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목소리' 출근길 화재현장 일가족 구한 경찰관

2015. 1. 9. 10:50

'목소리'

- 출근길 화재현장에서 희망이 되어준 경찰관 -

구둣주걱을 타고 뒤꿈치가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잘 손질된 구두를 신고 미소도 한 번 지어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1층에서 7층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는 늘 이렇게 굼뜨지만, 머릿속으로 하루를 그려보는 운치 있는 시간입니다.

청문감사관실 김영훈 경위. 그의 아침은 늘 그래 왔듯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1월 7일 아침 6시.

'땡~!'

1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날카로운 벨 소리.

'아침부터 이거 무슨 냄새지? 어디 불이라도 났나?'

그 순간 귀를 의심케 하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 "ㅅ ㄹ...ㅕ주세요."

무언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 경찰관의 직감이 온몸을 휘감는 순간이었습니다.

밖으로 뛰어 나가 건물 쪽을 바라본 순간, 109호를 가득 채운 검은 연기가 김 경위를 바라보며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빨리 사람들을 꺼내줘야 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보다 한 치 앞선 발걸음이었습니다.

무작정 열어젖힌 현관문이 다행스럽게도 활짝 열렸습니다. 형체도 없는 시커먼 녀석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김 경위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더욱 명확해진 그 소리.

"살려주세요! 콜록콜록 살려주세요!"

조급한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119에 신고전화를 한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주민들이 들을 수 있도록 "불이야!"를 외치며 경비아저씨를 통해 대피방송을 부탁하는 찰나의 지혜도 발휘했습니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불쑥 들어선 109호 안은 암흑 그 자체였습니다.

안쪽에서 출입문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한 상황. 얼른 휴대폰 플래쉬 앱을 켜 들고 목소리를 향해 빛을 비추며 김 경위는 소리쳤습니다.

"불빛을 보고 나오세요, 이쪽이에요 이쪽!"

하지만 여인의 목소리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애타는 김 경위의 마음보다 짙은 암흑의 공포였으리라.... 더욱이 여인은 안에 아이들과 시아버지도 있노라고 울먹이며 소리쳤습니다.

"왜~앵~~."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로 보아 소방관들이 도착한 듯했습니다. 팔을 들어 필사적으로 코를 막고 견딘 김 경위였지만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습니다.

대피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온 주민들로 시끌시끌한 현장.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진압을 하는 순간에도 김 경위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100여 명의 주민들을 관리소에 있는 경로당으로 대피시키는 데에도 앞장선 그였습니다.

소방관의 부축에 의지해 밖으로 나오는 어둠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 저 멀리 보입니다. 그 뒤를 이어 그 남편도 시아버지도, 그리고 두 아들도....

김 경위는 다섯 명의 일가족의 목숨을 구하고, 더 큰 대형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던 화재를 막아냈습니다. 적극적인 현장통제로 100여 명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초인적인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관으로서, 내 가족보다는 더 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연기를 많이 마신 탓에 병원에 입원치료 중인 김영훈 경위가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첫마디.

 

한 사람의 판단이.

한 명의 경찰관이.

100여명의 안전을, 심지어 목숨을 지켜냈습니다.

 

 

 

비록 출근길 번뜩이던 구두는 희뿌연 먼지들로 뒤덮였지만.

새하얀 셔츠는 얼룩졌지만.

세상을 향해 경찰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김영훈 경위.

그의 자랑스러운 헌신과 투철한 사명감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습니다.

 

 


12-0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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