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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서울경찰 2013. 11. 21. 10:02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인데요,

강수진 씨의 울퉁불퉁한 발은 쉬지 않고 고된 연습을 했던 그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 사진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칭했죠.

 

저는 최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보았습니다.

 

 

 

손가락마다 살이 터 그 사이로 묵은 때가 시커멓게 끼어 있는 손.

 

강수진 씨의 발이 자신을 위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말해준다면

이 손은 타인을 위한 사랑과 봉사의 시간을 말해줍니다.

 

 

 

이 손의 주인공은 서울강북경찰서 미아3치안센터장 박래식 경위.

서울에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유독 많이 사는 동네에 주민들의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는 것으로 소문난 분이십니다.

 

거칠어진 손에 대한 사연을 묻자 박 경위는 본인의 출근 가방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방 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드라이버, 문풍지, 칼, 테이프, 줄자... 각종 공구류인데요.

 

"이것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어요."

동네에 있는 어르신들이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 고장 났다", "서랍 문고리가 떨어졌다" 등등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출근가방을 들고 달려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손이 편안할 날이 없었던 거죠.

 

 

 

출근가방뿐만 아니라 박 경위의 책상 서랍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전선, 플러그 등이 쌓여있습니다.

 

 

 

지난 2006년 신임순경 때부터 박 경위를 알아온 김효정 경장은 존경하는 경찰 선배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박 경위라고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날, 센터장님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시며 방금 동네 할머니 댁 장판을 다시 깔아 주고 오는 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만났는데 하루는 집에 찾아가보니 바닥에 장판이 다 찢어지고 삭고, 벽에는 온통 곰팡이가 피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거예요. 혼자 장판을 깔고 벽에 있는 곰팡이를 제거하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렸고요.

그날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어요. 나도 센터장님처럼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하고 말이죠.

그저 삶의 무게에 눌려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제 모습과는 너무 비교되는 선배님의 모습이었죠."

 

박 경위의 봉사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 2005년부터 자원봉사자,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 10여 명과 함께 두 달에 한 번 치안센터에서 100~200포기씩 김치를 담가 취약계층 가정 60곳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안센터 뒷마당에서 배추를 절이는 모습>

 

 

 <치안센터 안에서 배추를 담그는 모습>

 

누가 상상이라도 해봤을까요??

치안센터 안에서 경찰관이 김장하는 모습을요. 절로 웃음이 나네요 ^^

 

이날도 폐지를 줍고 다니는 한 할머니께서 치안센터에 방문하셨습니다.

이 할머니는 종종 치안센터 들려 경찰관들이 모아둔 폐지도 얻고 잠시 쉬면서 박 경위와 담소를 나눈다고 합니다.

 

 

 

 "이 양반 참 성격이 참 좋아. 음료수도 주고 저번에는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도 쥐어 줬어."

 

 

 

집 보수를 하는 데 도움을 받은 할머니는 "우리 아들보다 나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 경위가 이렇게 유독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를 물어보니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말벗이 되어 드린 게 가장 크다고 합니다.

 

 "제가 서울경찰청 112지령실에서 근무를 끝내고 지난 2001년 3월에 수유 1파출소로 발령을 받았어요. 처음으로 새벽 1시에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날은 유난히 추웠죠. 꽁꽁 언 거리에서 80세 할머니가 폐지를 줍고 계시는 거예요. 전 충격을 받았죠. 나는 나이도 어린데다 방한복을 입고 있어도 이렇게 추운데, 할머니는 얼마나 추우실까.. 바로 할머니께로 달려가 내피를 벗어 입혀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어려운 할머니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게 된 것 같네요."

 

 

 <박 경위가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는 어머니의 사진>

 

그리고 할머니들을 보면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어머니께 다 못한 효도를 할머니들에게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경찰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고 하니 저를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그곳은 '아름다운 가게', 옷가지 · 책 · 그릇 등을 기부하는 곳입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는 경찰관들이 많더라고요.

집에서 쓰던 물건을 여기에 기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저는 경찰 후배들에게 저처럼 이래라저래라 훈계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 곳만 홍보가 많이 됐으면 좋겠네요. 홍보 많이 해주실 거죠?"

 

현재까지 박 경위가 이곳에 기부한 물건이 1,000점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박 경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치를 담그는... 기부천사... 맥가이버... 할머니들의 우상... 박 경위!!'

 

박래식 경위는 오늘도 관내 구석구석을 돌며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