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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서울경찰 2015. 2. 9. 10:36

  탈북민 이수미 씨(가명)에게는 가슴 아픈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정수리의 두피와 몸 여기저기에 입은 화상 자국이 마치 멍에를 멘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했는데요.

  특히, 두피에 입은 화상은 해당 부위에 모발도 자라나지 않아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2003년 탈북 후, 중국에서 지인의 꼬임에 넘어가 인신매매범의 손에 넘겨졌다는 그녀.

  시골에 사는 한족에게 팔려가 강제로 혼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2009년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까지 갇혀 지내다시피 하며 탈출에 실패할 때마다 남편으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고 하니 정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겠죠?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몸과 마음이 지워진 상처가 옛 기억을 끊임없이 끄집어내 그녀를 방황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따스한 손길을 건넨 건 당시 서대문경찰서에서 보안계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김경숙 경감(52, 여).

 

  그녀와 김 계장의 만남은 2012년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김 계장은 그녀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분노와 상처를 어루만져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물질적으로도 곤궁에 처하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 김 계장이 용산경찰서 보안계장으로 발령받아 서대문을 떠난 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는데요.

  그녀가 옛 상처로 힘들어하던 모습을 지켜보고 같은 상황에 부닥친 탈북민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 김 계장은 사방으로 수소문하고 설득한 끝에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탈북민 외모개선을 위한 성형수술 지원 협약을 이뤄낸 것인데요.

  지난해 7월 29일 용산경찰서와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협약으로, 화상자국 · 기형 · 문신 · 다지증 등 외모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탈북민에 대해 1인당 2,000만 원 상당의 성형수술을 지원해줄 수 있게 되었고, 이수미 씨가 1호 수혜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진료받는 이수미 씨(좌)를 지켜보는 김경숙 계장(우)

 

수술 전(좌) → 수술 후(우)

 

  이수미 씨는 수차례의 진료 과정을 거쳐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모발이식 전문병원에서 정수리 부분의 모낭이식 수술을 받고, 마찬가지로 몇 달에 걸쳐 몸 곳곳의 화상 부위 복원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김경숙 계장과 같이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 이수미 씨는 사라진 상처 덕분인지 밝고 쾌활한 모습으로 저희를 맞아주었는데요. 과거의 기억에 버티기 힘겨워 우울증 약까지 먹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Q. 성형수술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A. 네. 몸 여기저기 화상자국도 그렇지만, 정수리 부분은 머리가 자라지 않아 주변에서 탈모 아니냐고 자꾸 물어보고 그래서 힘들었는데 수술 후에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Q. 우리나라 경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처음에는 중국에서 공안에 쫓겨 다니던 기억에 심정적으로 가까워지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김 형사님을 비롯해 여러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다 보니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장 고마운 분들이더라고요.

 

  이수미 씨는 아직도 김 계장을 ‘김 형사님’이라 부르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항상 먼저 달려와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이라고 말합니다.

  통일이 되면 고향에 돌아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베풀고 싶다고 하니 그녀의 소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외모개선 성형수술 지원 협약 소식에 타 지역 탈북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남 여수에서도 안면에 입은 큰 상처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 2명이 신청서를 제출, 이번 달 중에 수술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전국 2만 7천여 명의 탈북민 누구라도 외모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의료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싶습니다.

 

  김 계장은 서대문경찰서에 근무할 당시에도 중국어학원과 여행사를 연계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의 취직자리를 알선해 주는 한편, 두 차례에 걸쳐 자선 음악회를 개최하여 그 수익금으로 관내 탈북민들에게 여러 가지 생필품을 제공하기도 했다니 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경찰서의 경감 직급 경찰관은 3년에 한 번씩 소속 경찰관서를 이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김 계장에게 매번 노력의 결실을 두고 떠나는 것 같아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저는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 씨앗에서 피어난 과실은 이 사회가 같이 나누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답합니다.

 

  치적을 쌓기 위한 일회성 탁상행정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용산경찰서 김경숙 보안계장의 "배려와 양보의 선"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