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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야기..

강동홍보 2015. 3. 6. 13:27

다음은, 강동경찰서 강일지구대 근무하는 김학구 경사가 "강동경찰서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왔습니다..

 지령근무자와 "현명한 판단"과 현장근무자의 "발 빠른 대처"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야기 속으로 한번 빠져들어 볼까요~


 자살을 기도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은 그리 멀지 않았다. 100여 미터 떨어져 있어 1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시에 도착한 구급대와 같이 반지하방 입구를 찾았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 들어간 곳에는 반지하방이 있었으나, 현관문이 잠겨져 있었고,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문 틈으로 무언가 타는 냄새와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외벽으로 난 화장실의 방범창을 뜯어내고 내부로 진입하였다. 방안에는 번개탄 2개에 불이 붙어있었고, 집안 내부는 온통 연기로 자욱하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손전등을 켜서 확인하니 요구조자는 반듯이 드러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흔들어 깨워 밖으로 데려나오고 불붙은 번개탄도 밖으로 끄집어내 불을 껐다.

바깥 공기를 마셔서인지 의식을 차린 철없는 서른여섯살의 요구조자는, 오히려 '죽겠다는데 왜들 그러세요?'라고 반문하며 성질을 낸다. 창문은 또 왜 부쉈냐며..

10여분 설득하여 겨우 구급차에 태우고 00병원으로 출발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병원비 대 줄꺼요? 아픈데도 없는데 왜 강제로 이러십니까?'라고 말 하는 요구조자..

그런 실랑이 하기를 30여분.... 신고자인 여자친구가 병원으로 도착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흥분하였고, 진정이 되지 않는다. 이런 요구조자를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지구대로 동행하였다. 다시 돌려보내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이다.

지구대에 도착후 요구조자의 핸드폰에서 친누나와 대화를 나눴던 기록을 찾아내고 그녀에게 전화하여 지구대로 오게 하였다. 자살 기도자는 절대 혼자 두게해서는 안 된다는 선배님들의 조언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대에서 다시 30여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요구조자는 안정을 찾지 못 하고 오히려 '경찰이 그리 할일이 없냐'며 시비를 걸었다. 조장인 오경위님이 담배를 권하며 진정시켰고, 팀장님도 가세하여 힘들고 어렵지 않는 인생사가 어딨냐며 토닥여 주었다.

안정을 찾은 것 같고 진정되었다는 판단이 설 즈음, 지구대로 친누나가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고 집으로 데려가게 했다.

아무튼 또 한 명을 살려냈다. 그런데, 왠지 씁슬하다.
지구대를 나서는 녀석의 처진 어깨를 보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마음은 오죽했을까?

번개탄에 불을 붙인 후 연기가 자욱할 때 여자친구에게 영상통화를 했던 덕분에 녀석은 목숨을 건졌지만,

죽고 싶다는 것보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고달픈 인생살이....
아직도 차갑고 캄캄한 밤의 공기는 뿌듯함이 반쪽 내버렸다.

이 밤을 지새며 고생하시는 강동 경찰 선후배님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가족들 모두...  

<요구조자의 방과 연기가 나고 있는 번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