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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택시에 두고 내린 내 스마트폰, 홍콩으로 간 사연

서울경찰 2014. 10. 21. 08:28

 

  새벽 2시.

  한 남자가 여의도의 큰 대로변에 서 있습니다.

  택시를 잡는 모양인지 손을 흔들고 있네요.

  이윽고 택시 한 대가 이 남자 앞에 섰고, 남자가 택시에 탑니다.

 

  잠시 후 이 남자와 택시기사는 뒤따라오던 경찰에게 체포됩니다.

  경찰의 한 마디.

  "당신들을 장물취득과 점유이탈물횡령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현행범이라뇨?

  택시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이 남자는 바로 도난당하거나 분실된 스마트폰을 매입하여 온 장물범이었습니다.

  택시 안에 승객이 놓고 내린 스마트폰을 주은 택시기사가 이 남자를 만나 현금으로 거래를 하던 중 경찰에게 적발이 된 것이죠.

 

  특이한 점은 택시기사와 이 남자는 일면식도 없는 데다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상대방을 알아본 걸까요?

 

  그건 바로 이 남자의 손짓에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흔드는 일명 '흔들이' 수법으로 택시기사나 비행청소년들을 유인한 것이죠.

 

  스마트폰을 흔든다는 것은 이 뜻이 담겨있습니다.

  "도난 · 분실된 스마트폰 내가 사줄게"

 

  이런 '흔들이' 수법은 택시기사들과 비행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신호라고 합니다.

 

 

  최근 경기 불황 속에서 평범한 택시기사나 비행청소년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스마트폰을 절취하거나 습득한 휴대폰을 장물업자에게 판매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러한 스마트폰 범죄를 뿌리 뽑고자 수사 활동을 펼쳤습니다.

  장물업자와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그 배후 세력까지 일망타진하기로 한 것이죠.

 

  현장매입책이 택시기사나 비행청소년들에게 사들인 스마트폰들은 중간매입책과 매입총책을 거쳐 대한민국 땅을 떠나(?) 저~ 멀리 홍콩, 유럽으로 밀반출된다고 합니다.

 

  광역수사대는 제일 먼저 강남 · 영등포 등  대로변에서 잠복을 하면서 현장매입책과 택시기사를 검거했습니다.

 

  이후 끈질긴 수사 끝에 도난 · 분실 스마트폰 550여 대(시가 5억 원 상당)를 사들여 해외로 밀수출한 매입총책 김 모 씨(35) 등 6명을 구속하고 일당 8명을 불구속하였습니다.

 

<도난 · 분실 스마트폰>

 

  조사 결과 매입 총책 김 씨 일당은 서울 서남부권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의 조직원으로 드러났는데요.

  현장매입책, 중간매입책, 관리책, 바지사장, 매입총책 등 철저히 역할을 나눠 점조직형으로 활동해왔다고 합니다.

 

  후배 조직폭력배에게 대가로 월 500만 원 급여와 함께, 오피스텔 임대차 비용과 차량을 렌트해주었습니다.

  대포폰을 지급하고 현장에서 체포되더라도 변호사비를 지원하는 등 윗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하여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죠.

 

  매입부터 밀반출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2일! 속도가 LTE 급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을 해외로 수출할 경우 관세청에서 도난 · 분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세관 통과 심사가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들은 과연 어떻게 밀수출이 가능했던 걸까요?

 

  그것은 바로 장물폰을 정상수출품으로 위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먼저 서울 용산이나 신도림, 인터넷 중고 사이트 등에서 정상적으로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합니다.

 

  운송장에 스마트폰의 모델명과 일련번호 등의 정보를 기재하여 수출신고를 하면 관세청에서는 도난 분실 여부를 확인하고 수출신고필증을 내주죠.

 

<수출신고필증>

 

  이렇게 수출신고필증을 받은 정상 중고폰 수출 포장 박스를 개봉하여 도난 · 분실된 장물폰을 추가로 끼워 넣은 후 재포장하여 정상수출품으로 위장한 것입니다.

 

  수출신고필증을 받은 물품은 통관 시에 물품검사를 하지 않으며 항공화물은 세관에서 수출대행업체를 통하면 서류심사만으로 통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해외 운송업체 이사 김 모 씨(55)를 끌어들입니다.

 

  장물폰을 추가로 끼워 넣었기 때문에 중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겠죠?

  중량이 늘어날 경우 수정신고를 해야 하는데도 김 씨가 매월 100만 원씩을 받고 이를 묵인해준 것입니다.

 

 

  광역수사대 강폭1반장 최계원 경위는 정상적인 중고 스마트폰보다 도난 · 분실된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것이 10배 이상 이윤이 많이 남아 피의자들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간 홍콩 등으로 수출한 정상 중고 스마트폰이 무려 27만 대라고 합니다.

 

  현재 경찰에게 적발된 장물폰은 550여 대밖에 되지 않지만, 정상 중고폰의 수출물량을 따져본다면 함께 끼워 넣어 수출된 장물폰이 몇 대가 되는지 짐작이 가네요.

 

<영등포 사무실 압수현장>

 

  또한 총책인 김씨는 홍콩 현지 유통업자에게 돈을 더 받기 위해 비밀 사무실에 장비를 갖추고 전문기사를 고용하여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교환한 후 중고 스마트폰이 아닌 새 스마트폰인 것처럼 위장하였답니다.

 

  물품대금은 환치기 업자를 통해 현금으로 지급받았고, 전화 또는 이메일로 해외 운송업체와 거래를 한 후, 거래가 성사된 즉시 장부를 폐기하여 증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은 일반적인 물건과 달리 연락처 · 동영상 · 사진 · 문서 · 인증서 등 개인의 신상, 사생활, 영업, 신용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도난이나 분실이 될 경우 보이스 피싱에 악용되는 2차 피해 우려도 상당한데요.

 

 

  광역수사대는 스마트폰 절도와 횡령 등의 범죄를 조장하는 영업적 휴대폰 장물사범은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택시에서 놓고 내린 물건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만약 카드로 요금을 결제했다면, 1644-1188(한국스마트카드 택시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택시기사의 연락처와 차량 번호를 알 수 있다고 하네요. ^^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우리들의 '주의'겠죠?

  택시에서 내릴 때는 항상 택시 안에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식당에서 나올 때도 식당 안에 두고 나온 물건이 없는지 꼭! 꼭!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