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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몸에 새겨진 일탈의 흔적을 지우다

서울경찰 2014. 10. 15. 15:57

 

 

  지난 9월 22일. 경찰관들이 두 명의 고등학생과 함께 서울의 한 피부과를 찾았습니다.

 

  이 학생들은 지난 5월 비행을 저질러 경찰에 검거된 후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됐었는데요.

  아직 더위가 물러가기 전인데도 긴 팔 티셔츠를 입은 채 땀을 훔치며 불안하게 앉아있는 이들..

  이들은 무슨 일로 그것도 경찰관과 함께 피부과를 찾아온 걸까요?

 

  의사선생님과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잠시 후 조심스럽게 긴 팔 티셔츠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그들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들.

 

 

  그렇습니다.

  이들은 한때 조폭에 대한 동경심으로 새긴 이 문신들을 지우기 위해서 피부과를 찾아온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이렇게 피부과에 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결정과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망설이던 이들 옆에서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경찰관.

 

  서울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아동청소년계 직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이 학생들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부천 일대 열 군데 고등학교의 55명으로 이루어진 'OO클럽'이라는 학교폭력서클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서클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아 학생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죠.

  지난 5월 강서경찰서는 이들 전부를 검거하여 해체하였는데, 조사를 하던 중 학생들의 몸에 용, 악마 등의 문신이 새겨진 것을 발견하였죠."

 

  이들처럼 최근 학생들 사이에 영화나 TV에 나오는 문신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고, 문신 크기를 우열을 가리는 척도로 삼기 때문에 친구들의 돈을 뺏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용을 마련하여 문신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서경찰서는 지난 6월 학생들에게 최고 60만 원을 받고 불법 문신을 해준 문신 업체를 단속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학생들을 검거한 후에도 경찰관들은 이들과의 인연을 끊지 않았습니다.

  검거에 그치지 않고 사후 집중관리를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기로 한 것이죠.

 

  어려운 가정환경, 학교 부적응 등으로 인한 소외감을 사회에 대한 반발로 표출하던 친구들이라 그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관심만이 그릇된 가치관의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후 선도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의 몸에 새겨진 일탈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양손에 피자와 콜라를 들고서 이들이 수용되어있는 안양소년분류심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들과 피자를 나누어 먹으며 몸에 새겨진 문신을 지울 것을 여러 차례 설득하였죠.

 

  "애들아,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이렇게 문신을 새겨서 나중에 취업을 하거나 결혼을 하게 될 즘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몰라. 경찰아저씨가 도와줄게."

 

  경찰관들의 설득으로 그중 일부 학생이 지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문신 제거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신제거 시술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죠.

 

  문신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까지는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문신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2달 간격으로 10여 회의 시술이 필요하고, 비용이 무려 2천여만 원이 들고요.

 

  강서경찰서는 고민 끝에 강서경찰서 협력단체 위원인 관내 피부가 원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고, 원장은 흔쾌히 전액 무료로 시술해주기로 하였답니다^^

 

 

  "경찰관이 좋은 일을 한다는데,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저도 항상 마음속에 봉사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특히 청소년에 대한 선도 봉사 기회를 준 경찰에게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그렇게 해서 경찰관과 의사가 손을 맞잡고 시작된 문신 소탕(?) 대작전!!

 

  1차 문신 제거 시술은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2차 시술도 다음 달 3일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첫 시술이라 문신들이 깨끗하게 지워지진 않았지만 1년 후면 싸~악 사라지겠죠?

 

  이번에 문신을 제거하게 된 황 모 군.

  2년 전 문신을 한 후로 한 번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녀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부모님 몰래 새긴 문신이라 집에서도 긴 팔 티셔츠로 만 지냈고, 흰색 티셔츠를 입을 경우 문신이 비치기 때문에 팔 토시까지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답니다.

 

  "문신을 할 때는 그림이 커질수록 더 강해지는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너무도 지우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내년 여름에는 당당하게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술할 때마다 겪어야 하는 고통을 꾹 참아내겠다는 각오가 큽니다.

 

  함께 문신을 제거한 이 모 군의 아버지는 "문신을 한 자식을 둔 아비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누가 저의 심적 고통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했는데 경찰이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답니다.

 

  강서경찰서는 향후에도 해마다 2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문신 제거를 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가족들이 함께 벽화 그리기에 참여하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청소년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수명의 사람들을 살해하여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수감자의 일기에

  '내가 어렸을 때 누군가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보여주었다면 오늘날 내가 없었을 것이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부디 이 학생들이 경찰관들의 관심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가 훌륭하게 성장하였으면 좋겠네요.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손을 꼭 잡은 강서경찰서 아동청소년계!

  청소년 비행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고는 선도도, 재발방지도, 예방도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네요.^^

 

  학생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과 함께 마음의 상처도, 일탈의 흔적도 지워준 고마운 경찰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