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찰서 응암3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윤종언 순경과 A 씨가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3개월째입니다.
약봉지 하나로 시작된 만남.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어 봅니다.
지난 2월.
윤 순경은 순찰 중 버스정류장에서 약봉지를 발견했는데요.
얼핏 봐도 묵직한 약봉지 안에는 주사기, 진통제 등 다양한 의료품이 꽉 차 있었습니다.
무심코 분실물 처리를 하려던 윤 순경의 눈에 띈 것은 바로 종양내과에서 발행된 진료내역서!
약봉지를 잃어버린 환자가 고통스러워할 것이 염려된 윤 순경은 이내 진료내역서에 적힌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구구절절한 설명 끝에 알게 된 환자의 거주지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애써 방문한 주택에서는 환자가 오래 전부터 살고 있지 않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는데요.
환자의 거주지가 분명치 않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안쓰러워진 윤 순경은 재차 병원에 연락해 보호자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보호자는 환자 A 씨의 숙부.
하지만 본인 또한 몸이 좋지 않아 조카를 못 본 지 오래되었다는 숙부 역시 정확한 집 주소를 알고 있지 못하고 "옛날 ㅇㅇ에서 세탁소를 한다고 했는데..."라고 자신 없다는 투로 말씀하셨답니다.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단서는 세탁소!
숙부께서 알려주신 동네 근처를 수소문하던 중 작고 낡은 세탁소 간판을 발견한 윤 순경은 서둘러 세탁소 문을 두드렸고, 극적으로 세탁소 내부 작은 방 안에 윤 순경이 애타게 찾던 A 씨가 홀로 누워있었습니다.
A 씨는 2년여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세탁소 일을 그만두고 폐암 치료에 전념해왔다고 하는데요.
윤 순경은 다소 불편한 환경에 기거하고 있는 A 씨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저며 왔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윤 순경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순찰 중에도 종종 세탁소에 들러 A 씨와 대화하고 간식거리를 나누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A 씨와 윤 순경의 만남은 몇 달간 이어졌고, 약 2주 전.
여느 때와 같이 A 씨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탁소에 들어선 윤 순경은 왠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습니다. 문을 몇 번 두드렸으나 응답이 없기에 이상한 예감이 들어 강제로 문고 들어가 보니, A 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윤 순경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는데요.
발견이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사를 취재하던 중 A 씨가 병환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고를 전해 들은 윤 순경도 슬픈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는데요.
A 씨의 숙부는 오히려 조카의 임종을 지킬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며 윤 순경을 다독였답니다.
윤종언 순경은 "우리 주변에 관심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분들이 참 많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서울경찰청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인 배려양보선이 바로 이런 이웃에게 힘이 될 수 있을만한 작은 배려와 양보를 말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이 일을 겪은 이후 담당 지역 도보순찰에 나서면 마주치는 어르신들의 안색을 먼저 살핀다는 윤 순경.
그 초심을 간직하고 대성하기를 기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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