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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어느 고량주

서울경찰 2014. 9. 4. 16:13

 

  고량주 다들 아시죠?

  수수를 원료로 하여 빚은 중국의 대표적인 증류주로 '산주'라고도 하는데요.

 

  초유 성분의 독특한 향 때문에 마니아층이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음식과 같이 먹으면 느끼함을 덜어내 주기 때문에 필자도 한두 잔씩 하곤 합니다.

  특히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술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고량주 수천 병을 위조하여 유통시킨 일당이 고량주 마니아들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 경찰에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수사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 4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팀(이하 '지능팀')은 한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첩보의 내용은 서울 구로구 일대 식당에서 중국 동포를 상대로 판매하는 고량주의 향이 이상하다며 손님들의 항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수거한 빈 병(왼쪽)>

 

  수상하다고 생각한 지능팀은 소문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그 일대를 수차례 방문해 수소문했고,

  마침내 '술맛이 이상하다'는 짝퉁 고량주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 샘플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고, 성분 분석 결과 입수한 샘플이 위조품으로 판별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입니다.

 

시험항 진품 위조품
메탄올(㎕/ℓ) 85 113
노말프로필 알코올(㎕/ℓ) 20 14
이소부틸 알코올(㎕/ℓ) 15 불검출
이소아밀 알코올(㎕/ℓ) 23 불검출

 

알코올 도수 비교 진품 위조품
에탄올(v/v, %) 30.1 30.5

 

  위 감정 내용은 국과수에서 회신 받은 것인데요.

  감정결과 이소부틸 알코올, 이소아밀 알코올은 증류주 등에 미량으로 함유된 성분으로 증류주인 고량주에서는 당연히 검출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검출 되지 않았고, 메탄올·노말프로필 알코올 등 일부 성분 함량이 진품과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알코올 도수도 진품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진정한(!) 고량주 마니아가 아니라면 일반인들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피의자 일당은 총 3명이었는데요.

  모두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이었습니다.

 

  7년 전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피의자 이 모씨(남·46세, 총책)는 지난해 말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중국산 L 고량주의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짝퉁 고량주를 만들어 판매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피의자 이 씨는 피의자 서 모씨(남·46세, 중국 국적)와 문 모 씨(남·27세 중국 국적) 등과 공모한 후,

 


<컨테이너 외부>      /      <제조장소(컨테이너 안)>

 

  지인으로부터 페인트 등의 보관창고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를 빌려 짝퉁 고량주 위조에 필요한 포장박스와 병마개를 중국에서 주문하여 이를 보따리상을 통해 반입하고,

  피의자 서 씨에게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 안산 단원구의 유흥가 등에서 중국산 L 고량주의 빈 병을 수거하게 한 다음,

 

 


<진품과 짝퉁 고량주의 병마개 제조일자 비교 : 위조품은 제조일자가 선명하고 자간이 넓음>

 


<진품에는 병마개 안쪽에 금형번호가 있으나 위조품에는 없는 것이 특징>

 

  20L 용량 생수통에 과일주를 담는데 쓰는 저가 중국술과 생수를 혼합하여 생수기에 넣고 이를 사전에 수거한 진품 고량주 병에 넣어 가짜 병마개로 봉인하는 방법으로 짝퉁 고량주를 제조했습니다.

  또 피의자 문 씨는 2014년 4월부터 6월까지 이렇게 만든 짝퉁 고량주 4,800병(약 4,000만 원 상당)을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슈퍼마켓, 중국 음식점, 주점 등에 유통했습니다.

 

 

  지금부터 제조 과정을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광역수사대 신겸중 팀장이 들고 있는 저 노란색 스펀지의 용도가 무언인 줄 아시나요? 어이없게도 바로 피의자 일당이 불순물(!)을 거르기 위한 용도로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스펀지가 더 더러워 보인다는;;; 실제로 뭔가 둥둥~ 떠다녔습니다;)

 

 

  우선 미리 준비한 저가 중국 술과 생수를 20L 용량의 생수통에 혼합해서 잘 섞이도록 마구 흔들어 줍니다.

 

 

 

  그다음 혼합된 생수통을 생수기에 넣은 다음,

  유흥가 등에서 미리 수거한 L 고량주의 빈 병을 정수기에 대고 가짜 술을 가득 채우고 병마개로 봉인만 하면 짝퉁 고량주 1병이 만들어지는 거죠.

  (정수기는 대체 왜 이용한 건지;;; 참 웃기네요)

 

  지능팀은 불순물 함량 가능성이 높고 위생상태 또한 불량이었던 이 짝퉁 고량주를 제조·유통한 일당을 상표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특정 고량주 병만을 수거하는 노인을 특정하고, 이 노인을 추적한 끝에 피의자 일당을 차례로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지능팀은 피의자 일당이 보관하고 있던 제조물품(병뚜껑 10,000여 개, 빈병 1,300개, 포장용 박스 200여 개)을 신속하게 압수하여 추가범행을 차단했습니다.

 

  또한, 이미 유통된 가짜 고량주는 유통과정을 추적해 7개 음식점 등에서 120여 박스를 회수했는데요.

 

 

  자칫 대규모 범죄가 될 수 있었던 가짜 고량주 유통 일당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것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범행 초기에 신속하게 수사한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팀의 열정이었습니다.

  이들의 노력, 박수쳐줘도 괜찮은 거겠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는데요.

  어떠한 의심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바른 먹거리를 믿고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서울경찰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맛있는 음식과 좋은 먹거리로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