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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범죄의 퍼즐을 완성하다!

서울경찰 2014. 1. 27. 17:57

조각난 범죄의 퍼즐을 완성하다!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를 소개합니다 



 한때 필자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 다들 한번쯤은 보셨죠? 그 중에서도 저는 시즌 5를 제일 좋아합니다!! 


애런 하치너 팀장이 제가 상상했던 프로파일러의 모습에 딱 들어맞았거든요∼ 


 <출처: 구글 이미지> 


 흔적도 증거도 없는 의문의 사건 현장마다 짠∼하고 나타나는 해결사들이죠^^ 

 이처럼 범죄현장과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하여 범행동기를 찾고 범죄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이들을 '프로파일러' 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 3인방을 소개해 볼까해요. 

 그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떨리네요^^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서울경찰청 3층에는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경찰관들과 최첨단 장비가 구축된 '과학수사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이곳은 견학하는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죠^^ 

 과학수사계는 감식팀, 현장팀, 행동과학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3인방 최대호 경사(특채 1기), 이주현 경사(특채 3기), 이상경 경장(특채 3기)은 행동과학팀 소속이에요. 

 '행동과학'이라.. 

 직업 경찰관인 저에게도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경찰에는 총 35명의 프로파일러(각 지방청마다 2∼3명)가 활동 중인데요. 



 이들 3인방은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특별 채용된 심리학에 능통한 전문가들입니다. 


 Q. 프로파일러가 된 계기가 있다면? 



 특채 1기 프로파일러 최대호 경사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할 때, 구석에서 심리학 서적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에 몇 권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에 흥미가 생겨 자연스레 '심리학을 전공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최대호 경사>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인간의 반사회적 행동 및 공격성 등 범죄와 관련된 심리에 흥미를 느꼈어요. 2004년 유영철 사건을 보면서 전공 지식을 활용해 어떻게 사회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때에 특채 공고를 보고 프로파일러가 되기로 결심했죠^^ 



 특채 3기 이주현 경사는 경북대학교에서 심리학(석사)을 전공했습니다. 

 IT 계열 회사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터라 초반에는 경찰조직에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주현 경사> 외국에서는 범죄수사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적용된 게 오래전부터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국내에는 알려진 부분이 없어 답답했었죠. 그러던 중 특채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거에요. 사실 굉장히 특이한 직업이잖아요, 처음엔 그런 희소성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게 됐죠.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격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이상경 경장. 

 역시 지성미가 철철 넘치네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 경장은 어려서부터 퍼즐을 맞추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상경 경장> 흔히들 프로파일러를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라고도 부르거든요∼ 범인의 연령, 성격, 직업, 교육수준, 신체적·육체적 특징 등의 흔적을 찾아 범죄의 퍼즐을 맞춰 간다고 해서 말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죠?^^ 


 Q. 프로파일러의 업무는 무엇일까요? 


 프로파일러가 추구하는 목표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적인 특성 등을 파악해 수사방향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좀 어렵고 생소하죠?^^; 


 연쇄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서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하는데요. 때문에 이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밤 서울시내에서 발생했던 형사 사건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밤사이에 일어난 사건사고를 하나씩 살펴가며, 프로파일러의 지원이 필요한 사건을 추려내는 것이죠. 


 이들은 연쇄성이 의심되거나 특이하다고 판단되는 살인·강도·실종·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나가 기초 조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현장에 출동해 범죄자가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고,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 일련의 범죄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범행동기와 용의자의 특징 등을 분석하는 일도 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이상경 경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일명 '프로파일러 노트'에요. 혈흔이 어떤 각도로 튀었는지, 독특한 범행도구에 대한 내용과 용의자의 특징들이 적혀 있네요∼(우와) 


 <현장에서 작성한 이상경 경장의 노트>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라면 범인과의 면담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기도 하고, 여죄를 밝히는 심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일선 형사들이 범인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수사가 쉽게 진행되도록 돕거나, 수사 가치가 있는 목격자의 진술을 가려내는 역할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들은 지리적 프로파일링(Geo Pros) 시스템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토양에 맞는 공간통계분석기법을 경찰의 범죄수사 데이터에 적용해, 범죄위험지역 예측을 통해 방범전략을 수립하고, 연쇄범죄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추측이 가능토록 해줍니다. 한마디로 범죄자의 동선을 예측하는 것이지요. 


사건이 없을 경우에는 장기미해결 사건을 재분석하고 확인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행정업무도 처리하며,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유영철 사건을 영화화한 <추격자> 보셨나요?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 지영민의 범죄 심리를 까발리는(!) 장면..

 "대개 너 같은 새끼가 성불구거든∼" 

 "정을 네 거시기로 생각해 여자의 머리에 때려 박을 때의 그 쾌감...." 


 이 장면과 대사는 영화 초반의 지영민의 충격적인 범죄 장면과 함께 뇌리에 더욱 강렬하게 어필하는 명장면이었는데요. 범인과의 면담기법이 궁금했던 필자가 물어봤습니다. 



 <최대호 경사>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접근방법도 다 달라요. 처음 한두 마디 해보고, 성향을 파악한 다음에 면담을 시작해요. 피의자들이 경계를 하니까요. 일단 어색함을 무너뜨려야 해요. '라포형성'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식사는 하셨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하는 식으로 들어가죠. 일단 시도를 하고, 그쪽에서 돌아오는 반응을 봐서 '이렇게 접근해야 겠구나'하고 짧은 순간 파악을 해야 합니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면담을 할때는 보통 2명의 프로파일러가 진술녹화실에 임장하는데, 프로파일러들은 수사과정에서 조사를 받는 범인의 태도 등을 사전에 분석해 예상 면담을 준비한다고 합니다(범인의 심리적 동요를 억제하기 위함이기도 함). 이 때문에 주 면담자는 범인의 면전에서 사전에 범인과 관련된 자료를 펼쳐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파일러는 그것을 적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석된 면담자료는 '스카스'(SCAS : Scientific Crime Analysis)라는 범죄분석시스템에 입력합니다. 여기에는 범인의 성장 배경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에 사용된 수법이나 도구의 특성 등을 세부적으로 담게 되는데요. 이렇게 축적되고 분석된 자료는 비슷한 성향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맞는 범인상을 추정하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게 되는 것이죠. 


 면담 도중에 성적인 질문 등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질문을 받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이상경 경장> 우리들이 (그 방면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편하게들 말해요. 자신의 성적인 문제, 심지어 발기부전같은 것들도 말이죠. 연쇄강간범 같은 경우 여자 앞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떠벌이기도 해요. 아예 처음부터 "XX해봤어?"라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죠. "아가씨, 결혼 했어요?"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다보면 아가씨도 됐다가, 아줌마도 됐다가, 애가 세 명인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프로파일러 3인방은 한결같이 경험했던 수많은 살인사건을 한 건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처음 채용되었을 때 광주경찰청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한 교회 옆에서 두 명의 신도가 각각 살해당한 사건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거든요. 원한, 돈, 치정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대략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드러나는데 이 사건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당시 저희 프로파일러들은 사건이 일반적인 살해사건과 달리 범인의 개인적인 욕구에 의한 연쇄살인이라고 추정했고, 그때까지의 수사방향과 다른 방향을 제시했죠. 



 예상대로 피해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연쇄살인이었는데, 다문화가정에서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을 가자, 아내가 평소 다니던 교회의 도움을 받아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이 무작위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을 살해한 사건이었죠. 사실 프로파일러와 수사팀의 방향이 아주 다른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때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고, 전혀 방향이 달랐던 일이라서 기억에 남네요.


 <최대호 경사> 기억나는 게 하나 있네요. 몇 달 전이었는데, 방화살인사건이었어요. 술집에서 50대 남성과 우연히 술을 같이 먹게 된 범인은 피해자의 집에까지 가서 술을 한 잔 더하게 됐었죠. 그러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깜빡 잠이 들었고, 그가 졸고 있는 틈을 이용해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훔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정신을 차린 피해자에게 범행이 발각되자 집에 불을 질러 살인을 한 것이었는데요, 화재로 인해 물적 증거가 없어 유죄를 입증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저와 이상경 경장이 피의자의 조사과정을 12시간정도 모니터링 하며 조사태도, 행동특성, 성향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해 자백을 이끌어 낸 사건이었죠. 


 Q. 업무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단 몇 시간의 인터뷰로 완전히 파악한다는 것이 언제나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또, 사건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모든 상황을 판단ㆍ분석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의 은신처를 추정하지만, 실제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항상 힘듭니다. 막상 범인을 검거하고 나면 그때까지의 추리가 맞았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완전히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게 가장 힘들어요. 


 Q. 끝으로 미래의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대호 경사의 책상위에 놓여진 책들> 


 누군가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고 하면, 우선 말리고 싶다는 3인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되고 싶다면 한 가지 분야만 공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주현 경사> 프로파일러는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들로 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심리학, 사회학 책만 열심히 읽는 것은 반대라는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보는 눈과,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프로파일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지고 화려한 직업만은 아닙니다. 강력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죠. 


 범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힘들고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고 사회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시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기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선물이라고 말하는 3인방! 


 짧은 시간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을 프로파일링 하자면 감히 '멋있는 사람' 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