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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경찰의 새 이름, 인권경찰

실종수사의 달인을 만나다

서울경찰 2014. 2. 21. 09:38

 

 

  추리소설의 대명사 명탐정 '셜록 홈즈'는 100여 년 전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이면서 아직도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인물입니다.

  「탐정(探偵) :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우리가 알고 있는 '탐정'이란 사전적 의미보다는 복잡 미묘한 사건을 예리하게 분석해 해결하는 사설 형사의 의미가 강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탐정'이 없지요. 개인이 탐정 활동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그러나 탐정을 소재로 한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도 그 말을 자주 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탐정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경찰관을 소개할까 합니다.^^

 

 

  대한민국 실종수사의 달인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 서제공 경위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구로경찰서 서제공' 혹은 '실종수사팀' '실종사건' 라고 검색하면 서제공 경위가 등장하는 수많은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실종사건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경찰관서에 '실종사건 전담수사팀'을 편성하여 실종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토록 하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 기준 총 267개 팀 1,048명이 실종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에서는 사설탐정을 고용하지 않아도 실종사건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실종사건 중에 왜 구로경찰서 서제공 경위의 사건이 유난히 뉴스에 자주 나오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서제공 경위를 만나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해 회의 중인 서 경위를 한 시간쯤 기다려 만났습니다.
  "어제 지방출장 갔다가 새벽2시에 도착해 씻지도 못했어요! 미안해요! 기다리게 해서"
  누군가를 한 시간씩 기다리게 해도 밉지 않은 인상에 서글서글한 말투, 조금은 느려 보이는 몸가짐.

  서제공 경위는 57세입니다. 정년도 3년 남짓 남았답니다.
  두꺼운 안경, 검은 피부, 머리도 듬성듬성 빠져있으며 복장은 등산복 차림입니다.
  하지만 눌러쓴 모자가 잘 아울리는 것을 보면 소설 속 탐정의 모습과 비슷하죠?^^

 

 

  필자는 실종수사의 달인 서 경위를 개인적으로 압니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제주도 문화 탐방을 함께 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 경위와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서 경위는 매일 아침 호텔방을 나설 때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읽도록 침대 위에 작은 메모를 써 놓곤 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제주의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고, 저녁에 들어오면 깨끗한 침대 시트 때문에 행복합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서 경위의 짧은 편지에 감동을 했던지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습니다.'라고 답장을 써 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 경찰관 '서제공'에게만 있는 특별한 감성입니다.

 

 

  '서제공표 감성치안'

  서 경위가 해결해 언론에 보도된 실종사건 기사입니다.
  '46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찾은 50대 여성의 이야기'
  '22년 만에 아들을 만난 기막힌 사연'
  '가난 때문에 버린 세 살 난 아이를 다시 찾아준 사연'

  민원인의 안타까운 사연과 서 경위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이뤄낸 드라마 같은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후, 서 경위의 신문기사를 오려 와서 본인의 가족도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민원인도 있고, 미국에 사는 한 교포는 30년 전 헤어진 가족을 찾아달라며 미국에서 직접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에는 한 해 평균 800∼900여 명의 사람들이 실종수사를 의뢰한다고 합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말이 서 경위는 민원인이 오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민원인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서 경위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민원인의 이야기를 오래 듣다 보면 그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내 일 같이 느껴진다."라고 합니다.

  "실종사건 피해자의 입장에 서 보니 내가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얼마 전 큰 주목을 받았던 '염전 노예' 사건도 서 경위가 직접 수사한 사건입니다.
  '염전 노예' 사건에 관해 묻자
  서 경위는 이 사건이 크게 이야기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우리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던 노모(老母)가 제게 아들의 편지를 들고 왔고,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팀원 황순호 형사와 같이 섬에 갔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소금장수로 위장하기 좋은 얼굴(?)을 가진 서 경위와 동료 황 경장은 그렇게 섬으로 들어가 이틀 만에 피해자 김 모(40) 씨를 구출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염전 노예'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뉴스레터 팀이 방문한 날도 서제공 경위는 염전에서 2차로 구출한 피해자 채 모(49) 씨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채 씨는 5년 전 대전역 근처에서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섬 염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신의 나이도, 이름도, 지금이 몇 년도 인지도 모르고 있는 채 씨.
  염전에서 일하다 부러진 다리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직도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서 경위가 채 씨 그리고 그의 유일한 혈육인 누이 채 모(58) 씨와 함께 심리 상담과 정신 감정을 할 수 있는 시립장애인 복지관을 찾았습니다.

  피해자를 염전에서 구출해 가족에게 인계하고 피의자를 입건하면 경찰로서의 역할은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서 경위는 "피해자가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인데 제가 어떻게 손을 뗄 수 있느냐"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채 씨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받도록 도와주었고, 오늘은 심리 상담과 정신 감정을 통해 장애등급을 받는 절차를 도와줄 예정입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복지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게 하고 싶은 것이 서 경위의 마음입니다.

  채 씨의 누이에게는 장애인 인권단체를 소개해 채 씨가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며, 그동안 밀린 임금도 받을 수 있도록 노동청에 해당 염전 업주를 고발 조치하는 것까지 도와줄 것이라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제공 경위가 '명탐정'이라 생각했는데 같이 있다 보니 서 경위는 명탐정이 아닌 피해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명심정(心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채 씨의 모든 검사가 끝나자 채 씨의 누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고맙다"는 말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앞으로 동생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서 경위에게 좋아하는 글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답니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 다네요."

  "제 말이 아니고요~ 헌법 제10조 조문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오늘 집에 돌아가 헌법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헌법이 법이 아닌 성경이나 법문처럼 들린 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서 경위와 같은 경찰관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당신이 이 시대가 원하는 대한민국 경찰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