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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어둠 속의 도망자를 찾아라!

서울경찰 2014. 8. 8. 10:16

 

  배우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셨나요?

 

  이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주인공 고건수(이선균 분)가 급한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향하던 중 실수로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 장면이 나오는데요.

 

 

  당황스럽고 무서웠는지 주인공은 주변을 살피고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그대로 도주해 버리고 말죠.

 

  이 장면을 보면서 "완전 나쁜 놈이네, 그냥 가면 어떡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라며 집중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되돌릴 수 없는 이 상황! 우리는 이것을 '뺑소니'라고 부릅니다.

 

 

  '뺑소니'는 흔히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지 않거나 그대로 도망가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비난받아 마땅한 이 사람! 꼭 검거해야겠죠!

 

  이번 호에서는 어떤 뚜렷한 증거도, 목격자가 없을지라도 어둠 속의 도망자를 쫓는 송파경찰서 뺑소니 조사팀을 소개합니다.

 

 

  송파경찰서 뺑소니 조사팀을 가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8월의 무더운 여름날.

  뺑소니 수사의 달인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송파경찰서 뺑소니 조사팀을 찾았습니다.

 

 

  뺑소니 조사팀의 정식 명칭은 교통범죄수사팀인데요.

  (인원 등 근무 여건상) 경찰서마다 다르지만, 이곳은 총 6명이 2명씩 3개 팀을 구성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뺑소니 조사팀의 주 업무는 뺑소니 사건에 대한 조사인데요.

  이 외에도 불법개조차량 · 보험사기 · 대포차 등 차량과 관련된 범죄 수사업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송파경찰서에 접수된 인적 피해(이하 '인피') 뺑소니 건수는 126건으로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발생 건수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송파경찰서 뺑소니 조사팀에는 뺑소니 조사의 달인들이 참 많습니다.

 

 

  교통범죄수사 경력만 19년째인 김창민 팀장(경위)을 비롯해 경력 17년 차 김정규 경위, 16년 차 김도균 경위, 8년 차 이정윤 경사, 5년 차 김진호 경위

  그리고 교통범죄 수사 경력은 짧지만 오랜 기간 강력계 형사로 근무해온 양재경 경위까지 모두 현장에서 땀을 흘린 추적의 달인들입니다.

 

  퇴직을 2년 앞둔 김창민 경위는 조사팀을 이끄는 팀장입니다.

  김 경위는 오랜 기간 뺑소니 사건을 수사해 온 베테랑인 동시에 전국 검거율 최고를 자랑하는 소위 '검거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창민 경위의 바로 옆에 앉아서 근무하는 짝꿍 김도균 경위.

  그는 성실과 인내를 무기로 끈질기게 수사하는 근성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1999년 동부경찰서(現 광진경찰서) 형사계에서 근무하던 당시 형사계 업무였던 음주 · 무면허 조사가 교통조사계로 이관되면서 교통과로 발령이 나게 되었고, 그 이후 뺑소니 조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서글서글한 얼굴의 이정윤 경사! 팀의 막내인 그는 평소 웃는 모습 때문에 '스마일맨'으로 통하는데요.

  필자가 얼핏 봐도 팀의 활력소처럼 보였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이 경사. 그의 서글서글한 미소는 조사팀의 힘듦도 잊게 하는 묘약처럼 보였습니다.

 

 

  365일이 걸린대도 뺑소니는 내손으로 잡고야 만다!

 

  뺑소니사건 수사는 퍼즐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난해한 일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뺑소니 조사팀에게 맡겨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범인을 꼭 잡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범인을 검거했던 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뺑소니 조사팀은 지난 4월 25일 05시 50분경

  "송파구 문정동 법조단지 앞에 사람이 죽어 있는 것 같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도착한 현장에는 죽은 피해자와 가해 차량의 것으로 추정되는 파손된 유리조각 외에 그 어떤 흔적도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때문에 조사팀은 이 사건이 뺑소니로 인한 것인지 살해 후 유기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뺑소니 조사팀은 우선 50대 피해자의 지갑에서 발견된 명함을 단서로 회사 관계자들을 조사했는데요.

  피해자는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급한 연락을 받고 회사로 향하는 도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사고 시간 추정이 급선무였던 뺑소니 조사팀은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3km를 반복하며 탐색해 총 48개의 CCTV를 확인했고, 확보된 CCTV 영상을 수차례 돌려본 끝에 사고 지점으로부터 150m 떨어진 장판가게에서 전화를 하며 사고 지점으로 향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사고 시간을 추정한 뺑소니 조사팀은 다시 용의차량이 도주한 방향을 역추적했고,

  마침내 우측 라이트가 파손된 채 도로를 지나는 승용차를 발견했습니다.

 

 

  CCTV 끝 화면에 지나가는 차량 한 대가 보이시나요?

  정말 눈 깜짝하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했을 조사관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뺑소니 조사팀은 이 승용차를 유력한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고 곧바로 서울 전역 경찰서에 사고 사실을 알린 뒤 공조수사를 요청했고, 때마침 중부경찰서 관내에서 비슷한 차량이 자차 사고라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용의 차량이 있다는 송파구 방이동의 공업사로 향했습니다.

 

 

  공업사에서 차량의 파손 여부를 확인한 뺑소니 조사팀은 차량의 앞 라이트와 에이필러 함몰 등 파손 상태가 전형적으로 사람을 친 형태임을 확인했고,

  앞 유리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짧은 모발까지 확보했습니다.

 

  용의 차량에 명백한 증거가 남아있는 이 상황!

 

  뺑소니 조사팀은 도로교통공단에 사고차량에 대한 감정을 자문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모발의 감정을 회신 받아 용의 차량의 운전자가 범인임을 확신, 사고 발생 4일 만에 범인을 검거했습니다.

 

 

  범인 이 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피해자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모발과 차량의 파손 형태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하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는데요.

 

  작은 단서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집념을 가지고 수사한 뺑소니 조사팀의 쾌거였습니다.

 

 

  조사팀의 장비는 뭐가 있을까요?

 

  필자는 조사팀이 출동할 때 항상 가지고 가는 조사 장비가 궁금해졌습니다.

 

 

 

  이것은 조사팀이 사고 현장에 나갈 때 필수로 지참한다는 조사 장비 박스입니다.

  이 안에는 스프레이 락카와 망치, 줄자, 증거수집용 비닐, 장갑, 검은색 분필 등이 들어있는데요.

 

 

  스프레이 락카는 아시다시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차량 파편, 피해자의 유류물 등

  사고로 인한 증거물들의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되고,

 

 

  줄자는 급브레이크나 스핀에 의해 노면에 생긴 스키드 마크의 길이나 사고 지점과 피해자가 쓰러져있는 위치 사이의 거리 측정을 위해 사용됩니다. 비슷한 장비로 굴림자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차량의 파편, 피해자의 혈흔 등 미세한 유류물을 확인하는 돋보기와 지문 채취 키트 등 다양한 장비를 휴대하고 현장에 나갑니다.

 

 

  현장에서 느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창민 경위 : 뺑소니 전담반은 뚜렷한 단서 없이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특수한 수사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도 기피부서로 손꼽힙니다.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은 자동차의 부서진 잔해나 처참하게 짓이겨진 시체뿐인 경우가 많고, 간혹 목격자는 물론이고 아무 흔적도 없는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된 일입니다.

 

 

 

  김도균 경위 : 뺑소니 사건을 수사할 때에는 인내심이 없으면 안 됩니다.

  살인사건은 동기나 원한이 있어서 수사방향이 정해지지만, 뺑소니는 방향이 아예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사고 현장에 나갈 때 빗자루를 들고 부서진 가루까지 모두 수거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천 대가 넘는 차량을 일일이 살피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정윤 경사 : 2013년에 송파구 가락시장 사거리에서 한 할머니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떠오르네요.

  당시 현장에는 타이어 자국 외에는 그 어떤 증거도 없었죠.

  피해자의 가족이 국내 모 타이어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와 함께 국내외 시판되는 모든 타이어를 조사해봤지만 끝내 동일한 타이어를 찾지 못해 결국 미제사건으로 종결한 사건이었는데요.

  집에 누워 쉬고 있을 때도 내가 잠자고 있을 때 범인이 차를 고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 사건이 아직도 아쉽네요.

 

 

  뺑소니 사건 수사는 CCTV 보존일수가 짧고 가해 차량이 수리를 하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뺑소니 조사팀은 언제나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하지만, 빨리 처리를 안 해준다는 유가족들의 민원을 받을 때면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한답니다.

 

  늘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뺑소니 조사팀 경찰관들은 유가족들의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고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뺑소니 조사팀이 수사를 하면서 겪은 기술하지 못하는 많은 애환들이 많았는데요.

  조금은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더운 날씨에도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옆에서 지켜본 그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해 보습니다.

 

  밤낮으로 어둠 속의 그림자를 쫓는 교통범죄수사팀 경찰관들!

 

 

  당신들이 있기에~ 더욱 안전한 도로를 기대해 봅니다.

  전국의 모든 교통범죄수사 경찰관들 모두 파이팅!

 

 

  뺑소니범이 되지 않으려면?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차량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처벌과 당혹감 등 두려움을 느껴 피해자를 방치하고 도주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하지만 '아무도 못 봤겠지'라고 생각하고 달아나는 그 순간 단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를 넘어 고의적인 범죄 행위가 돼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고 발생 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억울하게 뺑소니로 몰리지 않으려면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등 현장에서 그냥 떠나지 않았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피해자가 명함을 분실할 수도 있으므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처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한순간의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우리 모두 교통사고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운전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물론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평소 안전운전을 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