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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응급전화 911 - 그것이 정말 알고싶다

서울경찰 2014. 10. 16. 18:21

 

 

  영화 더 콜(The Call)을 보셨나요?

  하루 26만여 건, 1초당 3건의 벨 소리가 울리는 미국 911 센터에서 근무하는 요원들의 이야기입니다.

 

  911에 한 소녀의 응급전화가 걸려오고,

  911 요원인 주인공 할리 베리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찰관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반면, 2012년 4월 오원춘 사건, 그리고 올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 응급전화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했고,

  언론은 앞다투어 복잡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응급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늘 멋있는 미국 경찰!

  이에 반해, 현실에서 늘 부족함으로 질타받는 한국 경찰!

  한국의 112와 미국의 911은 어떻게 다를까?

  이런 궁금증이 경찰관인 필자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했습니다.

 

 

  필자는 지난 2012년 美 서부 네바다 주립경찰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작성했던 포스팅 "딱 하루 미국 경찰로 살아보기"(http://smartsmpa.tistory.com/891)의 경험도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美 서부가 아닌 동부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메릴랜드 볼티모어 경찰청입니다.

  왜 하필 볼티모어냐고요? 친구가 볼티모어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친구를 통해 볼티모어의 경찰청 홍보실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볼티모어 경찰청의 홍보실 Sergeant 잭슨(Jarron Jackson)!

  서울경찰청 홍보실 경위 이주일!

 

  '경찰'과 '홍보'라는 공통점을 찾아낸 필자는 잭슨 경사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며칠 후 잭슨의 짧고 간결한 답이 왔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Come and see"

  그렇다면 "Ok call"

 

 

  기꺼이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갑니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만에 도착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볼티모어는 워싱턴DC 북동쪽 60Km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볼티모어는 美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홈런왕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고향이기도 하며,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는 윤석민 선수가 입단했던 팀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볼티모어는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한데 존스 홉킨스 · 가우처 · 메릴랜드 주립대학 · 메릴랜드 노트레데임 등 많은 대학과 고등교육기관이 집중돼 있습니다.

  도시 면적은 238㎢로 서울 면적의 1/3수준이며, 거주인구는 65만 명이지만 활동인구는 20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볼티모어 경찰청!

  BPD(볼티모어 경찰청)는 NYPD(뉴욕경찰청), LAPD(LA경찰청) 등에 이어 미국에서 8번째로 큰 규모의 경찰청이라고 합니다.

  BPD(볼티모어 경찰청)에는 9개의 경찰서가 있고 경찰관만 3,500여 명이 근무한다고 합니다.

 

  볼티모어의 치안상태는 미국에서도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한 편에 속합니다.

  BPD(볼티모어 경찰청)의 홈페이지를 통해 범죄 발생률을 보니,

  연간 살인사건은 200여 건, 강도는 3,800여 건, 폭행은 5,800여 건 발생한다고 합니다.

  볼티모어 중심지를 제외한 외곽지역은 마음 놓고 다닐만한 도시가 아닌 것 같습니다. ㅠㅠ

 

 

  볼티모어 경찰청에 들어서자 홍보실 잭슨 경사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정도로 잭슨은 사교적입니다.

 

  필자와 잭슨 경사는 나이도 경찰경력도 비슷하고, 앞서 말했듯이

  현재는 같은 홍보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긴 것도 비슷하나요? ^^

 

 

  이 분은 911 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샤런 카잔스키(Sharon Kaczynski)입니다.

  잭슨 경사에게 911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많은 분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살아 있는 전설(?)을 소개해 줬습니다.^^

  샤런은 손주도 있는 할머니 요원입니다.

 


<새롭게 단장을 준비하고 있는 볼티모어 경찰청 911 센터>

 

 

  샤런이 필자를 처음 데리고 간 곳은 911 교육센터입니다.

  911 요원이 되려면 이곳에서 16주간의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911은 신고를 받는 신고접수요원(오퍼레이터)과 지령을 하는 지령요원(디스패처)으로 나뉩니다.

 

 

  신고접수요원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고를 접수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접수한 신고내용을 지령요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신고접수요원이 총기 강도사건 신고를 아주 자세하게 접수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911 신고접수요원이 사건별로 정리된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보시는 바와 같이 화면에 표출된 매뉴얼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더 콜'에서 주인공 할리 베리가 트렁크에 갇힌 소녀에게 트렁크를 탈출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매뉴얼대로 근무하는 911 요원 누구라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911의 지령요원은 경찰, 소방, 의료 3파트로 구분이 됩니다.

  지령요원은 각기 전문 교육기관에서 부여받은 자격증을 소지하게 됩니다.

  경찰 지령요원의 경우 'EPD(Emergency Police Dispatch)'

  소방과 의료 지령요원의 경우 'EFD', 'EMD' 자격증을 취득 후 근무한다고 합니다.

 

  ※ 미국의 'Priority Dispatch'社는 35년간 911의 응급신고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미국 각 주의 911 요원들에 대한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로 미국 ·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위 회사의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911은 우리나라의 112(경찰)와 119(소방, 의료)를 합친 개념입니다.

  신고접수요원은 접수된 신고를 코드1, 2, 3으로 분류를 해 지령요원에게 전달한다고 합니다.

  코드1, 2의 경우는 최대한 빨리 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코드3의 경우는 2시간 이내 출동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이런 구조는 한국의 112와 별반 다르지 않네요. 그런데 코드3이 2시간 이내라고 하니 미국 사람들 좀 느긋하네요. ^^

 

 

  볼티모어 경찰청의 경우 하루 평균 4,000여 건의 911 신고가 접수된다고 합니다.

  필자가 방문할 당시 신고접수요원은 18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경찰지령요원은 18명, 소방과 의료지령요원은 각각 9명씩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근무자의 숫자도 신고 건수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한국의 112와 비슷하네요. ^^)

  이들은 모두 같은 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의료지령요원만 경찰청 옆 병원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신고접수요원(오퍼레이터)의 배려로 실제 911 신고 내용을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911 센터에 근무하는 이들이 경찰관은 아니지만, 볼티모어에는 한 명의 경찰관이 상주해 경찰지령요원과 경찰 간의 업무에 원활한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풀리는 영화 '더 콜(The Call)'의 비밀.

 

  영화 '더 콜(The Call)'에서 LA 경찰청(LAPD)의 오퍼레이터인 할리 베리가 경찰에게 직접 지령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

  물론 아주 작은 시골 911 센터의 경우 한 명의 요원이 접수와 지령을 한꺼번에 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LAPD는 미국에서 NYPD 다음으로 큰 경찰청이니, 오퍼레이터가 직접 지령을 하는 경우는 없겠죠!^^

 

 

  미국에서 911 요원이란?

 

  한국은 공무원이 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야 합니다. 911도 그럴까요?

  확인해 보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샤론이 말하기를 볼티모어의 경우는 연중 911 요원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의 소지자로 인성검사, 신원조회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모집된다고 합니다.

  경쟁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그리 높지 않은 급여와 24시간 교대근무의 피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곳은 볼티모어 911 사무실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서울의 112센터가 이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있습니다.

  물론 천만 인구가 사는 수도 서울과 유동인구 200만의 볼티모어시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한국에는 수많은(?) 응급(긴급)전화 번호가 있고 미국에는 단 하나 911만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의 진정한 응급(긴급)전화는 112와 119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911은 한국의 112와 119를 합쳐놓은 개념입니다.

  간혹 113(간첩신고), 117(학교폭력), 111(국가정보원), 118(인터넷진흥원), 137(기무사령부) 등의 전화번호를 언급하면서 하나의 번호로 통일해야 한다고 하는데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반대입니다.

  미국은 지금 911 전화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응급전화인 311과 자체 경찰서 전화번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911 전화의 폭주로 미국 대도시는 비응급전화인 311을 홍보하고 있다>

 

 

  볼티모어 경찰차에 보면 911과 함께 311이라는 번호가 보입니다.

  311은 지난 1996년 911 응급전화의 폭주로 볼티모어 시에서 처음 도입해 사용하는 민원전화입니다.

  "교통신호기가 고장이 났다.", "누군가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등 긴급한 내용이 아닌 경우 사용하는 번호로 지금은 뉴욕과 워싱턴DC 등 미국 여러 도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입니다.

 


<911에서 35년 근무한 샤런 요원의 인터뷰입니다>

 

 

  다음날 필자는 다시 볼티모어 경찰청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911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을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911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을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잭슨 경사가 필자에게 소개해 준 한인경찰관 구성림 군입니다.

  구성림 경관에게 잭슨 경사는 스승입니다.

  구 경관이 3년 전 폴리스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을 당시 잭슨 경사가 훈육 교관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볼티모어에는 현재 6명의 한인경찰관이 근무한다고 했습니다.

 

 

  이곳 볼티모어는 경찰관 시험에 합격하는 것보다, 합격 후 폴리스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3년 전 경찰이 된 구 경관은 함께 교육받은 30명의 동기 중에 12명만 경찰관 배지를 달고 졸업을 했다고 합니다.

  11개월간의 고된 훈련 기간 중에 많은 경찰관 후보생들이 포기한다고 하네요.

 

  구 경관은 한인 2세로 미국에서 자라서 한국말이 서툰 친구입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헨리와 비슷한 엉뚱함과 활발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가워! 나는 한인경찰 구성림이야."

  처음 보는 필자에게 반말 작렬. ^^

  "나이 많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말끝에 '요'자를 붙이는 거예요~"

  "알았다~요."

 

  서툰 한국말과 특유의 제스처 때문인지 구 경관과 필자는 금세 친해졌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볼티모어 시내를 구 경관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구 경관의 평소 장비입니다.

  무전기, 권총과 탄창, 수갑, 3단봉과 경찰봉 등

  총기 사고가 특히 많은 볼티모어에서 근무복 안의 방탄조끼는 기본입니다.

  한 달에 3차례 사격연습장을 찾아 사격훈련을 하는데 한번에 300발 정도씩 쏜다고 하네요. 구 경관은 오스트리아産 글락(Glock) 권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번 날에도 개인이 휴대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하루에 몇 건 정도의 911 신고를 처리하나요?"

  "오늘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날이라 911 신고가 좀 적습니다. 그렇지만 평균 20건 정도의 911 신고를 처리합니다."

 

 

  "주로 어떤 신고가 많나요?"

  "낮에는 교통사고가 많고, 저녁에는 폭행사건이 많으며 강도 사건도 적잖게 접수됩니다. 강력사건이 접수되거나 저녁에 출동할 때는 보통 경찰차 3∼5대 이상이 한꺼번에 출동합니다."

 

 

  "근무하는 곳 치안상태는 어떤지요?"

  "볼티모어에는 9개의 경찰서(district)가 있는데 내가 속한 서부 경찰서(Western district)는 가난한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폭행사건과 마약 · 총기 사건이 많은 곳입니다."

 

  "한국은 112 요원이 경찰관인데 미국 911 요원은 경찰관이 아니죠?"

  "네 맞아요. 하지만 경찰 디스패처(지령요원)는 경찰관의 업무에 대해 아주 많이 알아요! 제가 알기로는 볼티모어 디스패처들은 모두 'EPD'를 소지하고 있어요!"

 

  "경찰 지령요원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우리 디스패처는 이곳의 지리뿐 아니라, 경찰 관련 법률과 의료상식 등의 지식이 아주 풍부해요. 우리 경찰서를 담당하는 전담 지령요원은 모두 4명인데, 나는 그들과 모두 친해요. 비번 날 같이 커피도 마시고 같이 카지노도 가고 하거든요"^^

 

 

  구 경관과 같이 서부 경찰서로 갔습니다. 볼티모어 서부지역은 치안상태가 좋은 지역이 아니라 잭슨 경사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필자가 가보고 싶다는 말에 구 경관은 기꺼이 그곳으로 안내해 줬습니다.

 

  "경찰서에는 몇 명의 경찰관이 근무하나요?"

  "우리 경찰서에는 150명 정도의 경찰관이 근무합니다."

 

 

  "경찰차를 타고 있는 지역경찰관들은 몇 명 정도 근무하나요?"

  "지금은 낮 시간대라 나를 포함해 18명의 지역경찰관들이 경찰차를 타고 근무해요. 하지만 저녁시간이 되면 35명 정도가 근무해요. 이것도 요일마다 조금씩 달라요!"

 

  "형사들도 911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 투입되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모든 신고에 형사들이 출동하는 건 아닙니다. 일반 교통사고 등은 저희 순찰요원이 출동하지만, 강도사건이나 총기사건 등 긴급한 사건이 발생하면 모두 투입됩니다."

 

  "911 신고가 접수되면 어떻게 출동하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볼티모어 경찰관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아이디처럼 쓰는 고유의 콜 넘버가 있어요. 제 번호는 '482'번인데, 지령요원은 오늘 근무자들의 콜넘버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요.

  911 신고가 떨어지면 해당 경찰관들의 콜넘버를 빠르게 호출해 출동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중요사건이면 무전을 듣고 있는 다른 경찰관들도 자신도 출동하겠다고 지령요원에게 이야기해요.

  지령요원은 체스를 두는 사람처럼 우리가 어디서 어떤 근무를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인터뷰 도중에도 구 경관은 습관처럼 911 신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911 시스템에서 경찰과 소방 · 의료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단순 응급 환자 후송 말고는 911의 모든 신고는 경찰관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해요. 예를 들어 총기에 사람이 맞았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관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살피죠."

 

  "구 경관 월급은 어느 정도 되나요? ^^"

  "미국은 경찰의 급여가 주(州)마다 다 달라요! 또 같은 주(州)라도 주(州)경찰과 시(市)경찰이 다르지요. 저는 2주에 2,600달러 정도 받아요!"

 

  경찰관 3년 차인 구성림 경관의 연봉은 65,000달러고 같은 경력의 911 근무자의 연봉은 50,0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구성림 경관이 선물로 준 교통단속 스티커 북>

 

  마지막으로 필자가 준비한 작은 기념품을 선물하자 구경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형님! 이거 기념으로 가져가세요!"

  그러면서 제게 건넨 것은 헉! 교통단속 스티커!

 

  "이것 내가 받아도 되는 물건이니?"라고 재차 물었는데

  "그렇다고 제가 가진 권총을 줄 수는 없잖아요. ^^"

  제게 아직 사용하지 않은 교통단속 스티커를 선물로 준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한인경찰 구성림과의 데이트를 마쳤습니다.

 


<구성림 경관의 어눌한 인터뷰입니다. 말투가 재미있어 촬영했습니다.>

 

 

 

  필자가 이틀간 911 센터와 미국 경찰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112 시스템이나 근무하는 근무자의 수준은

  결코 미국 911 시스템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미국 911을 통해 배울 점이 있다면 바로 실용적인 매뉴얼과 매뉴얼대로 훈련된 근무형태인 것 같습니다.

 

 

  샤런이 필자에게 선물로 준 소방과 의료에 관한 매뉴얼입니다.

  911은 이런 매뉴얼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이 공유한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Priority Dispatch'社는 이런 매뉴얼을 만들고 보급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찰청에서도 지난해 '112신고 접수 · 지령'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필자가 받아 보니 꽤 자세하게 정성 들여 만든 매뉴얼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911은 책자뿐만 아니라 신고접수자나 지령자의 컴퓨터와 연동되어 있어 매뉴얼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911 지휘부는 긴급한 신고 접수·지령 시 근무자가 얼마나 매뉴얼에 충실했는지를 본다고 합니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완성된 결과물은 기존 매뉴얼의 어느 한 페이지에 들어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가르칩니다.

  35년을 911에 근무한 샤런도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에 충실한 근무를 통해 업무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 911 시스템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은 하루에 만 건 이상의 112신고가 접수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딱 한 번! 그것도 가장 긴급한 순간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미국 911 센터에서 35년 근무한 샤런의 말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응급센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컴패션'이라고 했습니다.

  컴패션(compassion)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연민', '이해', '동정심'으로 해석되는데

  샤런이 말한 컴패션은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컴패션의 또 다른 뜻은 "Com(함께 한다) + passion(고통)"

  상대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함께 아파하고 그 위치에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911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7일간의 미국여행

  누군가 필자에게 미국 911을 한 단어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컴패션(compassion)!

 

  가슴 속 깊이 '컴패션'이라는 작은 씨앗을 품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대한민국 경찰 모두의 가슴에

  이 작은 씨앗이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