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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여장 편의점 강도단 검거

서울경찰 2014. 2. 17. 13:17

 

 

  지난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인 2월 2일 새벽 3시 50분경입니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경찰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편의점에 망치를 든 강도가 현금 5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는 내용의 112 신고입니다.

 

 

  피해자인 편의점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강도가 들어와 망치로 겁을 주고 현금통의 현금을 꺼내 달아났다고 합니다.

  CCTV 속 강도는 돈을 빼앗은 뒤 가지고 있던 망치로 편의점의 전화기를 부수고
  종업원의 휴대폰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신고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강도가 여성의 가발을 쓰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장 강도였다는 겁니다.
  체격도 왜소하고 생김새도 여자 같은 남자였지만 신고자인 편의점 종업원은 여자는 아니었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관할 경찰서인 서초경찰서(서장 총경 김영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관할 112 순찰차와 형사기동대 차량은 발생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35명의 서초서 형사들이 비상 출근하여 강도 발생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범죄 발생 한 시간이 지난 새벽 4시 50분경
  또다시 무전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1차 범행 장소와 불과 500m 떨어진 편의점에서 똑같은 수법의 강도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형사들이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이미 도주하고 난 뒤였습니다.
  형사들은 주변 모든 길을 차단하고 발생장소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의 영상을 확보하고 일부는 주변 숙박업소와 사우나 등 탐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범인은 단독 범행 같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범행 발생 직전 편의점 CCTV에 남녀로 보이는 10대가 들어와 편의점의 상황을 살피고 나가면 그 뒤로 여장을 한 남자 강도가 들어와 범행을 저지르는 동일한 수법을 사용한 점으로 보아 셋은 일행으로 보였습니다.

 

 

  강력계 형사들은 CCTV를 수없이 돌려보며 머릿속에 범행의 형상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쯤 지났을까요?

  김영민 형사 옆으로 범행 직전 편의점 상황을 살피고 나간 공범의 모습과 비슷한 차림의 A 씨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A 씨에게 의심이 가는 점을 몇 가지 물었지만 A 씨는 자신의 나이를 23세라고 말하며, 범행시간에 여자 친구의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대며 잡아떼었고, CCTV의 화질이 흐린 탓에 A 씨를 범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같은 수법의 편의점 강도가 강남에서 2건, 성북구에서 1건이 더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보통 피의자들이 아닌 듯했는데요.
  형사의 직감 상 어제 검문했던 A 씨가 못내 의심스러웠던 강력6팀 이종길 형사와 김영민 형사는 A 씨의 집을 다시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A 씨의 집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A 씨의 모친이 문을 열었습니다.
  A의 모친이 너무 젊은 것을 이상하게 느낀 이종길 형사가 "아들을 일찍 낳으셨나 봐요? 어머니가 젊으신데 아들이 23세라니?"라고 질문하자
  A 씨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은 이제 16세인데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때 느끼는 형사들만의 촉!
  타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경찰의 검문을 피했던 것으로 판단한 이종길 형사는 A 씨를 상대로 범행을 추궁한바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현장 수색을 통해 범행에 사용한 가발과 망치 그리고 여성용 치마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A 씨와 함께 가출해 강도 범행에 가담한 일당 5명도 사건발생 하루 만에 모두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모두 가출한 뒤 서로 알게 된 사이로 유흥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 씨(16) 등 10대 5명을 구속했습니다.

 

 

  범행한 가담한 일당은 A 씨를 포함한 모두 5명(남자 4, 여자 1)으로 이들은 모두 10대 가출 청소년입니다.

  이들의 연쇄 범행은 이렇습니다.
  이들은 범행 장소였던 반포동 다세대 밀집 지역에 조그만 방을 얻어 놓고 혼숙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돈이 떨어지자 여장을 한 B 씨와 또래 A, C가 함께 동네 편의점을 털자고 공모합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뒤 후드티와 모자를 눌러쓴 A와 C 씨가 비교적 사람의 왕래가 뜸한 편의점을 고르고 편의점에 들어가 편의점 종업원의 상태 등을 파악한 뒤 여장은 한 B 씨가 범행을 합니다. 그동안 나머지 일당은 편의점 밖에서 주변을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초서 범행 다음날에는 공범 B, D, E가 강남에서 2곳, 성북에서 1곳을 같은 방법으로 범행한 것입니다.

  이렇게 이들이 편의점을 터는 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범행장소에서 가까운 자신들의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면서 또 다른 범죄장소를 물색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1차 범행을 한 후 한 시간 만에 또 다른 편의점을 같은 방법으로 털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을 마치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흩어져 돌아가던 길에 A 씨가 경찰의 검문에 적발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이종길 형사는 "편의점 내 CCTV의 위치와 각도 조절만으로도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앞으로 유사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취약시간대 편의점 등의 순찰을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편의점 등에서 비상시 수화기만 내려놓아도 자동으로 112신고가 되는 '112신고 자동 신고 시스템' 가입을 적극 권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