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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이야기/현장영웅 소개

충성! 나는 은퇴 경찰견 평강입니다

서울경찰 2013. 9. 3. 15:07

 

 

충성! 나는 은퇴 경찰견 평강입니다.

 

 

 

 

 

이곳은 서울경찰특공대.

오늘은 저와 제 친구들의 은퇴식이 있는 날입니다.

 

 

 

 

저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평강(래브라도 리트리버)'이라고 합니다.

 

 

 

 

 저는 2004년에 태어났습니다. 모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에서 기본훈련을 받고 지난 2009년 이곳 경찰특공대로 보내져 폭발물 탐지견으로 근무중입니다.

 

그동안 저는 핵안보 정상회의 등 중요업무 230회

주요시설 탐지 280회

대테러 안전점검 및 폭발물 신고출동 210회

그리고 각종 탐지견 시범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경찰청에서 주관하는 탐지경연대회에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4위에 입상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숫자를 정확히 기억하냐고요?

저와 함께 훈련한 운영요원이 며칠 전부터 퇴임식을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이 사람이 저와 지난 3년간 동고동락한 최환혁 경장입니다.

 그런데 올 봄 저를 버리고(?) 특공대 행정반으로 갔습니다.

 이후 저는 새 지도요원과 지난 5개월을 함께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

 저는 어느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성격을 가진 경찰견이거든요.

 

 

 

오늘 저와 같이 은퇴하는 친구들입니다. 케이와 쿤도르는 세퍼트입니다.

잘 짖기도 하고 몸짓이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여린 녀석들입니다.

 

 

 

서울 경찰특공대에는 저와 같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세퍼트, 마리노이즈, 스프링거스파니엘 등 모두 4종 40여 마리의 경찰견들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특기 별로 폭발물 탐지, 실종자 수색, 마약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과거 저희와 같은 은퇴견은 나이가 많아져 임무수행이 힘들게 되면 안락사되거나 동물병원의 연구목적으로 기증되었는데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여 지금은 이렇게 다른 곳으로 분양돼 새 삶을 살게 됩니다.

 

오늘 은퇴하는 저희 셋은 지난 7월 서울경찰특공대의 은퇴견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은퇴가 확정됐고, 분양공고를 통해 외부인에게 분양신청을 받았습니다. 분양신청이 완료되면, 우선순위에 따라 분양이 이뤄집니다.

 

가장 우선순위의 분양자는 저희와 함께 생활했던 탐지견 운영요원입니다. 2순위는 전·현직 경찰관 중에 저희를 보살필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고 3순위는 전경대나 기동대 등 경찰부대입니다.

 

 

 

저는 저를 지도했던 지도요원 최환혁 경장의 집에 가게 됐습니다.

 

이번에 분양신청을 하신 분이 최환혁 경장 외 27명이니 저를 제외한 케이와 쿤도르를 분양받으신 분들은 13.5: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분들입니다.

 

저희를 분양받게 된 사람들은 일 년에 1회 이상 은퇴견의 이상 유무를 특공대에 알려야 하고 성실보호, 영리활동금지, 소유권 이전 및 매매 금지 등의 서약서를 작성한 후 저희를 데려가게 됩니다.

 

 

케이는 경남 밀양의 시골집으로 가게 됐습니다.

케이를 분양받으신 분은 개를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분이랍니다.

현재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면서 케이를 위해서 마당이 있는 집을 새로 지어 주셨답니다.

 

 

쿤도르는 충남 서산의 한 농장으로 갑니다.

쿤도르의 주인도 가로 25미터의 세로 5미터의 울타리가 있고 잔디가 깔린 집을 제공한다고 하니 두 녀석 모두 복 터졌습니다.

 

그런데 두 녀석은 탐지견 운영요원과 살게 될 저를 부러워합니다.

 

 

 

임무 종료! 특공대원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우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탐지제복을 벗고, 목에 꽃다발을 걸었습니다. 남성견이 무슨 꽃이냐며 목에 꽃다발 걸기를 회피하는 케이는 부끄럼 많은 녀석입니다.

 

 

 

저희는 모두와의 기념 촬영 후 평소 친한 특공대원을 찾아다니며 인사했습니다.

모두 고마웠습니다!

 

 

 

 "평강아 잘가"

 

 

 

"안녕 케이"

 

 

 

"안녕 쿤도르"

 

 

 

은퇴식을 마치고 새 주인들과 함께 특공대 견사로 갔습니다.

저희는 은퇴기념으로 고급 기념 견줄과 사료 한포를 받았습니다.

케이의 지도요원 조찬명 경장이 별도의 간식도 챙겨주네요.

 

 

 

탐지 지도요원들은 우리를 분양받게 될 새 주인에게 저희의 성품과 특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케이는 조찬명 지도요원과 마지막 훈련을 했습니다.

지도요원은 새 주인에게 훈련을 통해 케이와 친해지는 법을 설명해 줬습니다.

 

 

 

케이가 이제 지도요원의 품을 떠나 새 주인에게 갑니다.

녀석…남자다운 줄 알았는데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낑낑! 거리네요

 

 

 

"케이 행복해라!"

 천하의 특공대원이 뒤돌아 눈물을 흘리네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지만 저희는 압니다.

늘 지도요원과 함께 교감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저는 막사를 떠나기 전 정들었던 친구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나이가 같아 곧 은퇴할 동갑내기 '게로(세퍼트)'

옆방에서 늘 큰 소리로 떠들면서 저를 행복하게 해줬던 '두리(스프링거 스파니엘)'

날씬한 몸매의 몸짱 총각 '챔프(마리노이즈)'

 

 

 

 

최 경장과 함께 최 경장의 집으로 갑니다.

평소 검은색 근무복만 보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최 경장이 새롭네요.

최 경장의 지시에 따라 저는 EOD차량이 아닌 최 경장의 승용차에 올라탔습니다.

 

 

 

특공대 위병소 대원이 떠나는 제게 인사를 합니다.

 "평강아 잘가!"

 

 

 

제가 못 알아 듣는 줄 알고 최경장이 혼잣말로 이야기 하네요.

"평강아!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폭약냄새는 잊어! 나랑 같이 풀냄새 맡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

 

 

 

저는 오늘부터 최고의 탐지견에서 평범한 견으로 돌아갑니다.

이제는 길에서 누군가 주는 소시지도 눈치 안 보고 맛있게 받아먹을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경찰특공대 최고의 탐지견 평강이었습니다.

아니, 평범한 노견 평강이었습니다!

특공!

아니 꾸뻑!^^

 

 

경찰견이 되려면...

 

서울 경찰특공대에는 현재 45두의 경찰견이 있습니다. '평강'이처럼 온전한 경찰견이 되려면 견의 성품과 기질 등 꼼꼼한 테스트를 받고 탐지요원과 1년 이상의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세 마리가 훈련을 받으면 한 마리 정도만이 경찰견이 되어 활동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혈통있고 값비싼 개라도 무조건 경찰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견은 어디서 입양되나요?

 

공개입찰을 통해 성품 좋은 견들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평강이처럼 사회단체(안내견학교)나 연구소에서 기증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경찰특공대에는 기존의 훌륭한 탐지견을 복제한 복제견 3마리도 기증받아 교육중에 있습니다.

 

왜 진돗개 경찰견은 없나요?

경찰 탐지견은 학습력과 반복성이 뛰어나야 하는데, 진돗개는 월등한 학습력에 비해 반복성이 떨어지고 낯선 환경에 대한 강한 경계심 때문에 탐지견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앞으로 경찰 은퇴견은 계속 분양하나요?

경찰은 동물복지와 은퇴견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고심하던 중 여론수렴과 내부토론을 거쳐 지난 2012년 9월 처음으로 탐지견 3두를 분양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두 번째로 은퇴견을 분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경찰은 은퇴견 분양과 분양이후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경찰견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