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살림에 차곡차곡 돈을 모아 드디어 1톤 트럭을 마련한 A 씨.
사람이 많이 지나는 길목에 트럭을 정차시켜 간이 식탁 등을 설치하고,
평소 자신 있어 하던 몇 가지 술안주를 만들어 손님에게 팔 준비를 합니다.
(장사만 잘되면 빚도 갚고 해야지!)
하지만 행복한 기분도 잠시.
어느 날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험상궂은 남자가 와서 "자릿세를 내놓으라"며 다짜고짜 욕설하기 시작합니다. 트럭 안의 집기들을 마음대로 때려 부수고, 반항하는 남편을 도로 위에 내던지듯 팽개치며, 다음에 올 때까지 자릿세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불법영업으로 신고할 거라며 협박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아니 심장이 터지도록 분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왜 신고를 하지 못했느냐고요?
A 씨의 영업행위가 식품위생법에 저촉되고, 단속이 되면 많은 벌금을 내야 한다는 지인의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트럭에 대한 대출금도 갚기 전에 벌금으로 내야 하는 돈이 무서웠던 A 씨는 그렇게 체념하듯 그 남자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 왠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씁쓸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처럼 등장하는 장면이죠.
팔, 다리 등에 문신을 하고 험상궂은 얼굴로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행사해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 사람!
이런 폭력배들이 동네에서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게 놔둬야 하는 걸까요?
그러면 안 되죠!
그래서 경찰이 나섰습니다!
경찰은 지역 상인들을 상대로 한 금품 갈취범, 행패를 부리는 상습 무전취식 사범, 주취 폭력배, 주민을 상대로 반복적 위협을 가하는 자 등 서민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동네 조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동네 조폭 척결 100일 작전'
이 특별단속은 지난 9월 3일부터 돌입해 12월 11일까지 100일간 전국의 모든 경찰관서에서 시행 중입니다.
이에 서울경찰청을 포함한 경찰청 산하 각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서에서는 동네 조폭 전담수사팀을 운영해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고, 지역 곳곳을 잘 알고 있는 지구대, 파출소 소속 경찰관과 함께 숨어있는 동네 조폭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동네 조폭이 상습적인 불법 행위자임을 감안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처벌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동네 조폭 단속은 피해자의 신고가 관건인 만큼.
이번 특별단속 기간에 한해서 동네 조폭에게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영세업자들의 피해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가벼운 영업상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바람처럼 서민들을 등쳐먹는 동네 조폭들이 조금씩 사라져 안전하고 행복한 동네가 되기를 소망해 보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여러 명의 피해자들에게 수년간 금품 갈취를 해오던 동네 조폭의 검거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 강남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논현동, 삼성동, 역삼동 등에는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할 만큼 수많은 유흥주점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죠.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 6팀 경찰관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유흥주점에 조폭들이 개입해있진 않을까? 조폭들이 개입되었다면 불법영업을 하는 업주들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고 있지는 않을까?"라고 말이죠.
이번 사건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월 강남 유흥가 일대를 순찰하던 강력 6팀 이정민 경장은 한 주점 앞 승합차에서 대기 중인 호스트바 남성 도우미(일명 '호스트빠 선수')를 발견하고 창문을 노크했습니다.
"누구세요?"
"경찰관입니다"
승합차에 타고 있던 남성들은 자신들을 단속하러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라 술렁였지만, 단속 나온 게 아니라 동네 조폭으로부터 피해 당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왔다고 하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강남 일대에서 남성 보도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강남선수협회'라는 단체에 가입되어 있는데 단체의 협회장인 피의자 김 모 씨(33)는 '국제 PJ파' 출신 조폭이라고 했습니다.
협회장 피의자 김 씨는 2011년 1월부터 친목모임인 것처럼 이 단체를 조직했고, 보도방 업주들에게 회비 형식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받고 회비 내기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불법 영업으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는다고 했습니다.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보도방 업주들의 약점을 이용해 갈취하고 있는 전형적인 동네 조폭임을 간파한 강력 6팀은,
우선 '강남선수협회'에 소속된 보도방 업주와 주점 사장들을 상대로 피해 여부를 확인했는데요.
처음에는 보복이 두려워 '갈취당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회비'라며 말하기를 꺼리는 업주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협회에 가입된 18개 업주 중 15개 업주가 매월 회비(보호비) 명목으로 15만 원씩을 납부하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위 사진은 협회장인 피의자 김 모 씨(33)가 업주들로부터 매월 회비 명목으로 입금받은 통장 내역인데요.
피의자 김 씨는 이렇게 보호비 명목으로 협회에 가입된 15개 업주로부터 월 15만 원씩 26개월 동안 상납 받아 총 5,850만 원을 챙겼습니다.
강력6팀은 이 계좌를 압수수색하여 분석하였고, 그 결과 협회에 소속된 업주 이외에 또 다른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남성 보도방 업주 최 모 씨(29)와 김 모 씨(29)는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보호비 명목으로 각 3,800만 원과 3,086만 원을 갈취당했고, 역시 유흥업소 사장 김 모 씨(56)는 같은 이유로 530만 원을 상납했습니다.
피의자는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면서 보도방 업주 최 모 씨와 김 모 씨에게는 '불법 영업 사실을 경찰에 알리겠다'며 협박했고, 유흥업소 사장 김 모 씨에게는 '돈을 주지 않으면 남성 도우미를 공급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가해 돈을 갈취했는데요.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불법 영업 사실이 탄로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피의자 김 씨에게 돈을 줬다고 했습니다.
피의자 김 모 씨는 이러한 약점들을 이용해 총 1억 3천여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강력6팀은 피의자 김 모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공갈)과 폭행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지난 8월 27일 주거지인 전남 나주에서 검거해 구속했습니다.
이번 사건 해결의 핵심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진술 덕분이었는데요.
작은 상처를 두면 곪듯이 보복이 두려워 참는다면 결국엔 더 큰 피해가 뒤따른다는 걸 느끼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주민의 신고가 핵심입니다!
시민 여러분!
동네 조폭 단속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나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꼭! 필요합니다.
그동안, 일부 불법행위를 수반한 영업주들의 경우 자신들의 불법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피해 신고를 꺼린 채, 동네 조폭들의 횡포를 참고만 있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요.
아직도 이러한 피해자분이 계신다면 이번 특별단속 기간에 형사면책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아울러 일반 시민께서도 동네 조폭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나 신고를 당부드립니다.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서울이 되는 그 날까지 서울경찰이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함께 응원해 주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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