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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어느 50대 여인의 마지막 소원

서울경찰 2014. 7. 8. 09:58

  지난 5월 27일 밤 9시.

 

  매우 야위어 병색이 완연한 50대 여인이 서울역파출소를 찾아왔습니다.

 

  그 여인은 거동이 불편해 다른 40대 여인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파출소 근무 중이던 한진국 경위와 박성근 경위는 의자를 권한 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구호공동체 '꽃동네'의 자원봉사자입니다. 제가 모셔온 분은 꽃동네에 입소해 도움을 받고 있는 분으로, 이 분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간절한 소원을 위해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40대 여인이 먼저 용건을 밝히자 50대 여인이 뒤이어 본인의 사정에 대해 설명합니다.

 

 

  "저는 지적장애가 있어 20여 년 전에 가족과 헤어져 꽃동네에 입소하여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10년 전 당뇨병에 걸려 약을 먹고 있는데 최근에 당뇨 합병증이 심해져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감이 듭니다. 숨이 붙어 있는 동안 하나뿐인 혈육인 오빠를 만나고 싶은데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 연락처도 모르겠습니다."

 

  그 50대 여인은 파출소를 찾아온 연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흐느끼기 시작했고, 사연을 듣던 한 경위와 박 경위도 가슴이 울컥하는 것을 애써 참아야 했습니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한 경위와 박 경위는 오빠의 소재지 파악을 위해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나 흐릿해진 기억에 곤란함을 겪는 가운데 어렵게 오빠를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그중 결정적 단서는 '212번 버스 종점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오빠 집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70cm 정도의 큰 키에 30kg 정도의 몸무게로 혼자 힘으로는 서 있기도 힘들어하는 이 여인은 한 경위의 손을 붙잡고 "생전에 오빠를 꼭 만나게 해 달라.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절박한 모습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던 한 경위와 박 경위는 바로 순찰차에 몸을 싣고 옛 212번 버스 종점이 있던 양천구 신월동으로 달려갔습니다.

 

 

  파출소에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에도 '호구조사'는 계속 이루어졌습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흐릿하던 '오빠 집'에 대한 윤곽이 점점 드러납니다.

 

  30여 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 주변을 수소문해 옛 212번 버스 종점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까지는 수월하게 풀렸습니다.

 

  하지만 동네 전체가 비슷한 집이 많은 주거 밀집 지역이다 보니 그녀의 기억을 더듬어 찾기가 쉽지 않아 한 경위와 박 경위는 주변의 집을 하나씩 하나씩 확인하며 훑어 나갔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4시간여의 수소문 끝에 오빠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오빠를 본 그녀는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과 희망이 얼굴에 가득 찼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던 오빠도 이내 동생임을 알아보고 그 병약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안아 주었습니다.

 

  소원을 이루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며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에서 그녀가 그토록 찾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연을 듣고 인터뷰에 나서자 두 경찰관은 "저희가 아니라 저희 팀원 누구라도 발 벗고 나섰을 겁니다."라며 애써 공로를 팀 전체에 돌리며 멋쩍은 미소만 지었는데요.

 

  꽃동네 여인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준 서울역파출소 한진국 경위, 박성근 경위. 수고 많으셨어요. 곤란한 일을 겪는 시민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