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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스토리 12화) 경찰아빠와 딸

서울경찰 2012. 6. 29. 10:12

 

 

2009.12. 23 문소라

 

 

안녕하세요, 뽈작가님^^

 

저는 경찰관을 아버지로 둔 23살의 여대생입니다.

뽈스토리를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아빠가 경찰인 아이였고

(가끔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기 당했는데 어떡하냐고 전화 오는 친구... “성희롱 당했는데 어떡하냐고 전화 오는 친구... 저는 쿨하게 여기는 112가 아니야.. 경찰서로 전화해!" 라고 하지만..)

 

그 영향인지 학창시절에도 늘 정의를 위해 쉬는 시간에 몸 바쳐 친구들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들을 응징하기에 여념 없던 그런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작년 여름이었나요? 제가 몸담은 대학교에서 전의경들과 학교 학생들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동안 아빠에게서 느꼈던 경찰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게 전의경들과 대치중일 때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 어디야? 언제와? " 라고 묻는 아버지께

 

"나 지금 전의경이랑 한판 하고 있거든? 우리나라 경찰의 미래가 참 암담하다"라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 이후, 한 달간 아버지와 정말 한 번도 대화를 안 했습니다.

 

평소 아버지 근무지에도 놀러가고, 어머님이 안계신 터라 아버지와 굉장히 친했던 저의 상황에서는 정말 큰맘먹고 사고친 거겠죠?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늘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컴퓨터 작업 때문에 어깨가 많이 결리신다며, 허리도 많이 안 좋아지셨는데 토끼 같은 자식들 때문에 편히 쉬시지도 못하시는 아버지.

경찰서 근무하실 땐 만원버스에서 힘들까봐 늘 자신의 차에 태워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신 아버지,

강력계 근무 하실 땐 한 달에 1~2, 그것도 불규칙한 잠시 쉬는 시간을 저희가 굶을까봐 손수 마트에서 장봐서 냉장고에 꾹꾹 채워주셨던 아버지...

뽈작가님의 만화를 보며 그간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던 중 경찰대에 재학 중인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 친구는 제 아버님이 경찰인 걸 모릅니다)

요즘 사회가 얼마나 흉흉한지 아냐며, 자기는 한국에선 딸 낳기 싫다고 하더군요.

 

저희 아버님은 일선에 계시니 더 참담한 일도 많이 보실텐데도 불구하고 제가 하는 일이라면 늘 믿고 응원해주셨죠 (물론 사회나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금하십니다)

 

그런 아버지께 드리는 글을 쓸까 합니다.

 

아빠, 이제 경찰옷 입고 일하는 것도 10년도 채 안 남았네.

만날 말 안 듣고 말썽만 피우다가 사회생활 좀 했다고 큰 척 하면서 까부는 큰딸이에요.

 

그동안 아빠의 딸로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1. 경찰차 뒤에 탔다가 한강 다리에서 사건 터졌던 날, 내가 있는 걸 깜빡하시고 내리셨는데 조깅하던 아주머니가 뒷좌석에 있는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하시는 말

"어린 나이에 쯧쯧쯧...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니"

 

2. 아빠 만나러 경찰서 들어가는데

경찰 :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 "아빠 만나러 왔는데요"

경찰 : "아버님이 무슨 일로 잡혀오셨습니까?"

: "....................일하세요."

 

3. 친구들이랑 파티 한답시고 교복 입고 스쿠터 타다 길을 잃어 지구대 들어가서 지도 좀 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맘속으론 난 운전면허증도 있고 술도 안마셨어! 라고 했지만..

집에 계신 아빠도 경찰인데!! 근데 전 왜 무서웠을까요)

 

4. 아빠덕분에 제주도 경찰수련원 가서 여행도 하고

 

아빠 속도 많이 썩이고 그랬지만 아빠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잘 자란 것 같아요.

늘 고맙고, 아빠가 사랑한다고 할 때마다 그냥 무시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어.

아빠 나도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