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 26년 만에 제자리를 찾다!

2014. 11. 3. 07:57

 

  서울종로 높은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조계사.

 

  지난 10월 22일과 23일 이곳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 48점의 불교문화재가 전시됐는데요.

 

  조선 중기부터 후기에 제작된 불화 23점, 불상 1점, 나한상 6점, 복장유물 16점, 위패 2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불교문화재는 불교 사상 신앙에 바탕을 두고 불교신자의 숭배나 의례상의 필요에 따라, 또는 교화의 목적 등으로 제작되어 예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선대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조선시대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한 배불숭유정책 속에서도 꽃피운 불교문화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필자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가슴 벅찬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대형 불화를 보고 규모와 예술성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답니다.

 

  그런데 이 귀중한 문화재들이 몇 달 전만해도 어두컴컴한 개인 지하창고에 먼지와 함께 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전시된 문화재들 모두 도난되었다가 회수된 작품들인데요.

  어쩌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지도 몰랐던 소중한 문화재들이 경찰청과 조계종, 문화재청의 노력으로 원래 자리인 사찰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경기 성남에 있는 개인 수장고 압수수색 현장>

 

  그 계기는 지난 5월 2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도난 불교문화재들이 경매에 출품되었다는 조계종의 제보를 받고 한 경매회사의 전시실에 들이닥쳤을 때부터입니다.

 

<경매장 전시실 압수수색 현장>

 

  그곳에는 도난 된 문화재 5점(불상 1점, 불화 4점)을 포함하여 16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경매에 내놓은 사람이 한 사채업자라는 점과 함께 도난 문화재의 소유주는 서울종로구 소재 사립박물관 관장 권 모 씨(73)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권 씨는 2012년부터 사채업자들에 돈을 빌리면서 문화재를 담보로 맡겼는데, 이자를 내기가 어려워지자 사채업자가 담보권 실행을 위해 이 문화재들을 경매에 내놓게 된 것이죠.

 

  광역수사대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지난 1988년부터 2004년 사이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되었던 불교문화재 48점을 개인 수장고 등에 은닉해 온 권 씨와 이를 알선한 문화재 매매업자 정 모 씨(55) 등 13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였습니다.

 

<광역수사대 지능3팀장 장보은 경감>

 

  권 씨는 불교문화재 48점을 총 4억 4,800만 원에 매입한 후 지난 6월까지 경기 성남에 있는 타인 명의로 임대한 창고에 숨겨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왔는데요.

  사립박물관 관장이 장물을 유통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권 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불교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많아 수집한 것이지 도난된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라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광역수사대는 박물관 관장이라면 도난여부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문화재청 인터넷 사이트(http://www.cha.go.kr) '도난 문화재 정보'와 조계종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로 누구나 도난여부 확인이 가능하고,

 

<안동 봉정사 지조암 「독성도(獨聖圖)」의 화기(畵記)를 오려낸 흔적>

 

  특히 불화의 경우 절도범들이 절취를 한 후 피해 장소 등 출처확인이 곤란하도록 제작자와 봉안장소 등이 기재된 화기(畵記)를 오려내거나 덧칠을 하여 훼손하기 때문에 권 씨와 같은 문화재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도난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문화재보호법상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분이나 기록이 인위적으로 훼손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데, 권 씨는 이 점을 알면서도 매입한 것입니다.

 

 

  이번에 회수된 불교문화재는 역사적 · 예술적으로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높은 문화재들로 평가됐는데요.

 

<박도화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박도화 감정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 중에서 불화는 모두 118점입니다. 이번에 회수된 23점의 불화 중에서 11점은 적어도 보물급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에 발견된 문화재들이 화기(畵記)를 훼손한 것뿐만 아니라 원형이 변형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전주 서고사 나한상'의 도난 전과 후의 모습>

 

  전주 서고사 나한상은 도난 이후 원형을 알아보지 않게 하기위해 새롭게 채색이 되었고,

 

<'순천 선암사 53불도'의 도난 전과 후의 모습>

 

  순천 선암사 53불도는 원래는 53영의 부처를 여섯 폭으로 나누어 그려졌지만, 도난 된 이후 그 일부를 하나하나 오려서 다시 표본이 되었습니다.

 

  오래되어 색이 변질된 불화들은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덧칠이 됐고, 도난 과정에서 화면의 상하를 칼로 오려낸 흔적도 많았죠.

  권 씨가 불화를 오래 말아두어 창고에 보관하였기 때문에 화면이 횡으로 꺾이거나 박락 현상이 심한 작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문화재들이 다시 사찰 품으로 돌아가게 됐으니 도난당했던 스님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울까요?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도난당했던 정방사 주지 상인 스님.

  "2004년 새벽 누군가 들어와 부처님을 안고 갔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많은 불자들이 함께했는데 그 부처님이 안 계시다는 것은 제가 허상으로 사는 것과 같았죠. 10년 만에 보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며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광역수사대 장보은 경감은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문화재 관련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장물 취득 · 알선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이번에 회수된 불교문화재는 지난 1988년부터 2004년 사이에 도난 된 것이기 때문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 하죠."

 

  문화재보호법상 경매나 문화재 매매업자 등으로부터 장물인 사실을 모르고 취득한 경우 매수인의 선의취득이 인정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장물소지자들이 경매를 통해 선의의 낙찰자를 내세워 장물을 세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하네요.

 

  또한 문화재 매매업자는 매년 1회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재 매매 또는 교환 현황 등을 신고하여야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어 장물거래 차단이 곤란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장 경감은 문화재에 대해 매매 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도난 여부에 대한 심사 등을 거친 후 매매하도록 하고, 허가 받지 않고 매매된 문화재가 도난품으로 확인될 경우 매매를 무효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나선화 문화재청장,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강신명 경찰청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과 조계종, 문화재청은 지난 22일 불교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불교문화재 보존을 위해 정보교환과 상시 업무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796점의 불교문화재가 도난 되어 181점만 회수되었을 뿐 아직도 많은 불교문화재들이 불법 거래되고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는데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불교문화 유산을 되찾아 불자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울경찰은 앞으로도 '문화경찰'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굴품을 구매한 박물관장??

2014. 9. 29. 07:47

  아니, 박물관장이 도굴된 장물을 구매한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광역수사대를 방문했습니다.

 


<광역수사대 지능3팀장 장보은 경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선 중종의 손자 풍산군 이종린의 분묘(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36호) 등지에서 도굴된 '지석' 558점을 은닉해 온 사립박물관 관장 권 모 씨(73)를 불구속 입건하고 이를 알선한 문화재 매매업자 조 모 씨(65) 등 3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지석(誌石)'은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무덤의 소재를 기록하여 묻은 판석이나 도판을 말하는 것인데요. 봉분이 무너져 분묘를 잃을 경우를 대비해 주로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에서 사용되었답니다.

 

  특히, 매장자의 생몰시기, 개인의 일생, 가족사, 관직행적, 덕망, 당시의 사회사 및 상 · 장례 제도 등 다양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역사적 ·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피의자에게서 압수한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지석>

 


<지석에 대해 설명 중인 문화재청 유승민 문화재감정위원>

 

  이번에 회수된 지석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광범위한 기간에 걸쳐 제작된 것들로 조선 9대 성종의 아들 양원군, 중종의 손자 이종린 등 왕가의 것부터 형조판서 김종정, 대제학 김진규 등 당대에 이름을 떨친 세도가의 것까지 실로 다양했습니다.

 


<피의자 권 모 씨가 지석을 은닉한 창고>

 

  피의자 권 모 씨는 2003년경부터 다수의 문화재 매매업자들로부터 구매한 지석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타인 명의의 창고에 은닉해 왔는데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고 공소시효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었다고 하니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조상의 지석을 바라보는 피해자>

 

  더군다나 조상묘의 지석을 도난당한 피해자들이 받은 충격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매장문화재인 지석의 특성상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는데요.

 


<전주 이씨 문중 이사장>

 

  브리핑에 참석한 전주 이씨 문중 이사장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밝히며, "자칫 돌려받지 못 할뻔한 조상의 발자취가 담긴 소중한 기록을 되찾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경찰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광역수사대 지능3팀 3반>

 

  광역수사대 수사관의 말에 따르면 문화재는 오래될수록 그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도굴된 문화재는 해당범죄 공소시효 완성 이후에나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거래를 통해 매매가 진행되어 수사 진행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어려운 수사여건에도 소중한 우리문화 유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광역수사대에 박수를 보냅니다. ^^

 

 

 

 

 

 


01-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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