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뒤에서 숨어 울고 있는 아이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 줄 건가요?”
지난 4월, 어김없이 신고가 폭주하던 비 내리는 금요일 새벽 시간
“이웃집에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해 잠을 잘 수 없어요.”라는 112신고를 받고 긴장된 마음으로 현장에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똑똑똑!!! 경찰관입니다!!!”
문을 두드리자 술에 취해 짜증 섞인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가
“부부간의 일인데 왜 경찰이 와서 귀찮게 해! 조용히 할 테니 그냥 돌아가!”라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 가정폭력 신고일 경우, 경찰관은 법적으로 현장을 출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조사권이 있습니다!” 저도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출입문을 여는 남자는 40대 초반으로 보였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귀찮고 짜증이 나는 듯이 날 째려보았습니다.
집안은 밥상을 뒤집어엎은 것인지 난장판이었고,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은 볼이 벌겋게 된 흥분된 상태로 잔뜩 겁에 질린 채 있었으며, 작은 방에는 초등학교 5~6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우선 남편과 아내를 분리한 나는 아내에게 전후 사정을 들어보려 하였으나
“부부간의 일이니 조용히 할 테니 그냥 돌아가 주세요.”라는 말뿐, 어떠한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방에서 울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전,
“어머님, 어머니도 이렇게 아프고 힘드신데 저기 어머니 뒤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마음은 누가…….어떻게 치료해 줄 수 있을까요?”
정적이 흘렀고, 떨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던 어머니는 그제야 눈물을 쏟아 내며,
“남편이 일정한 직업도 없이 매일 술을 마시고 집에 와서는 나와 아이들에게 폭언, 폭행하고……. 우리 모두 힘들어하고 있지만 차마 남편이라는 이유로 신고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와 아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긴급보호센터가 마련되어 있는 OO병원으로 피해자들을 모시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한 뒤, 1366여성 긴급전화로 상담토록 조치해 주었습니다.
가해자인 남편은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후, 일상적 얘기를 하며 어릴 적 제가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가족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하나 소중한 인격체이며, 특히 가정불화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당신 아이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 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며 남편을 이해하는 심정으로 다가갔습니다. 이에 남편도 우리의 진심을 알았는지 눈물을 흘리며 참회했고 처벌의사가 없는 부부는 화해시키고 집으로 귀가시켰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그때 그 아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은 남편이 많이 달라졌어요! 스스로 일자리도 찾는 중이고, 상담소에서 상담까지 받으면서 술을 절제하고 있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연신 내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활짝 핀 예쁜 꽃처럼 웃고 있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행복함을 느낀 하루입니다.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경장 백 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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