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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화를 다스리는 작은 지혜

서울경찰 2015. 3. 20. 14:34

 

  홧김에 공기총으로 사람을 죽이고,

  홧김에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하고,

  말다툼하다 홧김에 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홧김에 10개월 딸 때려 숨지게 하고

  홧김에 동거녀 집에 기름 뿌려 불을 지르고

  홧김에 자살하고...

 

 

  포털 사이트 뉴스 란에 '홧김에'라는 단어로 검색되는 뉴스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치밀어 오르는 화를 극단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분노조절장애' 혹은 '간헐적 폭발장애'라고 합니다.

 

 

  복잡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은

  분노, 불안, 죄책감, 우울증 등에게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우리 마음 한편에 오랫동안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고,

  한 번 폭발된 감정은 학습되고 유사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폭력 사범 26만 6천여 명 중 15만 2천여 명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분노 범죄'였다는 경찰청 통계를 통해서도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경찰관인 필자가 파출소 근무할 때 경험입니다.

  술에 취해 파출소나 지구대에 들어와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저 술 취한 거 아닙니다."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

 

  술에 취한 사람이 자신이 술에 취했다는 사실을 알면 파출소가 아닌 집으로 갑니다.

  파출소에서 와서 다양한 강연(?) 내지 공연(?)을 하는 분들은 특징이

  본인이 술에 취한 사실을 인지 못 한다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내게 "당신 분노조절장애야"라고 말한다면,

  "아니야!" 라며 분노의 멱살을 잡지 않을까요? ^^

 

  하지만 술에 취한 채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욱하는 마음에 주먹을 휘둘러 경찰서를 찾는 사람도 '머리에 뿔 난 광인'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옆집 아저씨, 앞집 청년 혹은, 아는 아주머닙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스스로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하는 누구나,

  나 또는 타인에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범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차 시비, 층간 소음과 같은 이웃간 분쟁과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지금,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배려''양보'.

  올해 서울경찰의 캐치프레이즈 '선선선, 선을 지키면 행복해져요'의 마지막 '선'

  '배려양보선'임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참고, 참고 또 참으면 되는 걸까요? ㅡㅡ;;

  좋은 해결책이 있다는 제보에 서울경찰 기마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말에서 둔감을 배우다

 

 

  서울경찰 기마대에는 14마리의 말이 있습니다.

  말이라는 동물은 몸집은 크지만, 기본적으로 생태계에서는 포식자가 아닌 피식자(被食者)입니다.

 

  풀만 먹고사는 말은 주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와 작은 소리에도 반응 하는 예민함

  그리고 서서도 잘 수 있는 특수한 몸의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런 예민한 말들이 자동차나 낯선 물건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의연할 수 있는 것은 훈련 때문입니다.

  일명 "둔감화 훈련(desensitizing training)" 인데요.

 

 

  예민한 말의 기본 성품을 훈련을 통해 예민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훈련은 이렇습니다.

 

  말 머리 근처에서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흔들어 줍니다.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바스락 소리는 말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입니다.

  마치 풀숲에서 사자 등의 포식자가 튀어나올 때와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말 조련사는 말에게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놀라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훈련된 말들은 주변의 스트레스에 분노와 놀람으로 반응하지 않고,

  차분함과 무관심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렇게 훈련된 말은 플라스틱 봉지 뿐 아니라,

  꽹과리 소리, 북소리, 다양한 깃발의 펄럭이는 소리,

  심지어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차분한 기마순찰로 안정감을 주었던 말들.

  실은 피식자로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섬세함과 예민함을 넘어서기 위해

  이런 훈련을 매일매일 반복한 결과라고 하니...

  갑자기 말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

 

  이렇게 어떤 스트레스가 올 때, 즉각적인 분노로 반응하지 않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둔감화 훈련...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노를 다스리는 다양한 팁을 공유합시다!

 

 

  분노를 다스리는 한 가지 팁입니다. ^^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생각하거나, 들었을 때 마음 편한 음악이 있다면 그 음악을 들어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어릴 적 할머니 댁의 마당을 생각하면 마음이 제일 편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어떤 환경에서 화를 냈는지를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에 아들의 성적표를 보고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

 

  그럼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첼로 소품집을 틀어 놓고

  할머니 댁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나를 그려봅니다.

 

  내가 작은 행복에 취해 있을 때 할머니 댁 대청마루에서 아들의 성적표를 보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날 듯싶더니 이내 기분이 괜찮아지네요. ^^

  이제는 아들의 성적표를 보고도 화를 내지 말아야겠습니다! ^^

 

 

  여러분도 따라 해 보시죠.

  눈을 감고 여러분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장면을 떠올리시고

  그 모습을 여러분 마음의 바탕화면으로 사용해 보세요.

 

  행복한 바탕화면에 작은 휴지통도 만들어 놓은 다음 화나는 일이 있거든 그곳에 다 버리시죠!

  분노는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