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스카프 할머니의 비밀
하루 유동 인구 40만 명의 남대문 시장.
이 시장을 자주 방문하시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항상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장을 보러 다닙니다.
갑자기 할머니가 목이 불편했는지 장을 보다가 목에 두른 스카프를 고쳐 매는데요.
스카프를 고쳐 매면서 옆에서 장을 보던 다른 할머니의 가방에서
분홍색 지갑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남대문경찰서 강력 5팀은
소매치기 할머니의 탐문 수사를 하면서 주변 상인들에게
할머니의 본명이 A가 아니라 B 씨라는 것을 듣게 됩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겨 주민등록과 지문을 조회한 결과,
두 사람은 동일일 임을 확인하고
2개의 신분상 주소를 바탕으로 피의자 A의 행적을 파악하여 신속히 검거했습니다.
어떻게 스카프 할머니는 이중 신분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6·25 전쟁 때 가족과 헤어져 고아로 살다가 입양됐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원래 B 씨였지만,
양아버지 성을 물려받아 A씨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1983년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 B 씨 성을 회복했지만,
행정기관은 기존 호적을 말소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17세 때부터 소매치기를 해왔는데 이중 호적을 교묘히 이용했습니다.
A 씨 신분으로 범행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B 씨 신분으로 소매치기에 나서 집행유예 기간에 가중 처벌받는 것을 피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할머니는 A씨 신분으로 28차례, B 씨 신분으로 10차례 등
총 38차례나 소매치기로 체포됐지만, 실형은 서너 번밖에 살지 않았습니다.
또한, 두 신분이 모두 집행유예 기간일 때는 50차례나
일본을 오가며 원정 소매치기를 하다 체포돼 2차례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스카프 할머니는 현재 상습 절도로 구속되어 검찰에서 추가 범죄를 조사받고 있는데요.
전쟁의 상처로 잘못 빠져든 길이 황혼이 되기까지 가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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