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뺑소니범 조기검거 이야기~
지난 4월 25일 새벽 발생한 뺑소니 사망사고의 피의자를 송파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의 통찰력과 타서와의 공조수사력으로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피해자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송파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경감 전선선이 작성한 송파경찰의 뺑소니범 검거스토리. 함께 보실까요~?
※ 이하 내용은 송파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의 뺑소니범 검거사례를 바탕으로 교통조사계장 경감 전선선이 사실에 입각하여 미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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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으로, 특히 수사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촉과 다투고 살아가는 숙명의 길이다. 송파경찰서 교통범죄 수사팀(6인조)은 '촉(觸)이 좋은 수사관들이다. 촉이 좋다는 것은 통찰력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이다.
지난 25일 이른 새벽 05:50경, 길가에 사람이 죽어 있는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떨어졌다. 자연스레 곧 바로 교통범죄 수사팀에 타전이 되었다. 심야나 새벽에 걸려오는 전화는 급박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대기중인 수사팀 모두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미 사망한 피해자는 싸늘하게 굳은 채 말이 없었고, 불상의 용의자는 새벽이 오기 전..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통찰1. 죽은 자는 말을 하였다..
사고 현장 노면에는 용의차량의 파편으로 보이는 라이트 유리조각만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피해자는 우측 인도 펜스 밖으로 튕겨 넘어가 배수구에 엎어져 있었고, 시신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뻣뻣하게 굳어 경직되어 있었다. 혹여 사체를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유기한 것이 아닌가.. 끔직한 소름이 끼쳤다.
어둠이 사라진 이른 아침.. 예감이 불길해 졌다.
사람을 죽이고 도망 한 사람은 어떤자인가.. 음주운전..? 무면허..?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우범자인가..? 아니면 교통사고를 위장한 타살 일수도.. .. 용의자의 그림자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주변은 공사장 주변으로 인적이 없고 차량의 통행도 한산한 장소였다.
아! 보이지 않는 미궁이란 말인가..
가루로 부서져 버린 유리조각 몇 개로는 귀신도 알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뺑소니범은 대다수 사고 직후에 머리를 쓸 겨를이 없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정신없이 도망가기에 바빴을 것이다.
이럴때에는 시각도, 청각도 아닌 ‘육감ㆍ직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수 없이 경험한 바 있다.
6명의 정예 수사관이 담당,, 이들 촉각의 날이 곤두섰다.
김창민 팀장(교통수사경력 20년), 이민환 조사관(16년), 김정규(17년), 김경원(10년), 김도균(15년), 이정윤(8년) 모두 현장에서 손발로 뛴 추적자의 달인들이다.
여러 정황에 따라 뺑소니 사고로 추정하고, 차종도 번호도 얼굴도 모르는 범인을 찾아 나섰다.
가장 먼저 죽은 피해자에게 다가가 조심히.. 정중히 물었다.
"여보시오.. 어쩌다가 이렇게 누워계시오.. 꼭 범인을 잡아 줄테니, 우리 좀 도와주시오.. "
통찰2. 단초를 찾아 나서다.
중년층의 피해자 나이만큼 허름한 지갑에서 명함이 발견되었다.
회사 관계자들을 다급히 조사하였다.
피해자는 회사 동료와 사고지점 인근 호프집에서 술을 한잔 한 후 약 2km 떨어진 회사로 걸어가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호프집에서 사고 발생 장소까지 거리는 약450m.. 중간에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 사거리가 있었다. 분명히 이 안에서 단초를 찾아야 했다. 거리 내 건물에 설치된 cctv를 찾아내고자 눈이 빠지게 반복하여 탐색 하였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 깊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도망자가 된 듯, 숨이 차고 갑갑하였다..
죽은 자의 목소리가 슬프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배고픈 외판원처럼 수 백미터 내 건물 사무실마다 들어가 안쪽을 뒤져 나갔다.
언제나 절실한 자에게는 답이 오는 것이 생의 법칙이고 전설이었다.
호프집을 나와 150m지점.. 사거리 주변의 장판가게에서 도로 밖을 비추고 있는 CCTV를 찾았다!!.
02시경, 피해자가 핸드폰 통화를 하면서 사고지점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몇 초간 녹화되어 있었다.
아! 실마리..! 단초를 찾은 것이다.
사고 발생시간을 추단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호프집에서 나와 총 450m를 걸어가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피해자가 걸어간 시간은 약 4분, 횡단보도 대기까지 시간이 다소 지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사고지점에서 용의차량이 도주한 방향을 뒤져 나갔다.
간신히 사고지점 주변의 커피숍 등 CCTV 영상에 회색계통의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고 뒤 따라서 RV 차량이 지나간 것이 희미하게 확인되었다. 하지만, 너무 흐릿하고 거리가 멀어 차종과 번호, 색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차종을 특정하기 위해 관내 공업사, 카센타, 자동차 부품가게 관계자, 자동차 판매원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발로 뛰어 다녔다.
RV차량은 2004년 이후 출고된 차량이고 승용차량은 최근에 출고된 차량일 가능성이 있으나 단정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들이었다.
수사관들의 간절함을 알았는지.. 피해자의 신체로부터 몇 가지 단서를 얻어내었다. 치명상 및 타박상의 부위로 차량의 높이를 대략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는 것!!
RV차량 차종의 앞 범퍼 지상고(높이)는 65cm / 승용차량 차종 앞 범퍼 지상고는 67cm 전·후 ⇔ 피해자 대퇴부 충격 흔적 지상고는 65cm 전·후... 이로써 용의 차량을 2대로 압축하여 나갔다.
두 차량이 이동한 방향은 분산되었다. 문정동 → 숯내교 → 동부 간선도로 → 수서 → 성남→ 헌인릉 방향으로.. 행방은 묘연해졌다.
사고 당일 00:00~03:00경까지 신호와 과속 무인 단속 카메라를 모조리 뒤졌지만 비껴 나갔다. 도주방향으로 17개의 cctv를 확보 밤새도록 분석하여 나갔지만 허탕이었다.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하였다.
통찰3. 역 방향으로 유턴한 수사 선..
추적자의 입장에선 도망자는 어차피 얼굴 없는 그림자이다.
교통범죄 수사팀은 용의자의 차량, 차종, 색상, 운전자 나이, 직업, 출발지, 도착지 등 얼굴 없는 뺑소니 범의 그림자를 떠올리고, 지우기를 반복 하다가, 수사선을 역 방향으로 유턴하였다.
사고 발생 3일째 지나면서 심정은 초조하고 복잡하였다. 시간이 지나는 만큼 용의자와의 거리는 멀어져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적적자보다 더 초조한 것은 도망자임이 분명하다.
도망자는 정신이 들락거리지만 추적자는 표적이 분명하여 정신이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경험자는 다 안다.
용의차량이 진행해 온 후방 일대 cctv 총 31개를 찾아 확보하였다.
6명의 수사팀은 낮에는 확보하고 밤에는 분석하였다. 작은 단서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
4일째 아침이 되는 날.. 모 공업사에 설치된 cctv에서 RV차량과 승용차량 이동경로가 파악되었다.
시각은 02:07분경으로 사고 발생 전 2분 전이었다.
주변 편의점에 설치된 CCTV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편의점을 나가는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확인 하였고,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량을 타고 출발하는 것이02:06경으로 확인되었다.
통찰4. 용의자를 만나다.
수사팀의 두뇌는 빠르게 돌고 심장은 뛰기 시작하였다.
용의자는, 아니 범인은 눈앞에 다가온 것임이 분명하였다.
새벽 02:06경, 사고 발생 3분 전, 편의점에서 사고 발생 지점까지 거리는 1km, 이 자가 범인이라며 촉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다.
죽은 피해자에게 이제 맘을 놓으시라.. 편이 눈 감으시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
편의점 주변에 그물망처럼 수사진을 치고 잠복과 수색을 반복해 나갔다.
문제는 범인이 눈치채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백두 대낮에 수사팀은 뛰는 심장을 달래며 눈에 띄지 않도록 움직였다.
한 편, 서울 전역 경찰서에 뺑소니 사망 공조수사를 알린 다음날 11:00경,
서울 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관내 신당동에서 모 승용차량이 트럭에서 떨어진 물건과 부딪혀 파손되었다며 자차 신고가 접수 되었는데, 의심이 간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우리가 쫒던 승용차량과 동일차종이 말이다!!
그 차량의 현재 소재가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공업사라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팀은 달려갔다.
사고 차량은 우측 앞 라이트가 파손되어 있었고, 에이필러가 함몰 되었으며, 앞 유리 모서리 부분이 방사형으로 파손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짧은 모발이 박힌 채 마치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전형적인 보행자 사고의 흔적임을 단번에 알아챘고, 수사의 촉은 급물살을 탔다. 용의차주의 휴대폰과 인적사항을 확보함과 동시에, 용의자가 근무하는 회사를 파악한 후 외판원을 가장하여 회사를 방문 하였으나, 아쉽게도 용의자는 외근 활동 중으로 없었다.
공업사에 잠복한 수사팀에게 연락, 용의자를 공업사에 오도록 유인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렌트한 차량을 끌고 온 용의자.. 수사관은 경찰신분증을 내보이며 준엄하게 말하였다.
"당신의 범죄를 다 알고 왔습니다..!!"
용의자의 눈빛이 흐려졌고. 말끝이 흐려졌지만,,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얼버무렸다.
"당신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피의자로 긴급 체포 하겠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수사관은 정중히 그리고 단호하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자 용의자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사건 발생 꼬박 4일간 얼굴이 없는 용의자를 쫓으며 긴장과 허탈이 반복된 기나긴 시간들이 지나갔다. 용의자를 잡기까지는 몹시 미워하고, 분노하였지만 막상 체포하고 보니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31세의 평범한 회사원임을 확인하고 씁쓸슬함을 감추지 못했다. 죽은 자와 산자.. 수사관의 애증이 교차하였다.
모든 범죄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완전범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죽은 자에게 애도를.. 산자에게 개과천선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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