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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서울경찰 치안활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ONE-STOP 지원센터

서울경찰 2014. 4. 7. 10:10

 

 

  뉴스레터 필자인 저는 홍보실에 근무하는 경찰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1996년 지구대 근무할 때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등굣길 괴한에게 성폭행 당한 여고생이 있었습니다.

 

  112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뒤 피해 학생을 어떻게 할지 몰라, 당시 파출소장의 지시로 사복으로 갈아입은 제가 피해 학생과 보호자를 데리고 산부인과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20대 후반인 제가 울고 있는 여고생과 함께 산부인과에 방문했을 때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임산부의 따가운 눈총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치안서비스도 진화한다.

 

 

 

 

  경찰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에 25개소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3곳의 원스톱지원센터가 경찰병원, 보라매병원, 서울대학병원에 있습니다.

 

  원스톱지원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매매 피해자의 법률상담,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서울대학병원에서는 예전 19세 미만 아동, 청소년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해바라기 아동센터와 경찰의 원스톱지원센터가 결합해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며, 이곳에서는 피해자 조사, 법률상담, 의료지원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18년 전 성폭행 피해자 처리에 대한 서툰 경험담을 이야기 했는데 그 사례를 토대로 지금이라면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가상 드라마를 통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벚꽃이 만발한 4월의 어느 날.

 

  행복여고에 다니는 미연(가명)이가 아침 자습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섭니다.

 

  집 앞 골목을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나가려는 순간 웬 낯선 남자가 미연이의 입을 틀어막고, 공사가 덜 끝난 다세대 주택 건설현장으로 끌고 갑니다.

 

 

 

 

  30대 중반의 괴한은 미연이를 성폭행하고 달아났습니다.

 

  너무 놀란 미연이는 소리도 지를 수 없었고 가던 길을 돌려 집으로 갔습니다.

 

  이 사실을 안 미연이의 어머니가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출동 즉시 미연이와 어머니를 데리고 원스톱지원센터로 갔습니다.

 

 

 

 

 

 

 

  미연이를 위한 이 모든 치안서비스는 100% 무료입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 치안 선진국인 이유입니다.

 

 

 

 

 

  서울대학교 원스톱지원센터의 홍광숙 팀장을 만났습니다.

 

  Q. 원스톱지원센터에는 어떤 경찰관들이 근무를 하나요?

 

  A. 기본적으로 이곳은 수사능력을 갖춘 여성경찰관 중에 선발합니다.
이곳에서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여성, 장애인, 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그래서 조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도 일반 사건보다 2~3배가 더 오래 걸립니다. 또한, 이곳에 근무하려면 수사능력 외에 피해자를 이해하는 감수성, 배려심이 필요합니다.

 

  홍광숙 팀장은 수사경력만 15년이 넘고 수사보고서의 달인이라는 지인들의 평도 있었습니다.^^

 

 

 


<성폭력 응급키트>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거수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피해자의 속옷이나 이물질을 보관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종이봉투, 멸균 명봉, 슬라이드, 혈액채취용 튜브, 손톱깎이 등과 채취과정을 설명한 사용안내서를 포함하고 있다.

 

  Q. 이곳에는 어떤 범죄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나요?

  A.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곳입니다.
지난해 이곳 센터에서만 1,184건의 피해접수가 있었는데, 성폭력이 전체 84%로 가장 많았고, 가정폭력(11%), 성매매(1%), 기타 학교폭력(4%) 등 입니다.

 

 


<심리치료실>

 

  심리치료실에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인형과 장난감이 구비되어 있어 마치 놀이방에 온 것처럼 아이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받도록 되어 있다.

 

  Q.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이겠네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중에는 남자 아이들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 지난해의 경우 41건(3%) 정도가 남성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외국인 피해자들도 이용을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곳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은 외국인은 49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다문화 가정, 관광객, 유학생들이 주로 이곳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곳의 범죄 피해유형은 아주 다양했습니다.

 

  친아버지가 친딸을 성폭행한 사건, 명문대 의대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정신지체 장애인 여성을 한 동네 여러 사람이 성폭행한 사건 등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경찰관을 포함한 근무자(상담사, 심리치료사, 간호사 등)는 모두 여성입니다.

 

  이들은 매일 성폭력 피해자들의 끔찍한 사건을 상담하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성폭력 사건을 간접 경험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 대리외상(트라우마)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대학생 딸은 둔 홍 팀장이 필요 이상으로 딸에게 잔소리하고, 미혼 여성인 상담사, 치료사들의 상당수가 불면증, 분노, 공포 등의 증상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와 근무환경,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피해자가 보내온 감사 편지中

 

처음 딸의 사건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캄캄했는데, 여성아동센터 경찰 팀에서 딸의 병동을 틈나는 대로 들러 용기를 주셨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이 가해자와 싸울 수 있는 힘은 서울경찰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며 가장 믿고 의지하며 신뢰하고 있음도 잊지 말아주세요! <중략>

  얼마 전 제 딸이 대학 입학 수시전형에서 왜 장애인이 되었는지 묻는 교수님의 질문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말하였는데 그런 딸에게 그곳에 계시는 모든 교수님들께서도 격려와 용기를 주셨고, 딸은 지금 아주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ㅇㅇㅇ형사님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이성미 경장은 업무가 힘든 것만은 아니랍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보람된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음을 생각했던 아이가 원스톱 센터를 찾아 무너진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자신이 받은 사랑이 너무 커 사회단체 자원봉사자로 나선 사연도 있고,

 

  피해자 가족이 원스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재활에 성공해 감사하다며 보내온 편지도 수없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격려가 모든 힘든 업무를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작은 촉매라고 합니다.

 

 

 

 

 

  임고은 심리치료사는 성폭력 피해 아동이 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 해맑은 미소를 되찾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성폭행 피해자 가족이 감사의 뜻으로 직접 만들어 보내 온 인형 모빌입니다.

 

  자세히 보니 다양한 복장을 입고 있는 여성들입니다.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의 미래 모습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서울 해바라기 여성 아동센터를 나오면서 이 땅에 없어져야 할 많은 범죄 중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 상담사, 심리치료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