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기 속으로..." 번개탄 자살기도자 구조사건

2015. 1. 9. 10:39

"연기 속으로..."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 자살기도자 구조사건-

 

'고객님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모두가 힘겨운 하루살이 끝에 고단한 몸을 잠자리에 뉘였을 시각. 지난 1월 2일 저녁 10시 42분. 누군가에겐 악몽 같은 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화곡지구대 경장 오찬혁입니다. 무엇을...."

"제발 좀 도와주세요. 남편이 지인들에게 자살한다는 문자를 보내고는 연락이 안 돼요. 휴대전화도 꺼져있고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격앙된 여인의 목소리가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자살'

언제 들어도 섬뜩한 그 단어에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듯했습니다. 이런 경우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야 합니다. 주저 없이 119에 협조요청을 함과 동시에 여인이 말한 '남편이 있을 것이라는' 장소로 곧장 내달린 손세창 팀장과 두 대의 순찰차.

"바....받았습니다!"

끈질긴 시도로 마침내 연결된 남편과의 통화.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심한 기침 소리 뿐입니다. 더욱 조급해진 마음은 발아래 엑셀러레이터만을 연거푸 다그쳤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조금만....'

 

굳게 잠긴 문. 정신없이 달려와 마주한 '무심한 듯 우뚝 선 건물'은 마치 세상과의 단절을 결심한 남편의 마음인 듯 안으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그 순간.

스스로 구하는 자를 돕는 하늘의 손길이었는지.... 애타는 경찰관들과 119구조대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옥상! 다행히 3층 높이의 건물은 구조대의 사다리로도 올라갈 수 있을만한 높이였습니다. 남편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망설임은 사치일 뿐이였습니다.

 

"여기는 열려있어요!"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건물 안으로 진입해 안으로부터 잠긴 문을 열어주는 순간. 해방감을 만끽하기라도 하는 듯 희뿌연 연기가 문밖으로 솟구쳐 나왔습니다.

 

아뿔싸. 번개탄 연기입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이 연기 속 어딘가 남편이 있습니다. 부디 늦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운 연기 사이를 살피는 눈동자는 깜빡임마저 잊었습니다. 서서히 빠져나가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쓰러진 남성의 모습!

 

"어서 옮깁시다!"

손세창 팀장의 외침에 깨진 정적의 틈 사이로 신속히 남편을 바깥으로 옮겼습니다. 이어진 구조대원들의 심폐소생술. 이내 '끄으으'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희미하게나마 남편의 의식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행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푸쉬쉬~.'

김 용 경위가 아직도 연기를 뿜어대는 번개탄 위로 물을 끼얹었습니다. 마치 남편의 생명을 앗아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악마의 으르렁댐을 닮은 번개탄의 마지막 절규. 이 하찮은 녀석 때문에 하마터면 소중한 한 생명이 생을 마감할 뻔하지 않았던가요....

 

가까스로 의식을 찾은 남편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사연 없이 이런 잔인한 선택을 할 이. 아마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또 이토록 결연한 의지라면 무언들 해결하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남편을 싣고 저만치 떠나는 구급차 뒤로 아쉬움이 짙게 맴돌았습니다.

 

쉬이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안고 지구대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주검과 마주하지 않게 해 주어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가슴 속으로 한동안 되뇌었습니다.

 

그것은 제복 입은 경찰관의 자랑스러운 '권한'입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처럼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

누군가 해야 할 숭고한 일. 그 일을 할 수 있는 경찰관이라서 오늘 하루 행복했습니다.

 

시계는 어느덧 또 다른 하루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긁히고 빛바랜 휴대전화.

손세창 팀장의 손이 조용히 번호를 누릅니다.

 

"어. 여보 나야. 애들 잘 자고 있지?"

 

 


11-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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