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서대문경찰서에 경남 마산의 한 경찰서에서 공조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남동생이 집을 나가서 연락이 안 된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기지국 위치 추적을 해본 결과 연희파출소 관내에 있다고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실종신고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실종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다가 약을 시간 맞춰 먹지 않으면 정신을 잃는다는, 시각을 다투는 사안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연희파출소에서는 지체할 틈이 없었습니다.
위치가 파악된 곳 중앙 지점을 기점으로 샅샅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종자가 서대문구에는 전혀 연고가 없다는 신고자의 말에 어디 깊숙이 들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원 벤치나 편의점 외부 파라솔, 놀이터 등 외부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위주로 찾아보았습니다. 관내에 위치한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전부를 샅샅이 찾았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흐르고.. 하지만 실종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신고자인 누나에게 연락이 닿진 않았을까 하여 전화를 걸어봤지만, 남동생과 계속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 뿐,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 찾지 못한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었죠. 최초 신고된 경찰서에 연락을 하여 시스템 상에 실종자의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접수된 사진을 출력하여 다시 연희파출소 전 관내를 구석구석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수색한지 4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혹시 나타났을까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찾아보았는지 모릅니다. 슬슬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고, 연희파출소 관내를 벗어났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치 추적을 다시 한 번 요청하려고 한 그 때! 한 편의점 앞 의자에 어떤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속 남자와 상당히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 겁니다. 순찰차에서 내려 확인을 해 보는데, 옷이 상당히 찌들고 차림이 남루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고개 드셔서 저희를 좀 봐주시겠어요?”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눈동자는 술을 많이 마신 사람처럼 완전히 풀려 있었습니다.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잘 하지 못했고, 우물우물하며 의사표현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선생님, 핸드폰 좀 꺼내보세요. 저희가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이 남자가 꺼내준 핸드폰으로 통화목록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했습니다. 바로 그 신고자하고 말입니다.
찾았습니다. 이 연고도 없고 넓은 서대문구에서 4시간의 수색 끝에 실종자를 찾았습니다.
때마침 그때 약을 가지고 상경하신 실종자의 형님하고 연락이 되어 안전하게 이 형님께 실종자인 이 동생 분을 잘 모셔다 드렸습니다. 가족들도 이렇게 빨리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렇게 4시간 만에 금방 동생을 찾았다는 것에 놀라워하시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전해주셨습니다.
연희파출소 경찰관들은 이런 인사를 받으면서 “앞으로는 이렇게 가족들 속 썩이는 일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약을 제 시간에 먹지 못해 위험한 상태였지만 서대문경찰서 연희파출소 경찰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멋진 콜라보레이션으로 안전하게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의욕과 사명감으로 4시간 가량의 걸친 관심과 찾고자 하는 가족의 심정으로 사건처리에 임한 연희파출소 경찰관들. 정말 이 정도면 자랑스러운 경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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