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심 · 현장 중심
안전한 서울, 질서있는 서울
자세히보기

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만드는 사람들

서울경찰 2014. 10. 31. 15:52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마포대교 위, 얼굴을 가린 채 촬영한 한 여학생의 '셀카'와 함께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삶을 비관하는 내용의 자살 암시글 하나.

 

  다급한 신고를 접수한 서울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이정남 경위는 곧바로 마포대교로 순찰차를 내몰았습니다.

 

  마포대교 중간 부분 난간 앞에서 서성이던 여학생을 발견한 반가움도 잠시, 경찰관을 발견한 여학생은 가까이 오지 말라며 맞섭니다.

 

<출처 : MBN 뉴스 제공>

 

  "마포대교 반대편에 다른 자살 시도자가 있다는 신고!"

 

  운명의 장난인지…

  그 순간 이정남 경위의 무전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야속한 신고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두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자살시도 건수 전국 1위'로 악명 높은 마포대교를 관할하는 용강지구대의 자타공인 '자살구조 전담 경찰관' 이정남 경위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너 말고 다른 학생도 나쁜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구나. 늦어지면 그 학생의 목숨도 위험해진단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차분하게 타이르는 말 한 마디에 여학생의 태도가 누그러드는 듯싶더니,

  고맙게도 잠시 후 경찰 아저씨의 손을 잡고 순찰차로 발걸음을 돌린 것입니다.

 

  또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경찰관과 여학생의 기적 같은 동행!

  두 사람이 탄 순찰차는 마포대교 건너편으로 바삐 달려갔고,

  거기에는 여학생과 비슷한 또래의 다른 여학생이 난간을 넘어 강 쪽으로 뛰어내리려는 급박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출처 : MBN 뉴스 제공>

 

  "아빠 엄마가 우등생인 언니만 예뻐해요."

  "그랬구나, ○○야. 아저씨가 딸이 없거든. 오늘부터 내가 아빠 해줄 테니까 네가 딸 하자. 응?"

 

  한참의 실랑이 끝에 여학생의 굳게 닫힌 마음은 점차 열리는 것만 같았고,

  마침내 여학생의 지친 몸을 끌어올려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여학생은 다른 여학생이 위험하다는 말에 자살시도를 포기했고,

  두 번째 학생 역시 첫 번째 학생이 비교적 빨리 마음을 돌려준 덕분에 현장에 신속히 도착하여 구조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생면부지 두 명의 여학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어준 셈이라고 이정남 경위는 말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마포대교의 파수꾼 이정남 경위입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많이 들어봤지만 '자살구조 전담경찰관'은 처음이라고요?

  마포경찰서에서는 자살신고하면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베테랑 자살구조 전문가(!) 랍니다.

 

  사실 한 번에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단 한 통의 신고전화로 이미 한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요구조자를 포함,

  한꺼번에 세 명의 소중한 목숨을 무사히 구조해 내 각종 언론보도에 이미 여러번 오르내린 적도 있다는데요.

 

  지난 1년 간 이정남 경위가 마포대교에서 구조해낸 자살기도자만 해도 60여 명…

  밤이면 밤마다 난간에 매달려 생명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다시금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정남 경위는 하루하루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말합니다.

 

<출처 : MBN 뉴스 제공>

 

  이처럼 '마'음 '포'근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마포경찰,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

 

  2013년 한 해 마포대교에서 신고 접수된 자살기도 건수는 총 323건.

  이러한 어마어마한 수치마저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신고가 집중되는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라고 하는데요.

  주로 보행자보다는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난간에 선 요구조자들을 발견하고 이동하며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들은 정확한 위치파악이 어려워 "다리 중간쯤", "전망대 근처"라는 희박한 단서만을 가지고 어둠이 내린 현장을 수색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고달팠다고 합니다.

 

 

  초를 다투는 긴급출동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하고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아름다운 풍경이 무색하게도 그곳 역시 소문난 '자살명소'였다는데요.

 

  자살신고 시 가로등의 고유번호를 이정표 삼아 투신자의 위치를 파악하던 금문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마포대교에도 '위치표시판'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주관기관인 서울시 도로시설과와 약 3개월여의 협의를 거쳐,

  드디어 마포대교는 진정한 생명의 다리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답니다.

 

  가로등 60개소를 선정하여 남 · 북단 색상을 구분한 번호판을 양방향 총 120개소에 설치했는데요.

  이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 누구나 번호판의 색깔과 숫자만으로도 정확한 위치 신고가 가능해진 만큼, 경찰의 신속한 현장출동과 성공적인 구조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여유와 이야기가 있는 아름다운 다리, 마포대교.

  '자살다리'라는 오명을 벗고 서울시민들의 포근한 쉼터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마포경찰이 발 벗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심장이 뛴다! 마포경찰이 뛴다!

  여기는 생명의 다리, 마포대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