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2015. 2. 23. 08:30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근무했던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는 서울 31개 경찰서 중에서도 112신고가 가장 많기로 손꼽히는 곳이었습니다.

 

  112 신고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신고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교대 시간까지 바쁘게 일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죠.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주민들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112 신고처리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순찰하는 시간과 장소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주민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들이 있을 때마다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가 바로 오늘 소개할 주인공, 「자율방범대」입니다.

 

 

  「자율방범대」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방범 자원봉사자 단체이며, 경찰의 방범 협력단체 중 가장 대표적인 조직입니다.

 

  이들은 경찰관들과 함께 범죄예방을 위한 야간 방범 순찰과 청소년 선도를 비롯한 여성 안심귀가 동행서비스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19일 밤 9시.

  서울에 있는 449개(현재 11,323명 활동 중) 자율방범대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광진경찰서 자양 4동 자율방범대를 찾았습니다.

 

 

  3평 남짓한 컨테이너에 안에는 회의용 테이블과 책상, 간의 탈의실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삼삼오오 모여든 자율방범대원들은 자정까지 있을 야간 순찰을 위해 순찰복으로 갈아입는 중이었습니다.

 

 

  올해로 20년째 자양 4동 자율방범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왕규성 대장은 1995년 1월에 처음 만들어진 원년멤버이기도 한데요.

  전기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낮에는 생업을 위해 일을 하고, 밤에는 이웃을 위해 방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딸 셋을 둔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항상 딸의 귀갓길을 직접 챙겼다고 하는데요.

  '딸 가진 부모의 마음'에서 직접 순찰에 나서기로 한 것이 자율방범대를 시작한 이유였다고 하네요.^^

 

 

  왕규성 대장 외에도 자율방범대원들은 가정과 직장생활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주 월 · 수 · 금요일에 시행되는 방범 활동에 꼬박꼬박 참여하는데요.

 

  총 38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순찰이 조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날은 왕규성 대장을 포함한 5명의 자율방범대원이 경찰관과 함께 순찰을 시작했습니다.

 

 

  동네주민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어디가 방범 취약지이고, 어디가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통학로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어두운 동네 골목, 공원 등 그야말로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범죄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2013년도에는 서울경찰이 선정한 '베스트 자율방범대'로 뽑히기까지 했습니다.

 

 

  자율방범대는 남성만으로 구성됐다?!

  아닙니다.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여성자율방범대도 있습니다.

 

  여성자율방범대는 '부녀방범봉사대', '여성자율방범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적은 인원이지만 경찰의 치안 협력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성동 · 영등포 · 동작 · 광진 · 중랑 · 관악 · 강동 · 구로 · 송파 등 총 9개 경찰서 소속으로 총 726명의 여성자율방범대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성동경찰서 응봉파출소에요.

  '부녀방범봉사대'를 만나기 위해 뉴스레터 취재팀이 두 번째로 찾은 곳입니다.

 

  '부녀방범봉사대'는 사무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대원들은 이곳에 모여서 순찰 준비와 월례회의 등을 한다고 합니다.

 

 

  야간 순찰을 나가기 전 최종현 순찰팀장과 함께 오늘 있을 순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부녀방범봉사대는 평소 생활을 해오며 느꼈던 위험한 장소나, 이웃의 어려운 문제들을 경찰관과 나눈다고 합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치안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답니다.

 

  부녀방범봉사대는 주민의 관점에서 경찰관이나 남성 자율방범대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보살피고 있는데요.

 

 

  신경순 대장은 '우리 동네는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지난 2003년 5월 부녀방범봉사대를 구성했습니다.

 

  신 대장은 이전에도 새마을부녀회에서 20년 정도 활동을 했는데요.

  당시 파출소장과 친분이 있던 남편의 권유로 활동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현재 부녀방범봉사대는 총 18명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초중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녀방범봉사대는 '엄마 마음 순찰' 이라는 다짐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방범순찰이 우리 동네의 안전을 지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도심이지만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이 적은 동네의 특성 때문에 골목골목  더욱 꼼꼼히 순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찰 뿐 아니라 주취자나 청소년, 여성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돕고 있는데요.

  이른 아침에는 녹색어머니회 등과 함께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공사 등으로 아동 안전이 우려되는 곳에서 안전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녀방범봉사대의 활약은 주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대원들을 만나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줍니다.

 

  1시간 남짓 순찰하는 도중에도 참 많은 동네 주민과 안부를 물었는데요.

 

  무엇보다 주민들이 대원들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활동이 방범 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원들은 매월 회비를 모아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7년째 손수 김치를 만들어 나누어주는 행사를 하고 있고, 일일찻집을 운영해서 모은 돈으로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결연가정 등에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웃으며 김장하시는 모습 보이시나요?

 

  대원들은 얼굴 한 번 찡그리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자신의 수고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다고 합니다.

 

  정말 다방면으로 활동하죠?

  자율방범대가 아닌 방범봉사대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를 알겠네요. ^^

 

  자율방범대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바로 그것인데요.

 

 

  현재 서울 시내에는 영등포, 구로, 금천 등 6개 경찰서 산하에 외국인 자율방범대(현재 106명 활동 중)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이유는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인데요.

 

 

  뉴스레터 취재팀은 세 번째로 구로구 가리봉 시장 안쪽에 위치한 '외국인 자율방범대'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구로경찰서 외국인 자율방범대는 총 34명의 중국동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원들은 이 지역에서만 5~6년간 거주한 사람부터 우리나라에 온 지 1년도 안 된 사람까지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지닌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난 2005년 중국인들에게 출입국 관련 소식과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 제공을 했던 신화보사 대표 조명곤씨에 의해 최초로 결성되었습니다.

 

 

  대원들이 외국인 자율방범대에 지원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외국인 밀집지역은 '우범지역'이라는 시각을 바꿔보고자 외국인들이 자율적으로 방범 봉사대를 만든 것인데요.

 

  지난 2012년 '오원춘 사건'에 이어 최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 사건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민들의 '편견'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미지 개선을 위한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고 합니다.

 

  또 친목 도모 등 동포 간 적응 차원에서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현재 외국인 자율방범대장을 5년째 맡고 있는 김용운(56) 씨는 중국 지린 성 출신 동포인데요.

  6년 전 우리나라에 와서 지금은 이곳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가장 큰 장점은 언어소통입니다.

 

  외국인들은 백 마디의 우리나라 사람의 말보다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 외국인의 충고 한마디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간 순찰이 시작됐습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순찰은 붉고 화려하게 불을 밝힌 시장통을 시작으로, 가로등 불빛이 잘 닿지 않는 으슥한 벌집촌 골목까지 빠짐없이 진행됐는데요.

 

  대원들은 만나는 중국동포들과 인사를 나누고, 중국어와 한글로 '음주 소란·단순폭행도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초질서를 준수하자'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홍보용 전단을 나눠주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가리봉 시장 주변은 주로 술에 의한 폭행 시비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대원들은 중국동포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나 상점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하는데요.

 

  그 때문인지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활동해온 이후로 강력사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가까이서 이들과 함께 순찰하다 보니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포들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이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는데요.

 

  앞으로도 쭉~ 활발한 활동 부탁드려요. ^^

 

 

  이렇게 자율방범대가 동네의 안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지자체마다 약간 차이는 있으나, 구청에서 지급되는 월 12만 원 내외의 운영비로는 초소의 시설비와 순찰차량의 연료비 등의 경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또한, 순찰에 필요한 경광봉과 호각, 야광 조끼를 경찰에서 일부분을 지원해 주지만 장비 부족과 노후화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고 합니다.

 

  더욱 효율적인 방범 활동은 물론 대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있죠.

 

  부족한 경찰의 인력 문제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나서 극복해가고, 고민하는 자율방범대의 모습을 보니 이제는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추운 겨울!

  시린 추위에도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일념 하나로 늦은 시간까지 경찰활동에 동참해 주시는 영원한 치안파트너 자율방범대원 여러분께.

 

  3만 5천 서울경찰 모두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01-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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