사실혼 관계인데, 신고해도 되나요?"
사실혼 관계도 가정폭력의 가정구성원의 범위에 해당된답니다.
신고할 수 있어요.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면 경찰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면,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피해자가 동의할 경우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에 연계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도움을 드린답니다.
가정폭력 재발이 우려된다면 경찰관에게 「긴급임시조치」 및 「임시조치 신청」도 가능합니다.
'괜히 신고해서 우리 남편이 형사처벌 받는 거 아니야?'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가정폭력을 신고한다고 무조건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형사사건과는 달리 가정보호사건은 전과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원하신다면 가해자의 성행 등을 고려하여 형사처벌 대신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 · 수강명령 등의 「가정보호처분」을 통해 행위자 폭력성행 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가정보호처분 결정이 난 사건은 다시 형사처분을 받게 할 수 없으니 신중을 가해주시고요!
출처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 리플릿 '가정폭력! 아는 만큼 멈출 수 있어요'
경찰청은 지난 2014년 3월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을 발대하여 가정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 · 지원을 위한 전담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서울 31개의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이 1명씩 배치되어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 지원업무와 함께 가정폭력 신고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 모니터링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답니다.
서울경찰은 전국 최초로 서울 시내에 범죄피해자 긴급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보복 우려가 있는 가정폭력 · 성폭력 · 학교폭력 피해자를 24시간 이내 보호를 하고, 이후 상담을 거쳐 전문 보호 · 상담 · 의료시설 등에 연계하고 있답니다.
야간에 발생한 가정폭력.
집에는 가기 무섭고,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때 바로 긴급보호센터로 오시면 됩니다.
24시간 상주하는 전담 여자경찰관이 여러분에게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참고로 범죄피해자 긴급보호센터는 만 7세 미만 남자어린이까지 동반 입소(여자일 경우 나이 상관없이 동반 입소가 가능해요)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서 위치는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
이외에도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를 돕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이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지난 2013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본인의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55.0%가, 이웃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였을 때는 55.6%가 신고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실제로 부부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폭력이 발생한 상황에서 68.0%가 '그냥 있었다'고 응답하였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고작 0.8%였다고 합니다.
이 생각과 현실의 괴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니, 본인의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족이므로' 57.4%, 이웃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였을 때는 '남의 일이므로'가 55.8%로 가장 많았습니다.
즉, '우리 집'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은 범죄가 아닌 '집안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데요.
과연 가정폭력은 범죄가 아닐까요?
아닙니다! 가정폭력은 범죄입니다.
가정폭력의 시작은 주로 개인적 요인으로 사소하게 출발하지만 성폭력, 성매매, 청소년문제, 자살, 노인학대 등 현대사회의 주요 문제로 확대되어 나타납니다.
즉 가정폭력은 한 인격을, 한 가정을,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엄연한 '폭력'이고 반드시 근절되어야할 범죄입니다.
출처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 '양성평등인권의식 경찰직장교육 강의자료'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을 '숨겨진 퍼즐과 같다'라고도 설명하는데요.
가정폭력은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한번으로 절대 그치지 않고 반복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가정폭력은 아내를 향한 폭력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대상으로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지니며, 폭력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정 내에서의 폭력이 관계를 맺는데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믿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하네요.
출처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 리플릿 '가정폭력! 아는 만큼 멈출 수 있어요'
간혹 이런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 문화에선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바르게 키우라고 해요!"
"우리 전통에선 가족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해요!"
"우리 종교에선 남편에게 아내를 마구 대해도 된다고 해요!"
이분들은?
모두 유죄! 탕탕탕!
어떤 문화와 전통과 종교도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사회문제의 씨앗인 가정폭력.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답니다.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112 또는 여성긴급전화 1366로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이주여성일 경우 다누리 콜센터 1577-1366로 전화주시면 모국어(13개 언어)로 상담해 드리고 있습니다.
※ [지원언어]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태국어, 캄보디아어, 우즈벡어, 일어, 라오스어, 따갈로그어, 네팔어, 한국어 등 13개 언어 지원
"신고하면 바로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고와 이혼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신고를 한 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는 피해자 본인이 나중에 결정하면 된답니다.
이웃이나 지인의 가정폭력 사실을 알았다면 신고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웃이 신고했다가 보복당하면 어쩌죠?"
신고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습니다. 염려하지 마시고 신고해주세요.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징후가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 이런 징후가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세심한 눈길로 바라봐주세요.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 있는 행동이 꼭 필요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당신의 관심이 가정폭력을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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