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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자식 위해 자살하려던 할머니 구조 이야기

남대문홍보 2015. 3. 24. 14:47

자식 위해 자살하려던 할머니 구조 이야기

지난 3월 18일(수) 오전 9시 30분경에 회현파출소로 “할머니 한 분이 도로 위 터널에 앉아 있는데 매우 위험하게 보인다”는 신고전화가 왔습니다.

이에 회현파출소 김성년 경위와 맹정주 경사가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여 보니 과연 할머니 한 분이 도로 위 약 3m 높이의 터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두 경찰관은 무언가 심상찮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할머니가 흥분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만약 할머니가 놀라거나 흥분한다면 바로 도로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였기에, 두 경찰관은 할머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먼저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고 날씨 이야기 등으로 할머니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할머니를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 옆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할머니를 붙잡고 지금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은 위험하니 조금만 안쪽으로 가자고 하면서 할머니를 안전한 곳으로 일단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이렇게 위험한 곳에 오게 된 사연이라도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할머니는 “늙으니까 외롭고 또 자식들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것 같아서 자살하기 위해 왔는데, 두 경찰관과 이야기하다 보니 단념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김성년 경위와 맹정주 경사는 터널 위에서 할머니를 안전하게 데리고 내려와 순찰차로 회현파출소로 모셨습니다.

 

 

파출소로 오신 할머니에게 양영철 파출소장이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두 경찰관과 함께 말동무를 해 주자 할머니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는지 “자신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하면서 말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올해 89살인데 나이가 들수록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고, 또 자식들도 나이가 들어가는데  자신이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이 자식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줄까 하는 생각에 죽으려고 했다가 두 경찰관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으려는 것을 단념하게 되었다”고 착잡했던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잠시 후 연락을 받은 큰아들(72세)이 파출소로 와서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펑펑 흘리자 할머니도 한참을 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큰아들이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해서 미안하며 어머니를 편안히 모시지 못한 잘못이 크니 용서해 줄 것과 앞으로는 더 잘 모시도록 하겠다”며 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하자, 할머니는 “내가 잘못했다. 내가 너희의 가슴에 못을 박을 뻔했다. 이제 다시는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겠다”며 서로를 위로하는 광경에 회현파출소 직원들은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는 부모님들이 모두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매우 짧아 할머니와 같은 노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늙어서도 오랫동안 사는 시대가 되다 보니 자식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이것은 할머니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자신의 부모 세대들이 모두 일찍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될 줄 알다가, 100세 시대의 긴 노후를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맞이하자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100세 또는 120세 시대에 맞게 잘 준비하여 40~60년이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